2015년 12월호

“‘하면 된다’ 마인드로 최고 공기업 만든다”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5-11-19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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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318%→274%, 지방공기업 ‘최우수’ 등급
    • 감사실→윤리경영지원실 이름 바꿔 ‘甲질’ 의식 개조
    • “전문가 발탁, 책임경영, 직원 의지 ‘3박자’ 맞았다”
    “‘하면 된다’ 마인드로 최고 공기업 만든다”

    박해윤 기자

    경기도시공사(이하 ‘공사’)의 변신이 눈에 띈다. 2013년 말 318%이던 공사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274%로 줄었고, 행정자치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가’ 등급을 받았다. 공공주택 분양에서 평균 26대 1이 넘는 경쟁률(위례신도시)을 기록했고, 1년 사이 5조1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공사가 처음 시행한 ‘발주자 의무직불 사업’은 지난 9월 국토교통부 모범사례로 꼽혀 전국에 확대 시행됐고, 부채감축 우수기관으로 행자부장관상, 중소기업 지원 우수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역 언론과 도의회의 걱정거리이던 공사가 1년 사이에 희망을 주는 공기업으로 거듭났다. 공사 최금식 사장을 만나 변화의 이유를 물었다. LH공사 임원 출신의 최 사장은 10대 1의 경쟁과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자부심 가질 만하다”

    ▼ 공사가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직원들과 함께 혁신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지난해 취임했을 때 살펴보니 분위기가 오랫동안 침체돼온 듯했다. 30년간 공기업(LH)에서, 4년간 민간기업(경동엔지니어링 대표)에서 근무한 경험에 비춰볼 때 전임 사장 임기가 짧아서 공사의 중심과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고 느꼈다. ‘전국 최고’가 목표지만 먼저 ‘지역 최고’ 공기업을 만들고, 직원들에게도 최고의 공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자고 제안했다. 당장 부서 이름부터 바꿨다.”



    ▼ 이름을?

    “가령 총무처를 고객지원처, 감사실을 윤리경영지원실로 바꿨다. 총무처는 지원하는 부서이고, 감사실은 윤리경영을 지원하는 곳 아닌가. 그런데 감사실이라고 하면 왠지 ‘갑(甲)질’하면서 벌 주는 곳으로 인식되고, 해당 부서 직원들은 무의식중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조직문화로는 똘똘 뭉칠 수 없다. 그래서 부서 이름부터 바꾸고, 도민증을 제시해야 들어오던 현관 입구를 카페로 바꿨다. 누구든 편하게 와서 상담하고 제안하라고.”

    ▼ 부채가 많아 우려가 컸는데 1년 만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

    “도 및 도의회의 지원과 토지 일괄매각 등 공급방식 개선, 민간자본 유치 등으로 7400억 원의 부채를 감축했다. 광교신도시, 다산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고, ‘전사적 판매 전진대회’를 열어 공사의 모든 역량을 판매에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 5조1000억 원어치를 팔았으니…. 부채감축 목표도 정부 기준보다 38% 초과 달성했다. 임기 3년째인 2017년까지 부채를 200%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다. 광역단체 공사·공단 60곳 중 ‘가’ 등급을 받은 기관이 5곳인데, 개발공사는 경기도가 유일하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 도내 기초단체에도 용인도시공사 같은 도시공사가 있는데, 업무가 중복되진 않나.

    “좋은 지적이다. 그동안 광역단체 도시공사는 주로 정부 사업, 예를 들어 신도시나 산업단지 같은 큰 사업에 매달렸고, 기초단체의 도시공사는 각 시군 내 택지개발과 도시기반시설 확충사업에 나섰지만 공약사업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력과 재원이 중복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지역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각 시군 도시공사를 없애기 어렵다면 협업을 하자는 거다. 도시공사가 없는 기초단체와는 업무협약을 맺고 우리가 지역 현안 사업에 나선다. 우리의 노하우를 나누는 거다. 각 시군 도시공사가 자체적으로 개발, 토목, 분양 인력을 갖춘다 해도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유휴인력이 생긴다. 또한 개발사업이라는 게 토지 보상 등 초기 자금으로 60% 정도 투자하고, 회수하는 데는 5년가량 걸린다. 1년에 60% 투자하고 5년 동안 나눠서 받으면 지방 재정도 피폐해진다. 기초단체 도시공사 일을 함께 하면 인력과 재원을 절약해 ‘윈-윈’할 수 있다. 도시개발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협력은 절실하다.”

    지난 9월 2일 정재근 행자부 차관이 경기도시공사를 방문해 부채감축 사례와 도시공사 간 지역 협력사업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차관의 지방공사 방문도 처음이지만, 지방공사의 정책을 중앙부처가 전국에 확대 시행하는 보기 드문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 공사가 처음 도입한 ‘하도급 대금 발주자 의무직불 제도’가 9월 9일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것. 최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하면 된다’ 마인드로 최고 공기업 만든다”

    지난 1월 열린 경기도시공사 비전 선포식. 최금식 사장은 이날 공사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사진제공·경기도시공사



    전국 확대된 공사 정책

    “4월부터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입찰·계약 시 공사계약 의무직불을 명시했다. 그동안 원도급사는 하도급사에 제때 지불해야 할 공사비 지불을 늦춰 하도급 업체가 부도나거나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 약자인 하도급사는 원도급사로부터 공사를 받아야 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고. 이걸 발주자가 직접 지불하게 한 것이다. 원도급사들의 불만도 컸지만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

    ▼ 따복희망마을 1호도 개소했는데.

    “따복희망마을은 공사와 경기도가 손잡고 선보인 경기도형 주거복지 모델이다. 지난 7월 안양에 24가구의 1호 마을을 개소했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 원룸형 주택을 시세의 60~70% 수준(대학생 월 27만 원, 사회초년생 월 29만 원)으로 공급하는데, 경기도가 도유지 자투리땅을 무상 제공하고, 공사가 건설해 40년 임대한 뒤 기부채납한다. 신혼부부, 노년층,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따복마을을 계속 건설해나갈 계획이다.”

    따복마을 사업은 남경필 경기지사의 선거공약이었다. ‘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따복마을 사업 외에 공사는 정부의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사업에도 참여한다.

    그간 광역단체 산하 공사, 그중에서도 개발공사 사장 자리는 단체장의 선거 공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논공행상의 대표 격이었다. 단체장의 비자금 마련을 위한 ‘쌈짓돈 주머니’로 전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최 사장은 임명권자인 남 지사와 전혀 인연이 없다고 한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공모가 난 것을 보고 응모했고,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남 지사는 산하 주요 기관장에 대해 도의회의 청문회를 거치도록 했는데, 사실 청문회로 신상이 공개되는 게 부담이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공사 업무를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경기도의회는 야당 의원이 다수이고, 공사는 도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검증을 거치면서 많이 대화하다 보니 소통의 폭도 넓어졌다.”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지사는 지방정부 최초로 ‘연정(聯政)’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통합부지사에 야당 인사(이기우 전 의원)를 앉혔고, 주요 산하 기관장은 여야의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

    공기업 최초 임금피크제

    ▼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나?

    “예단하긴 이르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해보니까 된다는 것을 느끼니까. 그러니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고, 고객 중심으로 생각한다. 서로 신뢰가 쌓이다 보니 지방 공기업 중 처음으로 노사협약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 확보한 재원으로 내년에 5명을 추가 채용하게 됐다.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 직원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는 공사, 청년들이 취직하고 싶은 공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최 사장과 인터뷰하기 전 기자는 공사 직원과 경기도 인사 등을 대상으로 애벌 취재를 했다. 상당수 직원은 ‘희망찬 직장’을, 경기도 인사들은 ‘기대 이상의 공사 변신’을 화제로 올렸다. 경기도시공사는 공기업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선거 공신이 아닌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단체장의 의지, 책임경영으로 성과를 보여주려는 사장의 의지, 바꿔보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모이면 우려의 공기업이 선망의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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