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지난해부터 北미사일 정보 공유 안 해
전시준비태세 주무기관 행안부 “정보 공유해 달라”
대통령 훈령 위반하면서 정보 공유 않는 이유
靑 지난해 7월 새 ‘대북라인’ 교체 미사일 정보 ‘쉬쉬’
행안부가 나서 “전시 상황 대비한 훈련 해야 한다” 주장
“오죽하면 행안부가 항의하고 나섰겠나”
3월 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신동아’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행안부는 3월 24, 25일 두 차례에 걸쳐 합참에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시 상황 전파를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3월 21일과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였다. 이 중 24일 합참에 보낸 공문에는 “현 정부 초기(2017년)에는 부처 장·차관(비서관 포함), 비상계획관 등 주요 직위자에게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시 군사 상황이 전파됐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상황 전파가 없었다. 최소한 비상계획관에게는 상황 전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25일 보낸 행안부 공문도 비슷하다. 해당 공문에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 등에 대한 합참과의 정보 공유가 지연돼 비상대비업무에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 동향 정보가 신속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 바란다”고 적혀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에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7월 30일 언론 보도를 보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3월 21일에도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해당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안보 상황을 즉각 공유해야 하는 ‘핵심 관련 기관’이며, 재난 및 전시 상황에서 비상대비업무와 민방위대 소집을 담당하는 부처다. ‘비상대비자원관리법 4조’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보좌하여 비상대비업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는데, 비상대비업무란 전시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에 대비해 인력·자원·물자를 관리하는 일이다. 행안부는 또 전시 민방위대 설치·조직·편성·동원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민방위기본법(6조, 8조)에도 “행안부 장관이 중앙민방위협의회 부위원장을 맡아 위원장인 국무총리를 보좌한다”고 규정한다. 유사시 민방위대 동원령도 내릴 수 있다.
전시 대비 핵심 기관인 만큼 국방부와 합참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관련 정보를 행안부에 전달해 왔다. 하지만 행안부의 정보 공유는 지난해부터 중단된 것으로 ‘신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신동아’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의 미사일 실험 관련 상황 전파는 원래 국방부 업무였으나 2020년 합참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행안부 공문에는 이관 이후부터 미사일 관련 소식 전파가 끊겼다고 적시돼 있다. 국방부와 합참의 북한 도발 관련 정보 공유 원칙도 비슷했지만 합참은 공유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국방부와 합참은 필요한 경우 유관 부서에 상황 공유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고, 합참은 “우리 군은 유관 기관과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를 갖고 있다. 다만 업무 연계성 등 상황을 고려해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필요한 경우’나 ‘업무연계성 등 상황’의 경중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느냐”는 ‘신동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모든 군 정보를 행안부 등 유관 부서에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같은 우리의 안보와 관련한 특수 상황을 행안부 등 관계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즉각 대처해야 하는 행안부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3월 25일 합동참모본부에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백종헌 의원실]
상황 공유 기준 묻자 모호한 해명만
전 전 사령관의 말처럼, 합참과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행안부에 알려야 하는 규정도 있다. 2013년 개정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18조 ‘징후감시체계 운용’)은 “주관기관 및 실무기관은 포착된 위기징후 정보를 관련 기관에 제공하여 기관별 위기분석 및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안보 업무 ‘주관기관’인 국방부와 합참은 전시 군수 및 징발을 담당하는 ‘관련기관’ 행안부에 안보 위기징후 정보인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알려야 한다. 이 지침은 대통령 훈령으로 행정규칙인 만큼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합참은 “대통령 훈령 위반이 아니냐”는 신동아의 질의에 “‘우리 군은 유관 기관과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를 갖고 있다. 다만 업무연계성 등 상황을 고려해 전파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또 다른 군 출신 관계자는 “행안부의 비상대비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비상대비정책과)에는 현역 장교가 파견되고, 해당 부서의 국장도 군 장성 출신”이라며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규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합참이 청와대와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7월 5일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발사 이틀 전 청와대는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새 ‘대북라인’을 구축했다. 북한과의 대화·협력에 중점을 둔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새로운 대북라인의 등장 이후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은 25일 뒤인 7월 30일에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언론과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북한 눈치 보기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합참은 “북한의 하계훈련 일환으로 판단했다. 의미를 둘 만한 움직임이 아니어서 별도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합참이 ‘北 눈치 본다’는 비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 당국의 전시 상황 대비 실제 훈련을 촉구했다. [뉴스1]
결국 안보 업무 주무기관인 국방부와 합참이 아니라 유관 기관인 행안부가 나서 “전시 상황에 대비한 실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행안부는 3월 24일 합참에 보낸 공문에서 “충무사태(전시상황)별 조치 사항 160건에 대한 실제 훈련이 전무한 상태다. 훈련수행절차에 대해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소수 인원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동원 절차 연습 수행으로 국가 동원 체계를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행안부는 합참에 실질적인 동원 연습 수행과 함께 “매년 행안부를 대상으로 한 국방정책 설명회를 개최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행안부에 파견된 장교들이 북한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합참 정보종합실을 출입할 수 있도록 특수인가증을 발급해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군이 아닌 행정부처가 비상대비 훈련을 요청하고 나서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행안부가 보낸 두 건 공문의 내용에 대해 합참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4월 13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위해가 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민방공 시스템으로 경보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다”고만 밝혔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가 민·관·군 통합 전시대비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태롭게 보였으면 행안부가 항의까지 하고 나섰겠나”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합참에 보낸 공문은 올해 정부 연습 관련 토의 주제를 협조하기 위한 일상 업무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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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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