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갑질로 물러난 오너 일가 치킨제국 교촌으로 복귀

[거버넌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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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04-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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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촌 갑질로 물러난 권원강 창업주

    • 사내이사로 복귀, 일가족 경영 시작?



    업계 1위 치킨 공화국이 제국으로 재편된다. 권원강 교촌치킨(현 교촌에프엔비, 이하 교촌) 창업주가 3월 15일 사내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권 창업주는 교촌의 지분 과반을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에 따르면 4월 6일기준 권 창업주의 보유 지분은 69.20%. 사내이사만 맡아도 그룹 전체 지배권을 가지게 된다.

    교촌 측은 권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만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경영은 윤진호 전 비알코리아 경영기획실장이 맡기로 했다. 교촌은 3월 30일 윤 전 실장을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윤 전 실장은 애경그룹, SPC그룹을 거친 컨설팅·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실패한 전적 있는 가족경영

    경기 오산시 교촌에프앤비 본사. 교촌은 지난해 5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치킨업계 1위 프랜차이즈 자리를 지켰다. [뉴스1]

    경기 오산시 교촌에프앤비 본사. 교촌은 지난해 5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치킨업계 1위 프랜차이즈 자리를 지켰다. [뉴스1]

    전문경영인을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교촌이 권 창업주를 중심으로 가족경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 창업주가 일부 친척에게 주식을 일부 증여했기 때문. 교촌은 창업주 외에 일가족 보유 지분이 없던 기업이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가족경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권 창업주는 교촌통닭을 치킨업계 1위 프랜차이즈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1년 그는 3300만 원가량을 들여 경북 구미의 33㎡ 남짓한 공간에 치킨집을 차렸다. 치킨집의 이름은 교촌치킨. 작은 치킨 가게는 연 매출 5076억 원을 자랑하는 치킨업계 1위 프랜차이즈 회사가 됐다.



    급성장한 프랜차이즈 기업은 통상 가족들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예로 치킨업계 매출 3위인 BBQ치킨이 있다. BBQ치킨의 최대주주는 제네시스BBQ. 제네시스BBQ의 최대 주주는 창업주인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이 아니다. 윤 회장의 자녀인 윤혜웅·경원 씨가 각각 62.62%, 31.9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지분은 5.46%에 불과하다.

    반면 교촌의 권 창업주는 일가족에게 지분을 나눠주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교촌의 주요 주주는 권 창업주와 임직원뿐이었다. 2021년 기준 일가족 중 회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창업주 가족들이 회사 경영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간 교촌에서 요직을 맡았던 권 창업주의 일가족은 두 명. 권 창업주의 딸인 권유진 전 상무와 창업주의 6촌 동생인 권순철 전 상무다. 권유진 전 상무는 2014년 교촌의 자회사인 교촌USA 본부장과 교촌푸드라인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촌의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왔다.

    교촌의 자회사들은 출범 초기에는 호실적을 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창사 2년 만인 2016년 교촌푸드라인은 실적이 나빠지며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교촌USA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권유진 전 상무는 2017년 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다른 한 명인 권순철 전 상무는 권 창업주를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게 만든 인물이다. 권 전 상무는 교촌의 신사업본부장, 개발본부실장 등을 맡으며 경영 결정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권 전 상무가 신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2015년 3월 문제가 발생했다. 권 전 상무가 대구의 교촌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서 소속 직원의 멱살을 잡고 밀치며 욕설을 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권 전 상무는 사건 직후 퇴사했다.

    권 전 상무는 10개월 뒤인 2016년경 재입사했다. 이후 임원인 상무로 승진. 권 창업주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사내 요직을 섭렵했다. 폭행 사건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던 권 전 상무는 2018년 말 회사를 완전히 떠나게 됐다. 권씨의 3년 전 폭행 영상이 공개되며 사건이 창업주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교촌에프앤비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 [교촌에프앤비]

    교촌에프앤비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 [교촌에프앤비]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실적은 좋았으나…

    폭행 사건을 알린 직원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이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교촌치킨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권씨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이 사건으로 권 창업주는 2019년 3월 경영에서 물러나며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겼다. 위기에 빠진 교촌을 맡은 인물은 소진세 교촌 회장. 소 회장은 40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은 인물이다. 그는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을 역임한 유통업계 거물급 인사다. 권 창업주는 직접 소 회장을 영입해 교촌을 맡겼다. 둘은 대구 계성중학교 동문으로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 회장 시대 교촌의 실적은 좋았다. 2020년 연 매출 447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이듬해인 2021년 매출 5076억 원을 올리며 전년의 기록을 갱신했다. 가맹점 매출도 1조 원을 넘기며 명실상부 치킨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2020년 11월에는 업계 최초로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특히 주식시장 상장은 2018년부터 교촌이 추진해 온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권 창업주도 소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2020년 3월에는 권 창업주가 100억 원가량의 주식을 가맹점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교촌의 가맹점 수는 총 1337개. 폐점률은 0%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8년만 해도 교촌이 갑질 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며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좋은 실적을 올렸고 창업주도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에 힘쓰며 나쁜 이미지를 빠르게 지워냈다”고 평가했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최근 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다. 일단 소 회장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3월 28일부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됐기 때문. 교촌 측은 소 회장이 현재 직함을 유지하며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소 회장의 사내 영향력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정말 소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다면 임기 만료 이전에 교촌이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을 상정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교촌이 다시 가족경영 체제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친인척에 주식 넘겨… 승계 물밑 작업 의혹

    최근 권 창업주의 행보도 가족경영 체제 복귀론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7월 권 창업주는 교촌 주식 97만4369주(3.9%)를 처분했다. 4월 1일 종가 기준 약 195억 원 규모다. 이 중 2만4062주가 일가친척에게 증여됐다. 권 창업주 외에 다른 친인척이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권종호 씨가 1만1455주를 증여받았고 김시환 씨가 5485주, 손늠 씨와 황재종 씨는 각각 2743주를 받았다. 안상욱 씨도 1636주를 받았다. 이들은 권 창업주와 친인척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회계·세무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제한적이지만 통상 대기업은 지분 증여를 통해 친인척 간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나아가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며 “권 창업주 외에 친인척 지분이 없던 교촌 역시 승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촌 측은 승계와는 무관한 증여라고 밝혔다. 교촌 관계자는 “최대 주주가 개인적으로 증여를 시행한 것일 뿐, 회사 차원에서 밝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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