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지금, 서울 민심④ “강북 지역이 예전처럼 민주당 양지만은 아니에요”

[22대 총선_승부 결정짓는 최전선 42곳, 지금 민심] 종로 동대문갑·을 노원갑 서대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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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04-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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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1번지’ 영광 간데없이 무관심만 나부껴

    • 송파구 헬리오시티 닮아가는 휘경동·이문동

    • 윤석열 무능 심판해야죠

    • 왕십리는 떴는데, 청량리는 그대로 두고 보시렵니까

    • 588요? 롯데캐슬·힐스테이트로 다이내믹하게 바뀌었어요

    • 중계동 재건축 말만 무성했지 추진된 게 없어요

    • 우상호-이성헌 지겨웠는데 느닷없이 외지인 둘이 와서는…

    22대 총선 최대 승부처로 서울 한강벨트가 부각되면서 서울 종로구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비중과 언론의 주목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

    관심 떨어진 ‘정치 1번지’ 종로 선거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세 명의 대통령이 종로구 국회의원을 지낸 뒤 대통령에 올랐다고 해 한동안 ‘정치 1번지’로 여겨져 왔다. 22대 총선을 앞둔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총선을 맞이하고 있다.

    공천도 상대적으로 큰 잡음 없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지역위원장을 단수 공천했고, 국민의힘도 현역 최재형 의원을 일찌감치 공천했다. 당초 민주당에서는 곽상언 후보 외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종로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을 준비했다. 민주당 전략공관위가 전현희 전 위원장을 서울 중·성동갑에 전략 공천하는 것으로 교통정리하면서 곽 후보가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3월 4일 이재명 대표는 서울 종로구 곽상언 후보 선거사무소 방문을 시작으로 22대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종로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님의 꿈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곽상언 후보가 그 꿈을 종로에서 이뤄줄 것으로 믿는다”며 곽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곽 후보는 정권 심판론, 현역 심판론을 앞세워 “종로구를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핵심 공약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활로 개척과 전통시장 무료 배달 서비스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종로구 창신동 완구문구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며칠 전 떠들썩하게 이재명 대표가 길 건너 창신시장을 한 바퀴 돌고 갔다”며 “선거가 다가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선 첫 유세지로 종로구 창신시장을 선택한 것은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 대선 당시 서울 종로는 윤석열 후보 49.49%, 이재명 후보 46.42%로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다만 창신동과 숭인동에서만큼은 이재명 후보가 윤석율 후보를 크게 앞섰다. 창신2동의 경우 이재명 56.12% vs 윤석열 40.41%로 득표율 격차가 상당했다.

    종로구는 19대, 20대에는 정세균 전 총리, 21대에는 이낙연 전 총리가 당선했을 만큼 민주당이 우세를 보인 지역이다. 그러나 3·9 대선과 함께 치러진 종로구 보궐선거 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당선했고, 대선에서도 윤석열 후보가 더 많이 득표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도 정문헌 국민의힘 후보가 종로구청장에 당선했다.

    최재형 후보는 ‘종로는 최재형, 희망은 최대형으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최 후보는 “정부와 종로가 원팀이 되자 몇십 년간 풀리지 않던 ‘고도 제한 완화’라는 쾌거를 이뤘다”며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종로 발전을 위해 진심을 다해 뛰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왼쪽부터). [뉴시스, 뉴스1]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왼쪽부터). [뉴시스, 뉴스1]

    종로에는 민주당 곽상언,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 외에도 개혁신당 후보로 금태섭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3파전으로 치러진다. 금 후보는 “품격 있는 재개발로 서울 종로를 파리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1호 공약으로 제시하고 아들과 함께 거리를 누비며 종로구민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조선일보·TV조선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2∼24일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곽상언 민주당 후보 43%,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33%,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 4%를 기록했다. 응답률은 10.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동대문갑, 브랜드 아파트 표심이 변수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여섯 번 치러진 총선 가운데 동대문갑은 2008년 18대를 제외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을 만큼 야당 우세 지역이었다. 그러나 2022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 과거 총선과 다른 선거 결과가 나왔다. 20대 대선에는 윤석열 후보가 49.16%로 47.1%에 그친 이재명 후보를 앞섰고, 6·1 지방선거에서도 이필형 국민의힘 후보가 53.05% 득표로 46.94% 득표에 그친 최동민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했다. 동대문구청장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영우 국민의힘 후보. [안규백 공식홈페이지, 페이스북]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영우 국민의힘 후보. [안규백 공식홈페이지, 페이스북]

    동대문갑에서는 19대부터 21대 총선까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기록했다. 18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안 후보는 22대 총선에 5선에 도전한다. 이번 총선에 안 후보는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전략공천 지역 선정 및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지역에서는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과 피로감이 교차한다. 휘경동에서 십수 년째 자영업을 해온 김모 씨는 “평소 주민과 열심히 소통해 온 안규백 의원을 좋게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 반면, 이문동에 사는 최모 씨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바꿀 때도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네 주민이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5선에 도전하는 안 의원은 “해낸 사람, 해낼 사람”이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3월 17일 동대문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 출마를 준비해 오던 진보당오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사실상 범진보 단일후보로 총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안 후보는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무도함을 심판하고 민생과 복지, 평화, 정치개혁의 국회를 만들기 위한 오준석 예비후보의 대승적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그 뜻을 받들어 윤석열 정권 폭정에 맞서 검찰 독재, 민생 후퇴, 평화 위기를 반드시 막아내고, 민주진보개혁 단일후보로서 국회에 입성해 민생 위기, 민주주의 위기, 안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후보의 5선을 저지할 맞수로는 국민의힘에서 김영우 후보가 뛰고 있다. 김 후보는 경기도 가평·포천에서 18대부터 20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기록한 중진 의원 출신이다.

    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한 청량리역 주변. [구자홍 기자]

    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한 청량리역 주변. [구자홍 기자]

    김 후보는 “동대문을 바꿀 사람”이자 “동대문을 위할 사람”이라며 “새로운 동대문 시대를 열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왕십리는 떴는데, 청량리는 그대로 두고 보시렵니까”라며 동대문구 주민들의 재개발 의지에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는 “동대문구를 교육이 튼튼한 명품학군도시, 젊음이 빛나는 청년행복도시, 교통이 시원한 사통팔달도시로 만들겠다”며 “동대문의 클라쓰”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대문갑의 경우 현재 활발히 추진되는 재개발에 따른 주민 이주 여파가 이번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문동에는 3000세대 넘는 래미안라그란데 아파트 단지가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고, 바로 옆에서는 4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이문아이파크자이 아파트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서민 주거지로 여겨지던 휘경동과 이문동이 뉴타운개발로 송파구 헬리오시티 규모의 신도시급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어 이 같은 재개발이 표심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서울에서 다이내믹하게 달라진 곳이 이 동네”

    동대문갑 지역이 이문휘경뉴타운으로 다세대 다가구 주택단지가 신축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대문을 지역도 전농동, 답십리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이 크게 달라졌다.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아파트에 사는 40대 우형제 씨는 “서울 강북 지역 민심이 예전처럼 민주당 양지는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신설동 로터리, 용두동을 지나 제기동에 들어서면 빽빽한 빌딩 숲과 마주한다. 청과물도매시장 앞 일명 ‘588’ 일대가 주상복합 단지로 변모한 것이다. 십수 년 전까지 ‘588’이라고 불리던 청량리역 주변 성매매 밀집 지역이 첨단 신도시로 탈바꿈해 ‘청량벽해’를 실감케 했다. 청량리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초반 이모 씨는 “최근 10년간 서울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게 달라진 곳이 이 동네”라며 “롯데캐슬, 힐스테이트 들어선 이후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바라 본 청량리역 주변. [구자홍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바라 본 청량리역 주변. [구자홍 기자]

    19대 총선 이후 동대문을은 민주당 후보가 내리 3번 당선하면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만 해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3선을 기록했을 만큼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20대 대선 때 동대문을 지역에서는 장안동을 제외한 전농동과 답십리동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고, 6·1 지방선거 동대문구청장 선거에서는 동대문을 모든 동에서 국민의힘 이필형 후보가 민주당 최동민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21대 총선에 당선한 장경태 의원은 22대 총선에 재선에 도전한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민주당 초대 대학생위원장, 청년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 후보는 “한다면 한다”며 젊은 패기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더 빠르고 안전한 동대문구를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경진 국민의힘 후보. [장경태 공식홈페이지, 페이스북]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경진 국민의힘 후보. [장경태 공식홈페이지, 페이스북]

    국민의힘에서는 김경진 후보가 공천장을 받았다. 당초 허은아 전 의원이 이 지역 출마를 준비했으나, 개혁신당 창당 후 비례대표 의원직을 버리고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허 전 의원은 22대 총선에 동대문을 대신 영등포갑 출마로 선회했다.

    20대 의원을 지낸 김 후보는 의원 시절 최서원 국정농단 청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당시 증인을 향해 질문하면서 “어째쓰까”를 연발해 ‘쓰까’ 요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동료 시민과 함께 고민하겠다”며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문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3대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동대문구 지역경제를 살릴 방책으로 ‘전통시장과 K-컬처를 융합한 전통시장 관광 자원화’를 제시했다.

    “재건축 실현할 후보 뽑을래요”

    21대 총선까지 선거구가 갑·을·병 세 곳이던 노원구는 22대 총선을 맞아 갑·을 두 곳으로 조정됐다. 따라서 노원갑은 서울 선거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선거구 조정이 이뤄졌다. 21대 총선까지 노원을에 포함됐던 하계1동·하계2동·중계본동·중계2·3동이 노원갑으로 옮겼고, 나머지 중계4동·상계6·7동 등은 노원을로 조정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 노원갑·을·병 세 곳 모두 석권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구 조정으로 민주당은 노원갑에서 재선한 고용진 의원과 노원을에서 4선한 우원식 의원이 경선에서 현역 맞대결로 본선 진출자를 가려야 했다.

    경선 결과는 원내대표 출신 우원식 의원의 승리였다. 지역구가 분할되는 핸디캡에도 4선 관록의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우 후보는 1995년 제1기 지방선거 때 노원구에서 시의원을 지냈다. 그만큼 노원구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이후 18대 총선에서 권영진 전 대구시장에게 패했을 뿐, 19대부터 21대 총선까지 3번 연속 당선했다.

    노원구는 20대 대선에 이재명 후보가 48.94%로 47.22% 득표에 그친 윤석열 후보를 앞섰고, 6·1 지방선거에서도 오승록 구청장이 53.26% 득표로 46.73%에 그친 임재혁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을 만큼 민주당 우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크게 앞섰다.

    우원식 후보는 “실력이 다르다” “힘이 되는 국회의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후보”임을 앞세우고 있다. 우 후보는 노원갑 출마를 확정지은 뒤 “지역 발전에 대한 주민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주민의 여망을 잘 실현해 나가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노원구 업그레이드를 위해 광운대 역세권 개발, 한전부지 테크노밸리 조성, 창동 차량기지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공약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후보의 5선을 저지할 국민의힘 후보로는 현경병 후보가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현경병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현경병 후보 홈페이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현경병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현경병 후보 홈페이지]

    18대 총선에 노원갑에서 당선한 바 있는 현 후보는 ‘준비된 후보’ ‘능숙한 후보’임을 강조하며 노원구 주민의 숙원 사업을 해결할 적임자임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그는 “노원구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장악당한 동안 개발과 발전이 가로막혀 말로 할 수 없이 낙후되고 말았다”며 “집권여당과 서울시,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 주민이 원하는 재건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계동에 사는 주민 김모 씨는 “재건축이니 리모델링이나 말만 무성했지 여태 아무것도 추진되는 게 없다”며 “누가 됐건 이번에는 개발을 비롯해 우리 주민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외지인 두 사람 반갑지 않아요”

    서대문갑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국민의힘에서는 이성헌 등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끼리 여섯 번 맞붙어 승부를 겨룬 독특한 선거구다.

    16대부터 19대까지 이성헌-우상호-이성헌-우상호 순으로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20대, 21대 총선에 연거푸 우상호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때 이성헌 전 의원이 서대문구청장에 당선했고, 우상호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서대문갑은 무주공산이 됐다.

    22대 총선을 맞아 민주당에서는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해 경선을 치렀다. 경선 과정에 컷오프를 통과한 성치훈 후보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여 탈락하고 당초 컷오프됐던 김동아 후보를 3자 경선에 포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뒤늦게 3자 경선에 합류한 김동아 변호사가 권지웅 전 당 비상대책위원, 김규현 전 서울북부지검 검사를 제치고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고 있어 ‘대장동 변호사’로 불린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용호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용호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국민의힘에서는 전북 남원·순창·임실에서 재선한 이용호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 21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재선한 이 후보는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권유로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당초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던 그는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여 서대문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게 됐다. 이 후보는 “서대문구와는 대학 시절 문화촌에 거주한 인연이 있다”며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대문구 발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선 직전 여야 후보가 정해지면서 지역 주민 반응은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연희동에 사는 시민 이모 씨는 “우상호-이성헌 대결도 지겨웠지만, 느닷없이 외지인 두 사람이 나서는 모습도 반갑지는 않다”며 “딱히 누구를 찍어줄 맘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50대 중반 회사원인 또 다른 이모 씨는 “서대문구가 무슨 호구가 된 것 같다”며 “자기들 필요에 따라 아무나 내려보내도 우리가 마지못해 뽑아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본때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 함께 살면서 주민이 원하는 게 뭔지 함께 고민한 지역 일꾼을 선발해야 하는데 닥치고 투표나 하라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20대, 21대 두 번의 총선에 우상호 의원이 과반을 훌쩍 넘기며 승리한 서대문갑은 20대 대선 때는 사뭇 다른 투표 양상을 보였다. 서대문구 전체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8.33%로 득표로 47.47%에 그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서대문갑 지역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아현동, 신촌동, 연희동, 홍제1동, 홍제2동 등 서대문갑에 속한 대부분의 동에서 윤석열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득표한 것. 서대문구청장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아현동과 홍제동 등에 대규모 새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서대문갑 표심에 일부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서울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다세대주택이 사라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 표심은 대체로 보수화하는 경향을 띤다”며 “서대문갑 지역의 경우도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주민 분포가 달라진 게 대선 이후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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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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