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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번잡한 일상사 떨치는 평안의 땅 충북 단양·제천

山明水紫·淸風明月이 버무려낸 ‘내륙의 고요’

  • 글: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사진: 김성남 차장 photo7@donga.com

번잡한 일상사 떨치는 평안의 땅 충북 단양·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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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떠나보면 안다. 풀뿌리 하나, 돌 한 조각에도 온전히 무심해질 수 없음을. 사물을 향한 그런 까닭 모를 애틋함에서 한줄기 여유 또한 묻어남을. 생에 쫓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넉넉함 하나 숨겨두지 않겠다면 그건 위악(僞惡)일 터. 빈 마음을 채우기보다 머릿속을 맴도는 상념을 버리려 찾는 곳, 단양과 제천이다.
번잡한 일상사 떨치는 평안의 땅 충북 단양·제천

일출 무렵의 도담삼봉. 남한강 수면을 가르고 우뚝 솟은 세 바위의 자태가 그림 같다.

단양으로 향하는 길은 마냥 순조롭다. 화창한 봄볕. 차창밖을 지나는 까치놈의 날갯짓도 그저 여유로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품이다. 영동-중앙고속도로를 번갈아 타고 논스톱으로 내달린 지 3시간. 제천 어귀에서부터 준봉들이 삐주룩삐주룩 고개를 쳐든다 싶더니 이내 단양땅이 자태를 드러낸다.

수줍게 속내를 감춘 새색시 같다고나 할까. ‘단양의 봄’은 고요 그 자체다. 아무리 총선 여파로 단체관광객이 줄었다곤 해도 잘 정비된 시가지에서조차 나들이객의 모습을 찾기 힘든 건 좀 이상하다.

웬일일까. 우선 3.4km 산길을 뱅뱅 돌아 양방산 전망대에 올라본다. 해발 650m. 활공장을 겸한 이곳에선 남한강이 감싸고 도는 복주머니 모양의 단양 전경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라디오를 벗삼아 홀로 전망대를 지키는 60대 산불감시원의 표정 또한 느긋하다.

단양에선 그 유명한 고수동굴(천연기념물 256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들어가보니 상춘객은 죄다 이곳에서 흥청거리고 있는 듯하다. 경남 진주에서 수학여행 온 한무리 중학생들의 재잘거림도 보태진다.

단양엔 노동동굴 등 관람가능한 동굴이 3개 더 있지만, 길이 1300m의 석회석 천연동굴인 고수동굴의 명성을 따르지 못한다. 동굴내 오르락내리락 철제계단이 다소 촘촘하긴 하지만 종유석과 석순이 빚어낸 신비를 만끽하려면 그쯤이야…. 게다가 동굴 안은 15℃로 서늘하기까지 해 때이른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가곡면 사평2리 두산마을을 찾으면 좋다. 해발 400m 고지대로 가을감자가 유명한 이 마을에선 낙조가 멋있다. ‘고운골(佳谷)’이란 지명이 헛되지 않게 빼어난 풍광에다 인적마저 드물어 나무 위 다람쥐와도 심심찮게 눈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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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사진: 김성남 차장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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