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가 된 공주가 왕을 졸라서 항공사 직원들 휴게소로 차린 카페 사이클론은 항공사 직원들만 이용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입장료 1만6000원만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사이클론은 코란의 율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곳이다. 초저녁부터 술잔이 돌지만 정작 이곳에 술을 퍼마시러 오는 바보는 없다.
‘나타샤 만나러 가자’라는 말은 사이클론으로 가는 남자들의 은어다. 러시아에서 온 인터걸들이 초미니스커트에 희멀건 허벅지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녀들은 사이클론의 웨이트리스가 아니라 어엿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손님이다. 남자들은 이곳에서 맘에 맞는 인터걸과 합석을 해서 간단히 목만 축이고 서둘러 빠져나가 함께 호텔로 직행한다.
이곳은 공공연한 매매춘 인력시장으로, 하룻밤 인터걸 입장 인원만 500명이 넘는다. 정작 들어와야 할 파일럿과 스튜어디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두바이(Dubai)는 아랍어로 메뚜기란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메뚜기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막 위에 솟아오른 빌딩 숲속에 많은 인간들만 메뚜기처럼 팔딱팔딱 뛰어다닌다.
16세기 대항해시대에 서구 열강이 해상권을 장악했을 때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고 있는 두바이는 해적질로 먹고 살았다.
아라비아 반도 모래 벌판에 검은 황금이 솟아오를 때 두바이도 가슴이 부풀었으나, 조금 나오던 석유는 이제 거의 고갈되었다.
2차 대전 후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손바닥만한 아랍토후국 일곱 나라는 해협 건너 군사 강국 이란의 위협에 겁을 먹고 우여곡절 끝에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이라는 나라를 만들었다. 외교, 국방만 연방정부에서 관장할 뿐 나머지는 철저하게 토후국 자치다.
두바이는 재빨리 홍콩을 모델로 삼아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만들고, 철저한 서구식 자본주의체제로 밀고 나가며, 앞길을 가로막는 코란을 덮어버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라비아반도의 중심 상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였다. 금주, 금녀는 말할 것도 없고 라마단 기간에는 낮 동안 금식까지 강요당하던 지다의 외국 무역상들은 속속 두바이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상권의 저울추는 이제 완전히 두바이로 기울었다.
절대 왕권 국가인 두바이에서는 어떤 사람이 코피만 터져도 경찰이 원인규명을 하느라 눈을 부라린다. 그런 강력한 경찰이 떼로 몰려온 러시아 인터걸들의 매춘 행위를 모를 턱이 없지만 눈감아 주는 것이다. 자국 인구 20만 명의 4배나 되는 외국인 80만 명이 술과 여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요즘 러시아 인터걸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거리에 하나 둘 중국식당이 생기더니 중국아가씨들이 속속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아가씨들은 훨씬 더 조직적이다. 아파트 한 층을 통째로 세내 ‘마사지 팔러’를 만들고는 창 밖에 붉은 등을 달아 놓는다.
보드카만 마시다 새로운 술 마오타이 맛에 빠졌다고나 할까. 세계 각국에서 온 무역상들은 붉은 등 아래로 몰려든다.
더구나 중국 아가씨들은 가격 파괴로 러시아 인터걸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인터걸들은 콧대 높게 고수하던 200달러에서 대폭 할인으로 맞서지만 역부족이다.
치열한 러·중 2파전이 불꽃을 튀기는 판국에 놀랍게도 우리의 연변 아가씨들이 아즈만에 상륙했다.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인즉슨, 인터걸이나 홍등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줌마 부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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