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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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시장
텅 빈 시장을 밝히는 불빛들 속에서

한 여자가 물건을 사들고 집으로 간다.

집에 불빛이 켜 있지 않다면

삶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밤 시장,



얼마나 뜨거운 단어인가!

빈 의자들은 불빛을 받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밤은 깊어가는데 아무도 오지 않고

빈 의자들은 깜빡거리며 꿈을 꾼다.

밤 시장을 걷다보면

집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가장 쓸쓸한, 뜨거운 빈 의자들과 만난다.

텅 빈 상점 안을 혼자 밝히고 있는

백열전구 속 필라멘트처럼

집을 향해 오는 이를 위해

불꽃이고 싶다.

삭힐 수만 있다면 인생의 식탁을

풀처럼 연한

그런 불꽃으로 차리고 싶다.

밤 시장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예술전문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저서 :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산문집 ‘저녁의 무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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