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러너들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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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들의 저녁
입이 벌어진

하얀 운동화 같은 얼굴로

너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내딛는다

벚꽃이 피고 있는



건너편 102동까지

학교를 나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한 운동장까지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공평함을 위해

너는 가까워진다

흐리고 비가 올 듯한 저녁

지상의 오늘과 이별하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네가 선택한 건 처음의 자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세

러너들의 저녁
하재연

1975년 서울 출생

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라디오 데이즈’


구름을 밟기 위해 굽히는

너의 무릎

무릎의 무늬

그런 것들이다

땀 냄새로 공기 중에 녹아드는 것

오른 주먹 다음에

왼 주먹이 오는 것

네 숨소리를 지우는 다른 숨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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