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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 산천어매운탕

괴짜사공이 건져 올린 얼큰한 맛의 노래

소설가 이외수 산천어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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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에 가면 ‘격외선당(格外仙堂: 신선들이 격의 없이 노니는 집)’이 있다. 낚시광인 집주인이 고기를 많이 잡은 날이면 매운탕으로 동네잔치가 열린다. 흥겨움에 주인장 ‘으뜸애창곡’이 빠질쏘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길 나그네 길, 찬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
소설가 이외수 산천어매운탕
온갖 기행과 파격으로 국내 예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3대 기인(奇人). 이들 중 시인 천상병(千祥炳)과 걸레스님 중광(重光)은 세상을 떠났고, 이제 소설가 이외수(李外秀·58)만 남았다.

이외수의 기행은 잘 알려져 있다. 여기저기 술 구걸 다니면서 마셨다 하면 무박삼일이요, 취하면 개집이나 쓰레기통에서 잠을 잤다. 행색은 차마 말 못할 정도. 때에 전 긴 머리에 닦지 않아 누런 이, 세수는 1년에 서너 번 할까 말까, 깎지 않은 손톱 사이에 낀 새카만 때…. 집필을 시작하면 방문을 밖에서 걸어잠그도록 한 뒤 몇 년씩 틀어박혀 글을 썼다. 장편소설 ‘벽오금학도’ ‘황금비늘’이 그런 산고를 겪으며 만들어졌다. 그런 탓일까. 그에겐 ‘타고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극찬보다 ‘광인’ ‘신이 만들어낸 최후의 사기꾼’ ‘시를 쓰는 거지’ ‘거리의 부랑아’라는 표현이 여전히 더 잘 어울린다.

“그땐 그런 이상한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어요. 지독한 가난, 그리고 예술에 무관심한 사람들 때문에. 지금은 운전도 하고 컴퓨터도 하면서 남들과 똑같이 살아요. 옛날처럼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면 복창 터져 죽습니다. 꼬박 9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그게 좋은 게 아니더군요. 그때 내가 있던 자리는 산에 비유하면 꼭대기였어요. 아무리 산을 잘 타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꼭대기에서 사는 사람은 없어요. 공부의 완성은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죠.”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 것이 바로 공부의 완성단계라는 게 오랜 고통과 방황 끝에 내린 그의 결론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001년 6월에 문을 연 ‘격외선당’이다. 오랫동안 꿈꿔온 자신의 집이자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사랑방’. 이외수는 이곳에서 장편 ‘괴물’과 산문집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뼈’를 잇달아 출간했다. 최근엔 사라져가는 ‘이 시대의 낭만’을 찾기 위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이 시대의 낭만, 도시적 낭만이 소멸돼 가는 것 같아요. 낭만이란 ‘멋’인데 요즘 그게 사라져가는 거죠. 그래서 소설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낭만은 어떤 것일까 모색해보려고 해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초등학교 4학년짜리 꼬마, 부모로부터 닭갈비집을 물려받아 매일 토막나는 닭들의 비극적 종말을 노래하는 시인, 그 시인이 끈질기게 쫓아다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 행글라이더를 타는 여자 등이 그가 준비하는 소설의 주요 인물이고, 주인공 인터넷 폐인은 내레이터다. 이외수는 요즘 이들과 함께 깨어나 생활하고 잠든다.

그의 기상시간은 오후 3시.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독자들이 보내온 질문이나 상담에 성심껏 답한 뒤 찾아온 손님들과 차를 마시거나 바둑을 두면서 오후를 보낸다. 집필은 날이 어두워지면서부터 시작해 다음날 아침 10~11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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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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