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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고르기 ‘화려함’보다‘조화’

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넥타이 고르기 ‘화려함’보다‘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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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고르기 			 ‘화려함’보다‘조화’

넥타이는 정장의 일부다. 재킷, 셔츠와 어울리는 정도가 넥타이의 선택포인트다.

타이를 살 때는 진열 상태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 즉, 타이의 색상, 디자인, 원단, 폭, 사이즈가 내가 가지고 있는 슈트나 재킷과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받쳐 입을 옷에 직접 대보는 것이다. 기억력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멋있다고 해서 사버린 그 타이가 자신의 옷장에 있는 슈트와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아치’와 ‘딤플’

타이를 살 때 슈트나 재킷을 입고 있지 않다면, 번거롭더라도 매장에서 자신의 옷과 가장 비슷한 옷을 찾아 타이를 대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슈트나 재킷, 셔츠들과의 조화 여부가 넥타이 선택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남자의 옷을 사는 것은 집안에 들여놓을 가구를 사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새 가구는 내 마음에도 들어야 하지만, 이미 집안에 있는 다른 가구들과도 어울려야 하니까.

역사적으로 타이는 그 사람이 소속된 집단을 표시하기 위해 태어난 제품이었다. 기원전 중국 군대나 로마시대 보병들에게서도 비슷한 흔적이 나타나지만, 현대적 의미의 타이는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의 크로아티아 용병들이 목에 두르던 스카프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초창기의 타이는 남성복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한층 정교해졌는데, 슈트나 재킷 등이 영국의 군대식 복식으로부터 진화했듯이 넥타이를 구성하는 디테일도 군대나 클럽, 학교 등 착용자들 간의 연대나 공통의 문화적 코드를 보여주는 특성을 가졌다.

넥타이 고르기 			 ‘화려함’보다‘조화’

넥타이을 맬 때는 ‘아치’와 ‘딤플’을 기억해야 한다. 매듭 아래 잡힌 홈인 ‘딤플’과 볼륨 있게 튀어나온 ‘아치’는 슈트차림에 생기를 더한다.

이를테면 유럽 신사들이 가장 즐겨 맨다는 스트라이프 무늬인 레지멘탈(Regimental)은 과거 영국의 군 소속 부대들을 별도로 상징하기 위한 일종의 트레이드마크였으며, 스포츠를 함께 즐기던 회원제 클럽들은 테니스 라켓이나 동물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클럽 타이를 통해 소속원들의 신분과 유대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문명이 발전하더라도 클래식 복식에는 상류사회의 귀족문화와 수준 높은 엘리트 군복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내재돼 있으므로 타이 역시 품위와 엄격함, 그리고 절제를 표현해주는 상징으로 접근해야지 오색창연한 색채감의 발산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보면 한국 사회의 이상한 유행인 무난한 비즈니스 슈트에 핑크, 오렌지, 그린 등의 파스텔 톤 프린트 타이를 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타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타이는 결혼식이나 파티에 어울리는 것이므로 비즈니스 상황에는 그다지 맞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좋은 넥타이란 컬러나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슈트나 재킷의 톤과 얼마나 어울리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장인의 섬세하고 능숙한 손길로 제작하는 최고급 맞춤 슈트에 어울릴 만한 타이는, 겉으로 보아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을 실제로 매보았을 때만 확인할 수 있는 내부 구조에서 차별화된다. 즉,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선택한 타이도 결국 그것을 매는 방식에서 존재감이 완성되는 것이다.

타이를 선택하기 전에 그 타이를 직접 매본 후 매듭이 얼마나 강건하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하루를 보낸 후 그 타이를 풀어 걸어두었을 때 자연스럽게 본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이런 퀄리티와 특성을 가진 타이는 흔하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부단히 타이를 매보면서 좋은 타이를 찾는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완벽한 타이를 가슴 위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아치’와 ‘딤플’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테크닉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딤플(dimple)은 타이의 매듭 중심부 바로 아래 원단이 접혀 들어간 홈을 뜻한다. 딤플을 만들어 맨 타이는 고상한 선과 깊이를 드러내는 동시에, 타이의 매듭에 강한 힘을 주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볼륨감이 생긴다. 이 볼륨감 역시 타이의 존재 형태에 관한 핵심적인 법칙인데, 올바르게 맨 타이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앞으로 돌출하는데, 이런 모양을 아치(arch)라고 한다.

결국 좋은 타이란 아치와 딤플이라는 테크닉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런 타이를 매보면 드레스셔츠 사이에서 살아 있는 듯한 무게감을 내는 즐거움을 누리는 동시에, 그것을 풀었을 때도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쉽게 돌아오는 애프터서비스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넥타이를 감식하는 기준과 그것을 올바르게 매는 법칙은 그것을 매는 남성이 직접 고르는 과정을 통해 안목을 높여가야만 체득될 수 있다. 자신이 입을 옷도 선택하지 못하는 남자는 옷 자체를 제대로 입을 수 없듯,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옷장을 결코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 법이다. 상대가 아무리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도 해도.

▼ 남훈_클래식 콘셉트의 셀렉트숍인 란스미어(LANSMERE)의 브랜드매니저다. 서강대 영문과 출신인 그는 삼성그룹 임원, 증권지점장, 마켓리더스클럽 등에서 임원급 남성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복식 가이드를 하고 있다. 성공하는 남자의 이미지를 위한 ‘남자는 철학을 입는다’라는 책을 냈다.

신동아 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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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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