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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김정민 명창의 판소리 울려퍼진 밤, 낮보다 아름다워라

[공연 리뷰] 명창 김정민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강연식 국악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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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3-10-25 09: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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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부터 판소리 ‘흥보가’ ‘적벽가’ 합쳐 22회 완창 기록

    • 친절한 해설 강연에 가요, 민요까지 어깨춤 들썩이며 열창

    • 프랑스·이탈리아 등 해외서 더 열광, ‘공연하자’ 러브콜 쇄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10월 주말 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10월 21일 서울 광진구 한 공연장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정민(54) 명창이 판소리 완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강연식 국악콘서트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이날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은 800석이 모두 찼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악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면면도 다채로웠다. 1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해외 취재진과 외국인 관람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김정민 명창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김정민 명창이 10월 21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강연식 국악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맛있는국악 제공]

    김정민 명창이 10월 21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강연식 국악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맛있는국악 제공]

    박수갈채와 환호성 일으킨 판소리의 힘

    국악 콘서트는 흥겨운 사물놀이로 막을 열었다. 꽹과리가 울릴 때마다 심장박동이 요동쳤다. 김 명창은 경기도와 전라남도의 대표 민요부터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심수봉, 주현미 등의 히트 가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목청을 울렸다.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만큼 흥겨운 음악도 있었고,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구슬픈 노래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감흥을 불러일으킨 무대는 김 명창의 전공인 판소리를 할 때였다. 그는 ‘심청가’에서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과 ‘흥보가’에서 흥보가 부자로 거듭나는 장면 등을 판소리로 선보이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관객은 판소리를 들으며 얼쑤, 좋다, 잘한다 같은 추임새를 연발했다. 외국인들의 감탄사도 터져 나왔다.

    공연 말미에는 트로트 가수 박현빈, 후니용이 듀오의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김 명창은 박현빈과 듀엣으로 트로트를 불러 흥을 키웠다. 그가 판소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른 이유는 하나다.

    “판소리만 한다고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거예요. 직접 들으면 판소리처럼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이 또 없거든요. 판소리와 국악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작은 힘이나마 국악의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김정민 명창(오른쪽)이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듀엣으로 노래하고 있다.[맛있는국악 제공]

    김정민 명창(오른쪽)이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듀엣으로 노래하고 있다.[맛있는국악 제공]

    이탈리아 3대 극장 전석 매진시킨 인간문화재

    김정민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다. 소리꾼이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국악에 심취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하며 가야금 연주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판소리를 전공하기 시작했다. 중앙대 한국음악학과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가며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홍보가’ 보유자인 명창 박송희 선생으로부터 ‘흥보가’와 ‘적벽가’를 사사했다. 1994년에는 영화 ‘휘모리’에 출연,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기도 했다.

    판소리 완창 공연을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김 명창은 주로 남자가 부르는 ‘흥보가’ ‘적벽가’로 한국뿐 아니라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로마·피렌체·베네치아에서 판소리 완창을 선보였다. 공연 시간은 3시간이 넘는다. 공연 중 그가 암기해 읊어대는 단어는 3만 개가 넘는다.

    그렇게 지난 10년 동안 22회의 완창 공연을 해냈다. 지난해 6월 3일 ‘적벽가’ 완창에 도전한 이탈리아 ‘테아트로 달 베르메’ 극장에서 한 공연은 티켓 예매 반나절 만에 1436석 전석이 매진됐다. 이후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펼쳐진 ‘판소리 4바탕 4대목’ 공연도 모든 객석이 들어차 유럽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김 명창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함께 공연을 하자는 제안이 계속 들어온다”며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판소리에 더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소망을 밝혔다.

    “국악은 직접 현장에서 들으면 그 에너지와 감동이 어떤 음악보다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K팝 못지않은 경쟁력이 판소리에 있습니다. 판소리를 한 많은 노래로 잘 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흥겨운 음악이 정말 많아요. 판소리와 국악을 접할 기회가 너무 없는 것이 문제예요. 20년 넘게 국악을 전공한 제자가 엉뚱한 일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국악이 설 무대와 국악인이 일할 자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국악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합니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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