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보다 은행 지원 방법이 더 중요
- 부실자산 매각 손실, 자본 확충 필요
- 달러가치 하락 통해 미 무역적자 해소 급선무
- 미 금융기관, 공적자금 지원받자마자 ‘뱅크 런’ 위험
상원에서 수정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에 관해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다만 당초 납세자 보호 미흡을 이유로 법안을 부결시켰던 미 하원의 체면을 고려해 예금기관 파산 시 예금보호 상한액을 기존의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서너 가지 세금혜택 연장 및 확대조치 등을 추가했다. 아울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은행 등 금융기관의 보유자산에 대한 시가 회계기준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이런 추가조치는 사실상 부실 금융기관 구제와는 별 상관이 없다. 하원 달래기를 위한 일종의 ‘정치 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7000억달러 종합구제금융법안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매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금방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 7000억달러로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공적자금 투입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난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7000억달러 종합구제금융대책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합구제금융대책이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자본잠식
종합구제금융대책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파산 위험에 처한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부실 구조를 대차대조표로 간단히 모델화해보기로 하자(표 1).
설명의 편의를 위해 표에서는 대차대조표상 자산 항목의 합계를 100, 부채 합계를 90, 자기자본을 10이라고 가정했다. 먼저 자산 항목을 보면 건전자산이 40에 불과한 반면, 비유동성 부실자산은 총 60으로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심각한 부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채 항목을 보면 미국 내 민간 투자자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 50이며, 해외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40이나 된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은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후 계속된 투자손실 계상으로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증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반영해 자기자본을 10으로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장부상 가격으로는 대차가 일치고 있지만 시장가격 면에서는 부실자산이 60이나 된다. 부실자산의 실제 시장가격 여하에 따라 심각한 자본잠식 내지는 채무초과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확정된 종합구제금융법안은 바로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60을 매입해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함으로써 금융시장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기관은 과다한 부실자산을 떠안고 있어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 등의 금융신용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된다. 종합구제금융법안은 한마디로 이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 재무부가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금융위기가 금방 해소될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 후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자(표2). 눈치 빠른 사람은 이를 보자마자 금방 문제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가령 미 재무부가 자산관리공사(RTC)를 설립해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60을 역경매(reverse auctions) 방식으로 40에 매입한다고 해보자. 그 경우 부실자산 60은 미 재무부 소유로 바뀐다. 반면 글로벌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60을 매각하고 40의 현금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은 20의 부실자산 매각 손실이 발생한다. 즉 자산매각 손실 또는 투자 손실을 계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부실자산 매각손실 20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감당할 자기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자본은 10밖에 없는 상태다. 즉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실자산 매각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의 감춰진 자본잠식 상태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들 글로벌 금융기관의 주가 폭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위기를 막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이 자본 부족과 주가 폭락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증자 등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과연 이들 글로벌 금융기관에 거액의 자본을 선뜻 내놓을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해외 투자자가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에 출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소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할 사람이 없다.
문제는 매각 손실과 자본 부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종합구제금융법안이 실패로 끝날 이유는 또 있다. 표2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매각대금 40과 기존의 건전자산 40을 합해 총 80의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차입금은 여전히 90으로 변함이 없다. 즉 자산을 초과하는 채무가 10이나 된다. 어떤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부실자산을 최소한 50 이상의 가격으로 매입해주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기관은 채무 초과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총 투자손실 파악이 중요
부시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을 구제한다는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완화하기 위해 이번 법안에서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역경매 방식이다. 역경매 방식이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자 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부실자산 매각 가격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금융기관 순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글로벌 금융기관의 암묵적인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글로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부실자산 매각 가격을 장부가격에 가까운 수치로 써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년간에 걸쳐 7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금융기관은 1차 경매에서는 유찰을 각오하고 가능한 한 최소의 부실자산을 장부가격에 가까운 가격으로 입찰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높게 낙찰된 가격을 기준으로 2차 경매부터 거액의 부실자산을 매각하려는 계산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부실자산을 매각하든 장부가격 이하로 매각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상당부분은 회수 불가능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자산 가치를 보존하고는 있지만 금융시장의 심리적 위축으로 유동성이 크게 떨어져 현금화가 어려운 수준의 부실자산은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중 상당수는 서브프라임 론과 잠재적 부실 위험이 높은 알트에이(Alt-A·서브프라임보다는 높지만 우량 등급인 프라임보다는 낮은 중간 등급) 관련 자산이다. 이들 부실자산은 모두 미국 주택가격에 연동돼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할수록 이들 부실자산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들의 실제 시장가격은 대략 장부가격의 50% 전후 수준이다. 이 경우 표2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60의 매입 가격은 30 이하가 된다. 이로부터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기관의 손실 대부분을 떠안아주지 않는 한 단지 공적자금 투입 액수의 크기만으로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7000억달러를 투입하든, 1조달러를 투입하든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문제 해결의 핵심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 가격을 얼마로 해주느냐가 문제 해결의 열쇠인 것이다. 즉 공적자금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 하는 투입 방법이 문제이다.
결국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기관의 손실 대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부실자산을 가능한 한 장부 가격에 가깝게 매입해주는 것만이 금융위기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의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을 염려해 이번 종합구제금융대책 시행과 관련해 미 재무장관이 행한 모든 의사결정은 어떤 감사나 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복선을 깔아뒀다.
결국 문제는 다시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총 투자손실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추정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여하에 달려 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수록 확대된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한 공적자금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관련 투자손실 규모를 대강 추정할 수는 있다. 올 6월 말 현재 미국 전체 금융기관의 주택모기지 대출이 12조달러를 넘었다. 또 주택 가격은 버블 정점 가격을 기준으로 20%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2조40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3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조6000억달러의 담보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지대출 차입자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만큼 담보 증액을 추가로 요구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추가 담보제공 능력이 없는 사람은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식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위상 추락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까지 이미 500만 호 이상의 주택이 차압되거나 연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 감안하더라도 대략 1조1000억 달러 이상 부실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담보가치 하락분 2조4000억달러의 46%가량이 부실화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담보가치가 3조6000억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부실자산 규모는 그 절반인 1조8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은 미국 전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고 금융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구제금융대책을 실패로 몰아갈 수 있는 세 번째 이유가 남아 있다.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나 모건스탠리, 보험회사 AIG가 단기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하거나 파산 위험에 내몰린 것은 이들 기관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계속 환매나 채권 상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기 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 이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투자자금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이 단기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오겠는가.
최근 미 재무부 관리가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와 관련해 전례 없이 일본 민간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개별적으로 환매 자제를 요청했다.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투자자들이 얼마나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지를 시사해주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는 이번 법안이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게 아니라 환매나 상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환매나 상환 요구가 계속되다 보면 글로벌 금융기관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어떻게 될 것인지 표3을 이용해 설명해보기로 하자.
글로벌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60을 미국 정부에 40에 매각하여 현금 40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기다린 투자자들은 곧바로 이들 금융기관에 채권상품 환매나 차입금 상환을 요구한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을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상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들 글로벌 금융기관에는 부실자산 매각 손실에 따른 자본 부족 10과 채무 초과 10에 더하여 건전자산 40만이 남게 된다. 즉 자산 규모가 대폭 축소돼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마디로 폭삭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태는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겠다는 이번 법안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을 이용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함으로써 글로벌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회복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게 이번 법안의 당초 의도였다. 그러나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이 글로벌 금융기관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차입금 상환으로 나가버린다면 원래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번 대책이 구제금융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 환매나 차입금 상환 요구가 쇄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유로화권이나 일본, 영국 등 각국 중앙은행 그리고 정부계 펀드에 대해 환매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달러 외환을 많이 보유한 아시아 국가의 협조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 중 중국의 협조 여부는 미지수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실을 각오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환매를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 투자자나 외국의 민간 금융기관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 민간 투자자에게 환매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강요할 수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 투자자들의 환매나 상환 요구가 쇄도한다면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은 그대로 미국 내 민간투자자와 외국의 민간 투자기관으로 흘러 나가고 말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 이번 미국 정부의 종합구제금융법안은 생각만큼 쉽게 금융위기를 해소해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법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물밑에 감추어져 있던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각 손실과 그에 따른 자본 부족, 그리고 채무 초과 등이 수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대규모 자본 보강을 하지 못하게 되면 또다시 주가 폭락을 피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부실자산을 장부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매입해주지 않는 한 채무 초과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다. 마지막으로 투입된 공적자금이 그대로 투자자들의 채권 상환으로 빠져나가버리고 글로벌 금융기관은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도 높다.
종합구제금융법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의 경우나 AIG처럼 결국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금융기관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길밖에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같은 증권사에게 은행지주회사 면허를 승인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FRB의 직접 관리하에 두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파산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사실상의 국유화 전 단계 조치가 내려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충분한 유동성 공급이 필수적
부실자산 처분에 따른 기존 주식의 소각과 대규모 자본 보강, 그리고 환매 쇄도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 공급만이 금융위기를 수습할 해결책이다. 달러화 가치의 대폭적인 하향 조정도 필수적이다. 달러화는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등에 대해 20% 이상 대폭적인 조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구조적인 쌍둥이 적자에 의한 달러 유동성 공급 과잉이다. 이런 점에서 달러 가치 하락은 이를 해소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미국의 교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달러가치 하락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이 경제의 한 부분이라면 추락하는 것 역시 경제의 또 다른 한 부분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가 버블이 생기듯 날개 없이 계속 추락하기만 하면 경제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추락할 때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다만 어느 선에서 누구의 희생으로 어떻게 제동을 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정책 과제다. 올라갈 때에는 모두가 득을 본다고 착각하지만 내려갈 때에는 생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이제 내리막길의 서막을 지나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법안으로 제동을 건다고 해도 아직은 높은 위치에너지 때문에 내려가는 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역시 위기 상황이다. 최대 위험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상황은 90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당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한때 ‘위기는 기회’라는 주장으로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정권 출범 전부터 그런 무책임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는 그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올 봄에라도 손절매하고 빠져나왔더라면 손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대통령이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는 각서라도 써주지 않는 한 당분간 위험한 투자는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