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는 1998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세계 8위(생산 대수 기준)의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대로 치솟아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구축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2000년 ‘왕자의 난’ 끝에 자동차 소그룹을 이끌고 밀려나듯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왔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차를 위기 직전에 구해낸 셈이 됐다. 그후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표류로 경영난에 빠져들었지만, 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차는 ‘불똥’을 피해 순항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내수 77만대, 수출 105만대 등 총 182만대를 팔아 창사 이래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2001년보다 10%나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도 내수 43만대, 수출 58만대 등 101만대를 팔아 처음으로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현대의 대표 수출 차종인 싼타페와 쏘나타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매달 판매고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대는 최근 3∼4년간 지속된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증가와 국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힘입어 해마다 1조∼2조원의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현금성 자산이 4조3300억원에 이른 데 비해 부채는 3조7300억원으로 줄어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돌입했다. 외형만 키운 게 아니라 속살도 탄탄하게 채운 것이다.
이런 실적에 자신감을 얻은 현대는 2010년까지 연 생산능력을 500만대(기아 포함) 규모로 키워 세계 5위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 과잉, R&D 비용 증가, 부품업체와 딜러들의 대형화에 따른 완성차 업계의 교섭력 약화 등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인수·합병으로 대형화를 시도해왔다. 이에 따라 향후 5∼6개의 글로벌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현대가 영광스런 ‘생존자’의 대열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표1] 참조).
쉬운 목표가 아니다. 세계 8위까지 온 것이 ‘질주’였다면, 5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은 ‘도약’이다. ‘날개’를 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글로벌 톱5’로 도약하려는 현대에겐 다섯 가지 고민거리가 있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위기를 초래하겠지만, 잘 대처하면 오히려 날개를 달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