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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적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쾌도난마

“시험공부 끝낸 친구(美) 꾐에 책 덮고 따라가는 ‘바보’ 돼서야…”

‘논쟁적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쾌도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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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제구조 다른 20개국, 환율 조정만으로 무역 불균형 해소 힘들어
  • ● G20 개발 의제에 목소리 높인 공은 인정… 문제는 옳은 얘기만 나열한 점
  • ● 미래 산업 발전 저해할 한미 FTA
  • ● 불온서적 지정보다 화나는 건 저서 둘러싼 진지한 논쟁 없는 것
  • ● 추상적 이론 연구자 대접하면서 사례 연구 학자는 천시하는 한국 경제학 풍토
  • ● “후진국에선 제 책 복사해 돌려보라고 해요”
‘논쟁적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쾌도난마
‘세계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경제학자 장하준(47)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at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이 신간은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최대 외교 이벤트 ‘2010 서울 G20 정상회의’의 막바지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을 무렵 한국 독자에게 던져졌다. 교보문고 웹사이트에 마련된 G20도서 코너에서 이 책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자 장하준 교수를 만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이날 800년 된 중세 도시 케임브리지의 길바닥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사납게 흩뿌리는 비바람에 젖은 낙엽이 무수하게 엉켜 스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서울에서는 G20 행복 무드가 절정에 이르던 11월8일이었다.

▼ 서울 분위기는 무척 들떠 있더군요.



“글쎄요. 동네서 잔치하면 기분 좋은 것은 사실이죠. 그런 면에서 이해는 가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잘나서 (G7 회원국이 아닌 나라 중) 가장 먼저 개최권을 딴 것이 아니고 어떻게 순번이 돌아오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거든요. 게다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걸 통해서 세계무대 주역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죠.”

순번 돌아와서 개최한 G20

▼ 중국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들어 돈 풀어서 다른 나라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정책이 문제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라는 것도 환율 조작이나 다름 없거든요. 중국이 환율 페그(peg·연동)해서 (위안화 가치를) 못 올라가게 하는 거나 미국이 돈 풀어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나 다 똑같은 짓이라는 거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 있잖아요?”

▼ 미국은 한걸음 나아가 애초부터 경상수지 목표치를 설정해서 인위적으로 관리하자고 했는데요. 실현 가능성과 효과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중국이 흑자가 막 쌓여서 어느 한도에 이르면 그 다음부터는 수출을 안 한다는 건가요? 제가 찾아본 바로는 구체적 제안이 없어요.”

▼ 과거에도 자율규제 같은 방식으로 무역수지의 균형점을 찾아간 역사적 경험들은 있지 않습니까?

“그건 (개별) 산업 차원에서 시행했던 거죠. 일본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니까 수출 자율규제라는 조치를 내세웠어요. 그런데 말만 자율이지 결국 이것도 (수입국과) 사전에 한도를 정해서 하는 거예요. 특정 산업에서는 지표가 보이니까 이런 방식이 가능해요. 한 해에 일본 차 몇 만대 이상 못 들어온다고 정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수천만 가지 상품을 생산하는 수백만 개 기업의 거래를 모두 모아놓은 것이 무역수지인데 그걸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 환율과 무역수지 조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건가요?

“경제 구조가 서로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환율 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환율을 통해 효과를 보려면 과거 일본이 했던 것처럼 1년에 두 배, 세 배 평가절상하던가 해야 하는데 결국 일본이 그것 때문에 거품 생겨서 망했잖아요? 그러니까 중국은 내심 ‘우리도 일본 꼴 날 수 없다’고 다짐하면서 절대 그렇게 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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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성기영│워릭대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sung.ki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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