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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걸 깨는 게 진짜 챌린저”

고객 수익으로 직원 평가…주진형 한화증권 대표

“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걸 깨는 게 진짜 챌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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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력 비상한 천재’

“변하지 않는 시스템 그걸 깨는 게 진짜 챌린저”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 본사.

주 사장과 관련된 취재에 황 전 회장은 흔쾌히 응했다. 그는 주 사장을 “별난 인간, 그러나 개혁가 기질과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 총평했다. 그는 “주 사장이 내놓은 정책은 이미 2001년 삼성증권에서 나와 함께 시도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내가 삼성증권 사장일 때, 이건희 회장께 ‘삼성의 간판을 달고 고객의 눈물로 밥을 지어 먹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증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토록 하는 것이 삼성의 역할이다’라고 보고했다. 고객과 회사의 이해가 상충하는 회사치고 영속하는 회사가 없다고도 말씀드렸다. 보고를 받은 뒤 이 회장은 ‘그럼 왜 다른 회사는 그렇게 안 하냐’고 물었다. 나는 ‘다른 회사는 먹고살기가 급합니다. 직원들 월급 주기 바빠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뒤 이 회장께서 눈을 꿈뻑꿈뻑 하더니 ‘실적이 많이 빠져도 괜찮으니 생각대로 해봐’라고 했다. 당시 주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증권사가 나오게 됐다’며 펄펄 뛰고 좋아했다. 삼성증권은 그 후 법인영업에서 자산관리 중심으로 아예 업태를 바꿨다.”

▼ 어떤 식으로 변화를 시작했나.

“우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너는 왜 증권사에 다니냐’ ‘고객과 너의 관계는 뭐냐’ 이런 걸 물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고객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본인이 추천한 종목이 어떻게 되든 수수료만 챙기고 있는 자기 모습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약정금액은 따지지 않고 고객의 수익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주 대표처럼 매도 리포트를 낸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 의무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내도록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낼 필요는 있지만,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무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주 사장이 한다. 다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엄두를 못 내는 일이다. 삼성증권에서 개혁을 할 때도 업계에선 ‘어디 잘되나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삼성증권을 필두로 많은 증권사가 자산관리 중심으로 경영 형태를 완전히 바꿨다.”

▼ 주진형 대표에 대해 인물평을 한다면.

“분석력이 비상한 천재다. 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옳은 소리를 좀 싸가지 없이 한다고 할까.(웃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사장인 나에게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댔던 사람이다.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조직을 위해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사람이어서 내가 존중하고 좋아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잘 벼린 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주 대표의 고등학교 친구다. 2년 동안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같이 다녔다. 주 사장을 가장 잘 아는 친구 중 한 사람. 이 전 행장은 주 사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이 듣기 좋든 싫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다. 때가 덜 묻었다. 잘 벼린 칼이라고 할까. 가까이 두고 뭔가를 배우겠다고 생각하면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원래 옳은 일을 할 때 안 되는 이유나 변명을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옳은 일을 할 수 없다. 주 사장은 변명을 찾으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늘 정공법으로 상황을 돌파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주 사장과 가깝다. 서울대 경제학과 77학번인 주 사장은 1978년 정 전 총리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선후배이자 사제로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 정 전 총리가 주 사장의 부친인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의 제자라는 점도 인연이 됐다. 주종환 교수는 경실련 고문,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낸 인물. 주 사장은 정 전 총리가 1987년 만든 금융연구회(현 금융연구센터)의 주요 멤버로도 활동한다. 정 전 총리는 주 사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바르고 창의적인 사람이다. 또 직선적이고 까칠하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가로도 유명한 부친을 꼭 닮았다. 나에게 직언직설을 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바른말을 해주니 좋다. 작년 말 한국증권산업 현황에 대한 세미나를 할 때도 주제발표를 맡겼는데, 아주 잘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니 이해하기도 쉬웠다. 경제 전반에 대한 자기 식견이 분명한 사람이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식 전 의원은 “선비 같은 자세, 일본 사무라이 같은 치열함, 서구적 합리성을 골고루 갖춘 인간이다. 국회의원 시절 나의 중요한 경제 분야 멘토였다”라고 그를 평했다.

“한화증권에서 주 사장이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지, 어떤 논란이 있는지 잘 안다. 나는 ‘주진형답다’고 생각했다. 주 사장은 다들 옳다고 생각하지만 용기가 없어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공적인 책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합리한 요소를 보면 참지 못한다. 그리고 그걸 바꾸려고 노력한다. 평소 경제수석감이라고 생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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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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