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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당일 생산, 당일 소비

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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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 강찬순 씨 농가에서 기자가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할 토마토를 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우리 농업 및 농촌과 관련해 크게 강조한 건 단 한 가지다. 산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보다 싼 가격에, 신선한 상태로 소비자 식탁에 오르게 하고, 농민이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도록 하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일성으로 이런 지시를 한 것은 그만큼 우리 농산물 유통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산지→수집상(산지유통인)→도매법인(경매)→중도매인→도매인→소매상→소비자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구조는 농민과 소비자의 주머니를 모두 얇게 하고 농산물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물류비용도 많이 들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사실 수십 년간 이어온 이런 먹이사슬을 깨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자급자족이다. 자신이 먹을 농산물을 직접 키우는 것. 요즘 텃밭이나 베란다, 옥상에서 상추나 얼갈이, 오이, 고추 등을 재배해 먹는 사람이 늘고는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품목, 한정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직거래도 소비자 단위가 커지지 않으면 물류비용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로컬푸드가 필요한 까닭

지난해 3월 신용사업부문과 경제사업부문을 분리하고 개혁에 들어간 농협중앙회가 가장 역점을 둔 정책도 복잡한 유통단계의 축소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5~6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농민→농협 도매물류센터→소비자로 간단하게 만드는 것. 전국에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같이 도소매를 동시에 하는 대단위 도매물류센터를 세운다는 계획 아래 이미 경기 안성시에 도매물류센터가 지어져 8~9월 중 개장할 예정이고, 2015년까지 경남 밀양시와 전남 장성군, 강원, 제주에 물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두 번째는 직거래다. 농협중앙회는 대도시 농협이 운영하는 직거래장터를 올해까지 기존 62개소에서 107개소로 늘리고 1000㎡(300평) 이상 하나로마트 212개소에 직거래 장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다음은 로컬푸드. 농축산물을 해당 지역 주민이 신선한 상태로 사서 먹는다는 개념으로, 어떻게 보면 지역 단위의 자급자족이다. 산지 농민은 자신이 키운 농축산물을 직접 포장해 로컬푸드 직매장에 진열해놓고 농협은 판매와 정산만 담당하는 구조다. 재고관리도 농민이 직접 한다.

로컬푸드는 지역주민 처지에선 매일 싸고 신선한 농축산물을 먹을 수 있어 좋고, 농민은 경매로 출하할 때보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좋다. ‘홍수출하’로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해도 로컬푸드 농가는 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 기근이나 홍수로 농축산물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대부분 직매장 반경 50km 내에 산지가 위치해 물류비용도 적게 든다. 이 덕분에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어 지구를 살리는 농업 방식이란 평가를 받는다. 농축산물 가격 결정을 생산자인 농민이 하고 소비자와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평가 및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실 로컬푸드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회운동의 하나였다. 환경을 보전하고 식품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지역농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차원에서 비롯된 로컬푸드 운동은 미국에선 농민이 정해진 날짜에 인근 도시 내 특정 장소로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갖고 나와 판매하는 ‘농민장터’와 학교급식이 주류를 이룬다. 직매장 형태는 일본에서 유행한 것으로 이미 2만여 곳을 넘는다. 우리나라에선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농협이 초기 단계로 실시해왔다. 소비자가 지역생산자와의 계약을 통해 계약 기간에 제철 농산물을 배달받는 ‘제철 꾸러미 사업’과 직매장 방식은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엔 완주군 용진면 농민 350명이 생산한 농산물을 ‘일일 유통’을 원칙으로 파는데, 매장 개장 후 총매출액은 월평균 9.3%, 고객 수는 월평균 4.2%씩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월 기준 총매출액은 9억4000만 원, 총 고객 수는 3만58명이다(용진 하나로마트 포함). 고객의 80% 이상은 인접한 전주시 주민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없는 농축산물은 2층 하나로마트에서 살 수 있어 많은 대도시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한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사업에선 수확부터 포장, 운송, 가격 결정, 매장 진열까지 모든 과정을 생산 농민이 담당한다. 가격은 생산 농가가 경매가격과 인근 소비지 시장가격 등을 참고한 후 직접 결정해 바코딩 작업까지 한 뒤 상품을 매대에 진열하는데, 매장 CCTV와 연결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재고를 확인해서 모자라면 다시 농축산물을 가져다놓을 수 있게 해놨다. 전날 출하한 물량을 재출하하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물량을 출하하면 직매장 판매가 금지된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을 지켜본 농협중앙회는 각 지역 농협별로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을 희망한 곳만 35개에 달한다고 밝힌다. 농협은 올해 내로 이 중 20개소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엔 50개소, 2016년엔 100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 과연 우리 농촌에서도 로컬푸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올해 4월 2일 문을 연 경기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기로 했다. 농축산물의 수확, 포장, 운송, 가격 결정, 매장 진열, 판매, 식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동행 취재하기로 한 것.

친환경 신선 직거래로 소비자, 농민 함께 웃다

김포시 북변동에 자리 잡은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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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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