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낙농축협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왼쪽)과 섬유질배합사료(TMR) 공장.
‘농업이 가진 홍수 조절, 토양 보전 등 공익적 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해 농산물을 생산하며, 환경을 보존하면서 소비자에겐 건전한 식품을 공급하고 생산자인 농업인에겐 소득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종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농업’.
다소 장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친환경농업엔 그 개념만큼이나 다양한 유형이 있다. 예컨대 오리나 우렁이를 논에 풀어 잡초를 먹게 하고 그 뿌리까지 제거하거나, 참게나 지렁이를 길러 이들이 흙속을 파고들어가 농작물의 생육을 돕게 하는 등 동물을 이용한 농법, 일반 농약 대신 유기농약을 만들어 뿌리거나 천적을 활용해 병충해를 없애고 토양 및 수질 오염을 막는 등 그 방법은 각자 처한 농업환경에 걸맞게 다채롭다.
식량 증산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1960~70년대 이후, 병충해를 막기 위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은 한동안 ‘필요악’이었다. 당장은 좋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논밭은 산성으로 변해갔다. 농작물은 잘 자라지 못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유익한 미생물이 살 만한 토양 조건을 잃었다. 토양을 사람에 빗대자면, 미네랄 성분이 부족한 화학비료는 각종 영양소가 결핍된 인스턴트 식품만 섭취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자연히 면역력이 약해지고 병에 걸리기 쉽다. 그런 토양에서 생육된 농작물을 먹은 가축 또한 건강할 리 만무하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른 게 유기농업이다.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생장조정제 등 합성 화학물질을 일절 사용치 않고 유기물이나 미생물 등 자연적인 자재만을 이용하는 농업을 일컫는다.
분뇨의 재발견
유기농업에서 그 중요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건 퇴비다. 풀이나 볏짚, 가축 배설물을 썩힌 거름인 퇴비엔 질소, 칼륨, 인 등의 성분이 포함돼 농작물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하고 토양도 지켜준다. 생태계 보전 의식이 향상되고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양보다 질을 따져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퇴비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퇴비의 주된 원료 중 하나는 가축분뇨. 축산농가 처지에선 끊임없이 배출되는 가축분뇨 처리가 큰 고민거리다. 쇠똥이 땔감이나 거름으로 쓰였던 과거엔 가축분뇨도 훌륭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가축 사육 규모가 확대된 이후론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런 골칫덩이를 복덩이로 탈바꿈시킨 곳이 있다. 충남 당진낙농축협(조합장 이경용, 이하 당진낙협)이다. 당진시 당진읍 원당리에 위치한 당진낙협은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 일원에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이하 자원화시설)과 섬유질배합사료(TMR) 공장을 각기 지난해 10월과 12월 준공해 축산농가에서 수거한 가축분뇨를 유기질이 풍부한 퇴비와 액비(液肥·물거름)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자체 조사료(粗飼料·섬유질이 풍부한 거친 사료로, 소와 같은 초식동물이 먹는 풀사료를 뜻한다) 재배단지에서 수확한 사료작물로 TMR 제품을 생산해 낙농가에 공급한다. TMR은 젖소에게 하루에 필요한 조사료, 농후사료, 무기물, 비타민, 기타 미량 요소 등 모든 영양소가 고루 함유되도록 여러 종류의 사료를 혼합한 것.
당진낙협 자회사인 ‘당진자연세계영농조합’으로 운영되는 이 지역 중심 자원순환농업 시스템은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지속가능한 농축산업 발전을 이끄는 국내 최고의 자원순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자연세계’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말자’는 속뜻을 담았기 때문이다.
낙농가의 ‘효자’
송산·석문 간척지 일원에 조성된 조사료 재배단지.
당진낙협 이종수 전무이사는 “양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자원화시설과 조사료 재배단지, TMR 공장을 연계하는 자원순환농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원화시설에서 생산, 공급되는 퇴·액비에 대해선 경종농가가, TMR 공장에서 만드는 TMR엔 축산농가가 반색하는 분위기다. 둘 다 품질이 좋아서다.
10월 11일 오전 11시, 송산면 삼월리에 자리한 ‘이화목장’. 대표 이재만(65) 씨는 고향인 이곳에서 30년 넘게 젖소를 사육하고 있다. 월평균 소득이 2000만 원을 웃돈다. 갖은 잡일이 많은 게 목장 운영. 그럼에도 최근엔 일손을 크게 덜었다고 했다. 젖소 분뇨를 자원화시설에서 수거해가기 때문이다.
“가축분뇨를 개별 농가가 직접 퇴비로 만들려면 악취가 심하고 관련 시설을 갖추는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 어려움이 큽니다. 그런데 자원화시설 건립 이후론 관내 축산농가의 분뇨 처리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어요.”
이 씨는 “당진낙협 TMR 공장에서 만든 TMR을 사료로 쓰는데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품질이 낮은 TMR은 건초보다 배합사료 함유량이 많아 1년 이상 먹이면 젖소가 대사성 질환에 걸려 비대해지고 산유량도 줄고 새끼를 제때 낳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당진낙협 TMR을 먹인 이후론 산유량이 늘고 체중과다로 인한 젖소 수명 단축 등의 문제점이 사라졌다”고 만족해했다.
이 씨가 330㎡(100평), 165㎡(50평)짜리 축사 2곳에서 기르는 젖소는 우유 생산량이 많은 홀스타인종(種) 45두. 그중 상당수는 바로 옆 방목 초지로 ‘마실’을 나간 상태. 기자는 600~700 kg의 체중에도 ‘조신하게’ 축사를 지키고 있는 ‘젖소부인’들이 먹기 좋도록 조사료를 쇠스랑으로 그들 앞에 밀어줬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 씨가 “폼 안 나네” 한다. 불쑥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려 한다. ‘아, 글씨~ 첨이니 그러쥬.’ 이날따라 유난히 거센 바람에 건초 부스러기와 흙먼지가 자욱하게 인다.
축산농가와 경종농가에 모두 ‘효자’로 통하는 자원화시설과 TMR 공장. 대체 그곳에서 생산하는 퇴·액비와 TMR의 품질이 어느 정도기에 찬사를 연발할까.
조사료도 자급자족
20분 남짓 석문방조제 길을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그야말로 ‘가을날의 동화’다. 높고 짙푸른 하늘, 두둥실 떠가는 구름, 그 아래 펼쳐진 푸르거나 누런 들녘, 논둑길을 지나는 차량 소음에 놀라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다시 논에 살포시 내려앉는 수천 마리 철새….
이곳이 바로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당진낙협 조사료 재배단지다. 2010년 정부로부터 임차한 송산·석문 간척지 일원 256ha의 너른 들판에서 옥수수, 호밀, 수단그라스(Sudan grass) 등 다양한 사료작물을 2모작으로 연간 8000t 을 생산한다. 물론 그 밑거름은 자원화시설에서 만들어낸 고품질 퇴·액비다.
이 재배단지는 외국산 조사료 수입대체 효과도 내고 있다. 해마다 전국 축산농가에 필요한 사료를 충당하기 위해 그 원료로 수입되는 조사료는 무려 100만t. 국내 수요 증가는 물론 중국에서의 수입량 증가로 인해 조사료 수입 가격은 매년 오르는 추세다. 이는 곧 축산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직결돼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조사료 자급 비중을 늘리는 건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는 올해 5월 사료가격 안정대책 등을 내용으로 한 ‘축산농가 경영안정 지원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재배된 사료작물은 축산농가에 직접 공급되거나, TMR 공장의 가공을 거쳐 양질의 TMR로 거듭나 축산농가로 팔려나간다. 지난여름 키 3m에 달하는 옥수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을 그 자리를 지금은 가을 연맥(귀리)이 빼곡이 차지하고 있다. 연맥 역시 11월 말이면 수확돼 TMR 원료로 사용된다. 내년 5월 초면 다시 옥수수가 그 자리를 교대하리라. 쌀 증산을 위해 바다를 메워 조성됐던 간척농지가 다시 가축먹이 원료의 재배지로 탈바꿈했으니 ‘벽해상전(碧海桑田)’이 두 번 이뤄진 셈이랄까.
기자가 ‘이화목장’에서 젖소에게 조사료를 먹이고 있다.
쾌청한 가을날 오후 전원 풍경에 절로 평안한 기분에 젖는다.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모름지기 세상사엔 종종 반전(反轉)이 있는 법. 자원화시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분위기가 수상쩍다.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무당당하게 정면으로 마주하고 다가가는 자원화시설 건물 외관은 무척 깔끔하다.
그런데 건물 한켠에 설치된 3개의 대형 세정탑(탈취시설)에서 정체 모를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와 동시에 뭔가 강한 자극이 콧속을 강타한다. 강하다. 아주 강하다. 그것도 쉴 새 없는 연타다. ‘냄새가 왜 이래?’ 22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불과 이틀 전이다. 그래도 영어 섞인 유행어 한 마디쯤 해야 못 맡아본 이들에게 냄새의 강도를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을 듯싶다. 헐! 서라운드 분뇨 스멜(smell)~.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에요. 요즘 분뇨 냄새 제거 공법을 수산이온(OH-라디칼)수 처리 공법으로 바꾸려 시운전 중인데 어제부터 농도 체크 과정에서 오작동이 발생해 그럽니다. 보통은 냄새를 80%까지 잡아요.”
이종수 전무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면 매월 5000만~6000만 원 드는 악취 제거 비용의 90%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극강의 스멜’
자원화시설은 대지 1만8316㎡(5540평)에 건축면적 1만2038㎡(3648평) 규모로, 퇴비화시설·액비저장조·관리동 등을 갖췄다. 건립엔 자부담 74억 원을 포함, 총사업비 134억 원이 투입됐다.
이곳에선 하루(8시간 가동 기준) 200t의 가축분뇨(분 100t, 요 100t)를 처리해 퇴비 100t과 액비 100t을 생산한다. 올해 2월부터 생산된 퇴비(1등급)는 인근 경종농가에 공급돼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농산물 생산에 사용된다. 액비는 현재 원하는 경종농가의 논밭에 무상으로 살포된다. 살포 작업을 체험하고 싶었지만, 이날은 심한 바람 탓에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곳의 퇴·액비는 유기물 함량이 높고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한 데다, 그 효과가 지속적이어서 화학비료 대신 찾는 농가가 계속 늘고 있다. 토양에 ‘종합비타민제’ 구실을 한단다.
이 전무를 따라 자원화시설 건물 2층으로 이동해 유리벽 너머 1층 발효장에서 분뇨가 고온숙성으로 발효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축산농가에서 수거한 우분(牛糞), 돈분(豚糞), 계분(鷄糞)엔 고온호기성 미생물이 투입돼 60일의 발효기간을 거친다. 이후 선별기로 덩어리를 걸러낸 고형분 퇴비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해 20kg들이 포대에 담겨져 퇴비 제품으로 거듭난다. 액비는 별도의 액비발효조에서 나흘을 보낸 뒤 생산된다.
그런데 유리벽을 통해 보니 좀체 실감이 나지 않는다. 1층의 포장동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좀 성급했나? 포장동 문을 들어서는 순간, 비교적 고등한 동물만이 갖춘 감각이라는 후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단언컨대, 태어나서 맡아본 온갖 냄새 중 가장 강렬하다. 그냥 구린 게 아니다. 마치 홍어 수백 마리를 삭혀 모아놓은 것같이 코 점막을 톡톡 쏘기까지 한다. 머리도 띵하다. 눈도 따끔따끔하다.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와 달리 후각은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다.
기자가 지금껏 맡아본 최악의 냄새는 독수리 냄새다. 2002년 12월 경기 파주시 장단반도 일대에서 힘겹게 겨울을 나던 수백 마리 독수리떼의 냄새, 죽은 동물만 먹는 그들의 월동용 먹이로 놓아둔 소·돼지 사체의 냄새가 섞여 풍긴 독특한 냄새는 수십m 떨어진 곳까지 바람결에 훅 끼쳐왔다. 그런데 필설로 형언키 어려웠던 그 유난한 냄새도 이젠 선두자리를 빼앗길 판이다.
포장동은 바닥도 미끌미끌하다. 곳곳에 분(糞)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다. 그러나 어쩌랴, 피할 수 없다면 밟아라! 동행한 사진기자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기획부 경제전략팀 이용하 과장의 표정이 묘하다. 몇 분 더 지난 뒤 보니 둘 다 거의 울 듯한 표정이다.
TMR 공장 내부(왼쪽). TMR 생산에 필요한 조사료의 포장을 벗기는 기자.
건물이 서해에 인접해선지 강풍은 여전하다. 그래도 바람은 참을 만하다. 냄새는 견디기 힘들다. 지상에서 2층으로, 다시 1층으로 이동하는 동안 냄새가 사람을 쫓아다니는 건 처음 겪는다. 1시간 남짓 독한 냄새로 ‘에어 샤워’를 한 셈이니 머리칼에도 옷에도 냄새가 완전히 배었다. 이러니 손 씻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복무 시절, 재래식 화장실 분뇨 수거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왜 선임병들이 한사코 작업자들을 배식에서 제외했는지.
그래도 마스크를 낄 수 없었다. 혹시 필요할 듯싶어 전날 마스크를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지만, 이곳에서 맨얼굴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해서다.
‘항문’에서 ‘입’으로
다음은 조사료를 원료로 TMR을 생산하는 공장을 둘러볼 차례. 항문에서 나온 것을 보고 바로 이어 입으로 들어갈 것을 만드는 현장을 접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도 문자 그대로 제대로 된 ‘순환’이긴 하다.
TMR 공장은 자원화시설에서 불과 100m쯤 떨어져 있다. 1만9800㎡(6000평) 대지에 건물면적은 8349㎡(1530평). 생산 규모는 하루 200t이다.
이곳은 ‘별유천지(別有天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조금 전의 충격적인 냄새와는 딴판으로 풋내가 코끝을 간질인다. 일면 향긋하기까지 하다. 사진기자와 농협 이 과장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번진다.
TMR 공장의 공정 역시 거의 자동화돼 있다. 밀봉된 조사료의 포장을 벗기고 절단 및 분쇄 작업을 거쳐 발효제와 각종 성분을 배합기에서 혼합한 뒤 포대에 담는 작업으로 그리 복잡해 보이진 않는다. 20kg들이 TMR 포대에 인쇄된 사용 원료 명칭을 살펴보니 당진낙협 조사료 재배단지에서 생산된 조사료를 비롯해 면실, 비트, 연맥, 알팔파베일, 클라인, 맥주박, 생균제, 옥수수 사일리지, 티모시, 비타민, 미네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영중 공장장은 “여기서 생산되는 TMR은 품질이 좋아 당진지역 낙농가의 98%가 애용한다”며 “예산군 등 인접 시·군 낙농가에서도 곧잘 구매한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TMR 공장에도 ‘복병’은 있다. 건초 부스러기가 온통 사방으로 날리며 몸에 달라붙는다. 바닥도 갖가지 먼지 때문에 미끌미끌하다. 이래저래 오늘은 수난의 날이다.
농축산업 발전의 ‘쇠똥구리’
자원순환농업 시스템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가축분뇨를 이용해 양질의 조사료 생산을 위한 퇴·액비를 공급하는 시설(자원화시설, 경축순환센터, 액비유통센터 포함)을 운영하는 전국 축협은 당진낙협을 포함해 25개소.
농협중앙회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2010년부터 축협과 농협 간 자원순환농업 협약 체결을 꾸준히 추진 중인데, 그 규모는 2010년 350ha에서 지난해엔 2200ha로 확대됐고, 올해엔 4000ha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축협 축산농가의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자원화해 농협 경종농가에 공급함에 따라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하고 경종농가는 비료 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농업인 실익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가축분뇨 자원화를 확대하려면 공장 설비 등 자원화시설 설치가 필수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는 자원화시설 신규 개설 시 20억 원을 3년간 저리자금으로 지원하고, 개설에서부터 완공까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TMR 공장을 나서는데, 문득 초등학생 시절 국어책에서 읽은 ‘파브르 곤충기’의 쇠똥구리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친다. 무더운 여름날, 왜 쇠똥구리는 거꾸로 서서 열심히 쇠똥을 뭉쳐 굴렸을까. 거기에 환경폐기물로 여겨져온 가축분뇨를 유기물이 풍부한 자원으로 되살려내 재활용하는 당진낙협의 자원화시설과 TMR 공장이 오버랩된다. 그렇다. 각자 주어진 여건에 최대한 알맞은 방법을 선택해 질 높은 삶을 도모하는 게 곧 친환경 생활 아니겠는가.
사족.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사진기자가 한 마디 툭 던진다. “선배가 낙농가 취재한대서 신선한 우유 한 잔은 마시고 올 줄 알았는데…쩝. 그래도 뭔가 많이 느끼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