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경제자유구역 투기자본 특혜 영종도는 ‘먹튀’ 자유구역?

외국인 카지노 사전허가제 靑 개입 내막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2-12-26 1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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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지노 사전심사제, 세계 유례없는 특혜성 제도
    • 영종도에만 외국계 카지노 5개 난립 우려
    • 론스타 식 ‘먹튀’ 가능성…허가 안 나면 ISD 제소
    • 카지노 투자 시저스, 부채만 30조, 투자부적격 평가
    • MB, 3차례 공식석상에서 시행령 개정 독려해 관철
    경제자유구역 투기자본 특혜 영종도는 ‘먹튀’ 자유구역?

    오카다홀딩스의 자회사인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가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짓기로 한 영종하늘도시 전경.

    해외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탄생한 경제자유구역이 ‘카지노 자유구역’으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2012년 9월 28일부터 인천 등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사업계획서 등 서류심사만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이하 카지노)의 운영 적격 여부를 확인해주는 사전심사제를 실시키로 하면서 해외 카지노 자본이 너도나도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카지노 업계와 학계, 정부 내부에서조차 온갖 불만과 잡음이 흘러나온다.

    사전심사제가 카지노 운영 허가를 서류만으로 미리 내주는 사실상의 ‘사전허가제’로 인식되면서 도입과정의 불투명성과 특혜 시비, 투기자본 유입에 따른 론스타 식 ‘먹튀 사건’ 재연 우려, 카지노 난립으로 인한 각종 후유증 등이 도마에 올랐다. 사전심사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국의 홍콩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 세계적 카지노 도시(국가 포함)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로, 그간 이를 관철하기 위한 외국 투자업체의 로비가 치열했다.

    해외 카지노 업체의 투자가 집중된 곳은 인천국제공항에 인접한 인천자유경제구역 영종지구다. 사전심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정부와 청와대에 줄기차게 역설한 주체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자유청)이었다. 인천자유청과 업계에 따르면 2013년 1~2월 중으로 사전심사를 신청할 외국 업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거대 카지노 자본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시저스, 영종하늘도시)와 중국 화상(華商) 부동산 재벌 리포의 합작법인, 세계적 파친코 재벌인 오카다 가즈오 회장이 이끄는 오카다홀딩스의 한국 내 자회사 2개 업체(미단시티, 인천공항 배후부지) 등이다.

    이외에 장기투자 의지를 밝힌 다국적 자본업체인 ㈜에잇시티(용유·무의지역), 일본 파친코 대부 마루 한(한창우)이 한상(韓商)자본을 끌어들여 설립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준설토 투기장) 등을 합치면 인천자유경제구역 내 영종지구에서만 카지노 운영권을 받으려는 업체는 5개로 늘어난다. 이에 자극받은 새만금·군산을 비롯한 2, 3개 경제자유구역도 카지노 외자유치에 뛰어들었고 실제 일부 카지노 기업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만 내면 사전허가?

    현재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한 카지노 허가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이뤄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카지노 허가신청 공고를 내면 각 업체는 허가요건에 맞게 신청서를 낼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 대한 카지노 허가조건은 “외국인 관광객이 60만 명 늘어날 때마다 2개소 이내로 줄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별다른 제한이 없다.

    하지만 문화부는 카지노 난립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1995년 이후 2012년까지 국내업체나 개인에게 카지노 허가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2005년 한국관광공사(그린코리아레저)에만 3건을 허가한 게 모두였다. 경제자유구역은 국세는 3년간, 지방세는 10년간 면제되는 특혜를 받고 있는데, 사전심사제까지 도입되자 국내 카지노 업계에선 역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전국 16개(강원랜드 제외) 카지노 중 8개가 몰려 있는 제주도는 대부분의 카지노가 적자에 허덕이는 상태다.

    사전심사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경제자유구역 내의 카지노 허가는 2002년 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자법)’에 따라 진행됐다. 외국인에 한해 총 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전제로 3억 달러를 실제 투자해야 허가 대상이 된다. 3억 달러 이상을 들여 특1급 호텔 또는 국제회의시설을 짓고 나머지 2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혀야 카지노 허가가 나는 것. 여기에 신청 업체의 신용등급, 자기자본액 또는 매출액, 부채비율, 순이익 등에도 제한이 따랐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경자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함으로써 카지노업 정식 허가 절차 앞에 사전심사 과정을 끼워 넣었다. 개정 경자법 시행령의 골자는 실제 투자액 없이 5000만 달러를 유치하고 사업계획서를 내면 카지노 운영 적합성을 서류만으로 평가해 사전심사 통보서를 발급해준다는 것. 정식 허가요건도 완화됐다. 신용등급, 자기자본액 또는 매출액, 부채비율, 순이익 등 허가를 위한 4개 의무 충족요건 중 부채비율과 순이익 둘 중 하나만 만족하면 허가를 내주도록 바뀌었다. 문화부장관은 사전심사 청구일로부터 4년 내 정식 허가에 필요한 시설 등을 갖추는 조건으로 60일 이내(30일 연장 가능)에 심사 신청 업체에 카지노 운영 적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따라서 외국계 카지노 업체는 자기자본 5000만 달러만 모아 사전심사 통보서를 받으면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한 펀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마치 부동산개발회사들이 자기자본 한 푼 없이 수천 명의 투자자를 모으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수천억~수조 원을 마련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세우고, 허가권도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전심사 통보서가 업체의 카지노 운영 적합성 여부를 확인해주는 서류이므로 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투자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경제자유구역 투기자본 특혜 영종도는 ‘먹튀’ 자유구역?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사전허가제’로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만들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투기자본이 사전심사 통보서를 마치 우리 정부가 인정한 카지노 허가권인것처럼 악용해 투자자를 모집함으로써 ‘3억 달러 실제 투자, 5억 달러 모집’이라는 정식 허가요건을 쉽게 만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우량기업과의 합작 또는 국내 자회사 설립을 통해 부채 비율을 낮추거나 순이익이 나는 것처럼 위장할 수도 있게 됐다. 투자자금을 회수해 떠나는 ‘먹튀’ 투기자본의 유입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국내 자본의 우회 투자도 실질적으로 가능해졌다.

    투자부적격 기업이 카지노를?

    경제자유구역 투기자본 특혜 영종도는 ‘먹튀’ 자유구역?

    (위) 리포-시저스엔터테인먼트 합작 카지노 리조트가 들어설 미단시티 조감도. (아래) 용유·무의지역 에잇시티 조감도.

    사전심사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외국 업체의 현재 상태를 알면 그들이 왜 그토록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전심사제를 줄기차게 요구했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인천자유청과 투자협의를 진행해온 업체들은 심각한 부채에 허덕이거나 송사에 시달리는 상태다. 투자 자금을 어떻게 모을지, 자본의 성격이 어떤지 전혀 알려지지 않아 카지노 리조트의 실현 가능성조차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 사전심사를 신청하려는 투자자 중 재정 상황이 가장 열악한 곳은 미단시티(영종도 북측) 10만㎡ 땅에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시저스다. 카지노 복합 리조트에 투입될 자금은 6300억 원 정도. 2012년 4월 26일, 시저스는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미단시티의 공동개발 주체인 미단시티개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시저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 호텔을 소유한, 세계 최대의 카지노 재벌이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이은 투자 실패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2012년 3분기까지 누적 적자(법인세 차감 이전)가 15억5800만 달러에 누적 금융비융(이자비용)만 15억74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총 부채는 282억 달러에 달한다. 원화로는 30조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2012년 3월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신문 ‘USA투데이’는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채권단과 220억 달러의 채무 조정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6개월 사이에 빚이 60억 달러 늘어난 셈이다. 세계 3대 평가사가 이 회사를 평가한 신용등급은 무디스 Saa1, 스탠더드앤드푸어스 B-, 피치 CCC로 모두 투자부적격 등급이다.

    시저스가 카지노 허가를 위한 사전심사를 미단시티개발의 최대주주이자 미단시티 전체 토지의 소유주인 중국계 부동산 기업 리포와 함께 청구키로 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카지노 리조트 사전심사에 대비해 합작회사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따로 만들어 사전심사를 청구키로 했다. 카지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저스는 카지노 허가 요건 중 하나인 신용등급평가가 투자적합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심사 통과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리포와의 합작과 SPC의 설립은 크레디트 라인을 보강하려는 시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회사인 리포도 사정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5억 달러 규모의 호텔을 우선적으로 짓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미단시티개발사업권을 2년 연장하기 위해 투자키로 한 1억5000만 달러도 내지 못하고 있다. 카지노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리포는 관광업체가 아닌 부동산개발업체이기 때문에 종국에는 부동산을 시저스에 처분하고 투자금을 회수해 떠날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 시저스 측이 카지노 허가권을 단독으로 먹는 셈이 된다”고 밝혔다.

    만약 시저스-리포의 사전심사가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인천시와 그 자회사인 인천도시공사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도시공사는 2011년 12월 기반공사를 마치고 미단시티개발에 토지를 매각해 이 회사의 3대 주주가 된 후, 최근 증자를 통해 2대 주주가 됐다. 리포는 미단시티개발의 최대 주주이자 카지노 리조트 투자의 당사자이므로 시저스-리포 합작회사가 카지노 허가권을 최종적으로 얻지 못할 경우 인천도시공사와 모 기관인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 관리 주체인 인천자유청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들이 왜 그렇게 사전심사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뇌물 스캔들 터진 투자기업

    파친코 재벌 오카다 가즈오 오카다홀딩스 회장은 2개의 자회사를 섭립해 영종하늘도시와 인천국제공항 배후부지에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회사 중 하나인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는 영종하늘도시 남단 175만㎡ 부지에 4조9000억 원을 들여 5성급 비즈니스 호텔과 6성급 카지노 호텔, 테마파크, 콘도 상업시설을 포함한 복합 리조트를 지을 예정으로 2011년 10월에는 인천자유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2년에는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7월에는 1억1136만 달러를 자사의 투자법인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카지노 리조트 사업에 투자를 한다면 사전심사의 조건인 5000만 달러 투자 조건을 이미 만족시킨 셈이다.

    오카다홀딩스의 또 다른 자회사인 오카다홀딩스코리아는 인천공항공사의 국제업무단지(IBC-Ⅱ, 인천공항 서북측) 372만㎡에 2조7000억 원을 투입해 성인 중심의 카지노 및 복합 리조트 ‘크리스탈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영종도 내 두 곳의 카지노 복합 리조트에 오카다 측이 투자할 금액만 모두 7조60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경제자유구역 투기자본 특혜 영종도는 ‘먹튀’ 자유구역?

    마카오의 카지노. 허가 요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오카다 회장은 2012년 2월 세계 최대 카지노 제국인 ‘윈 그룹’을 이룬 동업자 스티브 윈 윈 마카오 회장의 비리를 밝히려다 오히려 송사에 휘말렸다. 화가 난 윈 회장이 윈 마카오 부회장직에서 오카다를 끌어내렸고, 오카다가 보유한 윈 리조트 주식 20%를 시가보다 30% 싼 19억 달러에 인수했다. 졸지에 5억 달러 정도를 날린 셈. 더욱이 “필리핀 카지노 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을 향응으로 매수했다”고 윈 회장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현재 필리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카지노 허가를 정식으로 받으려면 투자자의 도덕성과 윤리성까지 평가항목에 들어가므로 오카다홀딩스 측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사전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밖에 2012년 9월 일본 파친코 대부 한창우 회장 등 한상 동포가 참여해 만든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영종대교 인근 투기장 315만㎡에 총 1조1180억 원 규모의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조성하겠다고 국토해양부에 민간투자 제안서를 넣었지만 사업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회사가 이명박 정권과 유착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인천시가 “준설투기장이 영종하늘도시의 오카다 카지노 복합 리조트와 너무 가깝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300조 원의 투자 의지를 비친 용유·무의지역 에잇시티의 경우는 자본의 성격이 불분명하고 투자규모가 너무 커 카지노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들 외국계 카지노 업체가 모두 허가를 받을 경우 영종도에는 국내 업체인 파라다이스 카지노까지 합쳐 총 6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난립하게 된다. 아무리 외국인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더라도 이들 카지노의 수익은 줄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국계 업체의 카지노 사전허가 요구가 ‘투자 리스크’ 방지에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카지노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 호텔 하나를 짓는 데 땅값을 포함해 최소 5억 달러가 들어간다. 호텔을 지으면 당연히 허가는 나오는데 굳이 5000만 달러를 내고 사전허가를 받으려는 것은 남의 돈으로 호텔 지어 정식 허가권을 팔아먹고 튀겠다는 거다.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면 카지노가 난립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그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고 밝혔다.

    사전심사 통과=카지노 면허?

    사전심사가 실질적인 사전허가권의 기능을 하는 상황에서 관광진흥법이 카지노 허가권의 전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도 ‘먹튀’의 가능성을 더한다. 만일 사전심사를 통과한 업체가 5억 달러 허가조건을 맞춰 카지노 허가권을 획득한 후 투자비의 몇 배를 받고 국내 자본에 이를 되팔고 한국을 뜰 경우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에 대해선 카지노 허가를 수십 년 동안 막아놓고 외국자본에 돈놀이할 기회만 준 셈이 됐다. 벌써부터 국내 카지노 업계와 호텔 업계에선 특혜 시비와 함께 형평성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카지노 허가권의 전매를 막을 계획이지만 이 경우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국 카지노 업체 측은 “투자를 유치할 때 없던 규정이 새로 생겨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걸어올 것이기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보았을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얼마 전 론스타는 이 제도를 이용해 한국 정부를 세계은행 산하 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회부했다.

    카지노 면허 양도 금지뿐 아니라 사전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최소 5000만 달러를 투자 유치한 외국자본이 사전심사에서 떨어진 경우나, 사전심사를 통해 카지노 운영 적합 통보를 받았다 추후에 취소 조치를 당한 경우, 사전심사를 통과한 외국자본의 정식 허가 신청을 문화부가 불허했을 때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투자를 유치해놓고 왜 허가를 내주지 않느냐”거나 “사전심사를 통해 카지노 운영이 적합하다고 해놓고 뒤에 와서 딴소리를 하느냐”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 측은 “사전심사제 도입으로 한국 정부가 배상책임을 지게 될 범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부 차관을 지낸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사전심사도 일종의 특별혜택이고, 한번 해주면 취소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투자자의 역차별, 먹튀 문제, 내국인 우회투자 문제, ISD 문제 등 심각한 폐해를 안고 있는 제도를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둘러 결정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사전심사제 도입 시행령 개정안은 어떻게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된 것일까. 수년 전부터 사전심사제를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시저스와 오카다홀딩스 등 외국계 카지노 업체들이었다. “많은 투자를 했는데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심지어 이들 카지노 업체는 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2, 3차례 한국을 방문한 샌즈그룹과 MGM, 윈 리조트 등 미국 카지노 재벌들은 “내국인을 출입하게 해주면 5조 원이 넘는 돈을 각각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오카다 회장도 공식석상에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일용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인 카지노 자본은 당연히 내국인 출입을 원한다. 사전심사제는 그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가 절실했던 인천자유구역청은 “경제자유구역의 복합 리조트 사업에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과도하게 엄격한 카지노 허가 기준 때문”이라며 사전심사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청원했고 지경부는 이를 받아들여 청와대에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하지만 정작 카지노 허가의 주체인 문화부는 생각이 전혀 달랐다.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점, 카지노 난립 우려, 먹튀 가능성 등을 들어 사전심사제의 도입을 극력 반대했다.

    MB “한두 달 안에 처리하라”

    카지노 업계와 학계에선 문화부의 강한 반대 의지를 무력화하고 사전허가제를 강행시킨 주인공이 청와대라고 지목한다. 1차적으로 문화부의 기가 꺾인 시점은 2012년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지경부는 국내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 사전심사제, 외국병원(영리병원) 개설 허가 등을 제안해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발표했다.

    그 이틀 전인 4월 24일 개리 러브맨 시저스 회장은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경제청 간부들을 만나 카지노 복합 리조트의 투자 조건으로 카지노 사전허가를 요구했으며 4월 26일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던 때에 시저스는 미단시티개발과 카지노 복합 리조트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점이 절묘하다.

    하지만 문화부는 계속 버텼다.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심사기준과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경부의 압박을 견뎌냈다. 그러던 7월 21일 청와대에서 10시간에 걸쳐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 토론회에서 사달이 났다. “카지노 사전심사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경부의 보고가 있자 이명박 대통령이 “언제부터 얘기한 것인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나. 한두 달 안에 고칠 것은 고치고 정비하라”고 최광식 문화부 장관을 질책한 것이다.

    지경부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지 이틀 후인 7월 23일 지경부는 문화부에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사전심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경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통상 시행령의 개정 전 관계부처와 10일간의 협의를 거치게 되어 있지만 지경부는 “유선으로 통보했다. 입법예고 기간 중에 협의하겠다”며 밀어붙였다. 입법예고기간인 8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확대방안 토론회’에서도 사전심사제의 조속한 도입을 채근했다. 이날 자리에는 미단시티개발의 임원이 외국인 투자기업 CEO 자격으로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9월 18일 국무회의는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과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시행자 자격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경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고 문화부는 그 후속조치로 9월 27일 사전심사 지침을 문화부 고시로 시행 발표했다. 미단시티개발은 국무회의 의결 다음 날인 9월 19일 카지노 사업 부문의 토지와 운영권을 최대 주주인 리포그룹에 모두 매각했다. 사전심사제가 통과될 때까지 지켜본 것이다.

    문화부 관광산업팀 관계자는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우리 부가 반대한 것은 분명히 맞다. 지경부에 문제점을 알렸다. 우려스러운 점에 대한 의견 개진을 했지만 시행령이 어떻게 개정되게 됐는지는 경자법의 소관부서가 지경부라 알 수 없다. 사전심사를 철저히 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자유구역청 이승주 투자유치본부장은 “사전심사제를 실시하면서 외국 자본의 투자 리스크가 많이 줄었다. 법 개정 이후 투자 협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곧 사전심사를 들어갈 기업도 많다. 카지노 산업은 부침이 심해 단기간 적자나 금융부채 규모가 크다고 하더라도 바로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먹튀’를 방지할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은 우리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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