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세계 최초 ‘일감 몰아주기 과세’ 논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3-07-23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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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후계자 등 1만여 명이 과세 대상자
    • 합병, 사업확장 등으로 ‘과세 탈출’ 시도?
    • “세액보다는 사회적 낙인이 더 부담”
    • “미실현 이익 과세는 부당”…납세 후 법정싸움 예상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세계 최초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이 분주하다. 국세청이 추려낸 과세 대상자는 1만여 명이고,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은 회사는 6200여 곳. 7월 4일 국세청은 이들 개인과 회사에 안내문을 발송했고, 7월 31일까지 자진신고 및 납세를 받는다. 사상 첫 시행인 데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세청은 제대로 계산해 세금을 냈는지 전수 확인한 뒤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소위 일감 몰아주기 과세란 지배주주와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가 지배주주 소유 회사(수혜법인)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증가한 지배주주의 재산 가치에 과세하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 과세의 신설이 논의되다가 2011년 12월 31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확정됐다. 과세 대상자는 수혜법인의 전체 매출 중 일감 몰아주기, 즉 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인 경우 그 법인의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오너 일가’의 각 개인이다. 매년 7월에 전년도 사업 내용에 대해 납세해야 한다.

    그룹 계열사에 속하지 않더라도 수혜법인의 오너 일가가 그룹 지배주주와 6촌 이내라면 과세 대상이 된다. 한 예가 서울광고다. 이 회사의 연 매출은 100억 원가량인데, 99%가 남양유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남양유업 광고를 제작·대행하는 것이 사업의 전부인 셈. 남양유업 측은 “서울광고는 우리 계열사가 아니라서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세청은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대표 일가가 서울광고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은 세후 영업이익에 내부거래 비율과 지분율을 곱해 나온 증여의제이익에 상증법상 세율을 적용해 결정된다( 참조). 다만 내부거래 비율에서 30%까지는 정상거래로 간주해 차감해주고, 지분율도 3% 빼준다. 즉 세액은 △영업이익이 클수록 △내부거래비율이 높을수록 △지분을 많이 보유했을수록 커지게 된다.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내년에 두 배 이상 걷힐 듯



    기업경영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2012년도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 예상액이 가장 많은 개인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30억 원)이다. 그 뒤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09억 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8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75억 원)이 잇는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스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의 지분 보유에 따라,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엠코 등의 지분 보유로 과세 대상자가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등, 최 회장은 SK C·C 지분 보유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30대 그룹 전체로 보자면 65명이 624억 원을 내게 된다. 다만 순환출자, 상호출자 등 복잡한 간접보유 지분을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납부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과세대상과 과세액이 75명, 1402억 원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 초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부터 과세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50% 미만인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던 예외 조항이 삭제됐고 △과세표준 계산에서 내부거래 비율을 30% 차감해주던 것을 15%만 차감해주는 것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내년에는 개인 랭킹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주회사 오너로 올해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이재현 CJ그룹 회장(170억 원)이 3위, 구본무 LG그룹 회장(65억 원)이 7위로 ‘신규 진입’한다.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거나 세액을 줄이려면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거나 지분을 분산하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회계사는 “오너 일가가 그룹 내 계열사에 지분을 팔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와 몰아 받는 회사가 한 회사로 합치거나, 내부거래 비율이 낮은 다른 계열사를 합병해 일종의 물타기를 하는 것이 현재 가능한 회피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분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계열사 간 합병이 경영 효율화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명분과 실리를 내세울 수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예 지분을 매각한 사례로는 대명그룹의 기안코퍼레이션이 있고, 일감을 몰아주고 받는 회사가 한데 합친 사례로는 (주)교원과 교원L·C가 있다.

    기업 소모성자재(MRO) 회사인 기안코퍼레이션은 2008년 자본금 3억 원에 설립됐다. 당시 대명그룹 창업주 고(故) 서홍송 회장의 아들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 대표가 70%, 두 딸 경선·지선 씨가 각각 15%씩 지분을 보유했다. 이 회사는 주로 대명그룹 계열사가 준 일감으로 급성장했다. 2012년 연매출 1468억 원 중 내부거래 매출이 1011억 원으로 그 비율이 69%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대명엔터프라이즈는 198억 원을 주고 이 회사 지분 100%를 취득했다. 기존 주주였던 서 대표 남매는 3억 원을 투자해 4년 만에 195억 원의 차액을 거뒀다.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도 덜었다. 기안코퍼레이션 측은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사업군을 다각화하고 적자 구조를 흑자 구조로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합병이 가장 쉬운 회피 전략”

    정수기, 비데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교원L·C는 2002년 자본금 22억 원으로 설립돼 10년 만인 2012년 자본금이 265억 원으로 늘어날 만큼 꾸준히 성장해왔다. 교원L·C는 자체 판매조직이 없어 제품 전부를 ‘빨간펜’ 학습지로 유명한 (주)교원을 통해 판매한다. (주)교원이 제품을 다 사가는 셈이라 교원L·C의 내부거래 비중은 사실상 100%. (주)교원의 최대주주는 장평순 회장이고, 교원L·C의 최대주주는 장 회장의 아들인 장동하 씨다. 교원L·C는 올 1월 (주)교원에 합병됐고, 장동하 씨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에서 벗어났다. (주)교원 관계자는 “제조와 영업을 별도 회사에서 하다보니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언젠가 합병했어야 할 것을 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율을 떨어뜨린 사례로 가장 주목받은 것이 지난 5월 SK C·C와 엔카네트워크(엔카)의 합병이다. 이는 SI(시스템 통합)와 중고차 매매라는 이종(異種) 간 결합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엔카의 매출 규모가 SK C·C에 비해 작아도 내부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엔카 인수 후 SK C·C의 일감 몰아주기 비율은 64%에서 4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SK C·C의 최대 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내야 할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은 8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SK C·C 관계자는 “세금 부담이 준 것을 부인하지 않겠지만, 부수적인 효과이지 엔카 인수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기업 SI업체의 공공사업 진출 제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으로 SK C·C 처지에서는 신사업 발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SK C·C의 IT 기술력과 엔카의 중고차 매매 노하우를 결합해 국내외 시장에서 온라인 중심의 중고차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 엔카 인수의 청사진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IT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연매출 2000억 원에 1000억 원의 이익을 남기는 호주 카세일즈닷컴이 엔카의 롤모델”이라며 “엔카를 중고차 매매 분야의 포털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 등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가 3자 물류 확대를 위해 최근 형편이 어려워진 현대상선을 인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SK C·C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사업부 일부를 떼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SK C·C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이 당면과제이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세액의 부담보다는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기업’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기업으로서는 더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괜한 오해를 털어내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두산그룹은 9월 1일자로 계열사 엔셰이퍼를 지주회사 (주)두산에 합병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계열사에 급여, 복지 등 지원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의 성격상 내부거래 비율이 69%에 달하지만, 매출이 120억 원 규모로 작고 (주)두산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는 큰 인연이 없다. 두산 오너 일가는 이 회사를 (주)두산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을 뿐이고, 그나마 3% 넘는 지분을 가진 개인도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5.15%),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3.42%),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3.38%)에 불과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엔셰이퍼를 설립한 2000년 당시에는 각 계열사의 총무 기능을 한데 모아 별도 회사로 설립하는 게 트렌드였다”며 “헌데 괜히 일감 몰아주기 오해를 살 수 있어 지주회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사가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나 납부 세액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세액이 공개되면 누가 얼마나 일감 몰아주기 덕을 봤는지 서열이 나오는 셈인데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재계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재계 단체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재계 “60% 이상으로”

    전경련은 지난 5월 매출 200대 기업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법안 개정 요구사항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해놓았다. 핵심은 현재 과세 기준인 ‘내부거래 비율 30% 이상’을 ‘60% 이상’으로 바꾸자는 것.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30%로 선을 그은 것이 합당하지 않고, 또 30%란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재수 전경련 금융조세팀 과장은 “제조는 수직계열화, SI는 기업 보안 이슈 때문에 내부 계열사가 그 일을 맡는 것인데 그러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30%는 너무 낮고 60% 정도가 합당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준을 재계가 원하는 대로 상향하면 어떤 기업들이 과세 대상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CEO스코어가 2012년도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30대 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율이 30% 이상이고, 오너 일가가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회사를 추린 결과 총 55개였다. 60%로 상향하면 내부거래 비율이 ‘30% 이상 60% 미만’인 19개 회사가 빠져나가고 36개 회사만 남는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35%), 이노션(48.8%), 현대모비스(47.7%) 및 삼성그룹의 삼성에버랜드(46.4%) 등이 면제 대상에 속한다. SK C·C와 같이 최근에 계열사 합병 등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놓은 회사들까지 포함하면 면제 대상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 자체의 미비점과 한계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우선 세액을 산출하는 기준이 너무 단순해 복잡한 상황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채이배 공인회계사는 “수혜법인의 지분율을 따질 때 상호출자, 순환출자, 여러 단계의 간접출자 등을 어떻게 반영해 지분율을 따질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 삼정KPMG 이성태 상무는 “법안이 2011년 12월 31일 통과되고 바로 그 다음 날 거래부터 과세가 시작된 점 등 납세자가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해외 이전과 ‘無形의 몰아주기’

    이 과세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富)의 편법적 이전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행 법안은 수혜법인이 외국 법인인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납세자에게 과도한 납세협력 비용이 발생하고, 과세 당국이 세원을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따라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가진 해외 법인을 설립한 뒤 그쪽으로 일감을 몰아준다면,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벌 후계자가 소유한 해외 법인으로부터 부품 등을 수입하는 방식이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기업 현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감 몰아주기 외에도 우수한 인력과 사업 기회, 정보 등을 수혜법인에 제공하는 등 ‘무형’의 몰아주기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으로 부의 편법적 이전을 차단하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7월 31일 사상 첫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종료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행정소송과 위헌 제청 등 이 과세를 둘러싼 법정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이미 각종 세미나 등이 열리는 등 ‘장외’에서는 법리 다툼이 한창이다. 기업 가치 상승을 이유로 과세하는 것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의견과, 상속증여세 포괄주의를 근거로 과거의 일감 몰아주기까지 소급 적용해 과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재벌에겐 껄끄럽고, 국민에겐 감시 효과가 미덥지 않은 세계 최초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앞으로 어떤 위상으로 자리잡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피하려 했을 뿐인데…”

    과세 상당액, 중견·중소기업이 낼 듯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A사 사장은 몇 년 전 아들 명의로 회사 한 곳을 세웠다. 이후 A사는 아들 회사에서 구매한 재료로 전자부품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한다. 대기업은 A사 부품을 활용해 완제품을 만든 뒤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한다. A사 사장이 아들 회사를 세운 것은 속칭 ‘CR(Cost Reduction) 친다’라고 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영업이익률이 5%가 넘어가면 ‘관리대상’에 속해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받기 때문에, 아들 회사에 재하도급을 줌으로써 이익률을 숨기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에게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B사 사장은 동생에게 판매회사를 세우게 했다. 해외 바이어가 제조사로부터 직접 공급받기보다는,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해 공급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후 B사는 동생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동생 회사가 해외 바이어에게 B사 제품을 판매한다. 해외 바이어는 동생 회사에 B사가 생산하지 않는 다른 제품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중소 제조업체인 A사와 B사 사장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이들은 아들 회사, 동생 회사를 세운 것이 ‘갑’의 요구에 응하거나 횡포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재벌처럼 부의 편법적 이전을 꾀한 것이 아님에도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되는 것에 억울해하고 있다.

    중소기업 ‘간접수출’ 차별

    ‘물타기 합병’ 등 회피 여지 富의 해외 이전 꼼수 늘 수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시행되자 위와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회계법인 삼정KPMG 이성태 상무는 “국세청 통보 이후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견·중소기업 관계자가 하루에 예닐곱 군데씩 찾아와 하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추려낸 일감 몰아주기 수혜법인 6200곳 중 절반 이상이 이런 처지의 중견·중소기업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공시자료 분석 결과 중견·중소기업이 납세하는 금액이 370억 원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과세금액 800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각 기업이 납부할 세액은 많아야 300만 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업체 대부분은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사업을 한다.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이자 등 금융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기 일쑤다. 이 상무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회사에서 월급만 받아갈 뿐 배당받는 것이 없는데도 매년 수백만 원씩 납세해야 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의 수출 장려 정책으로 A사처럼 수출용 부품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할 경우 ‘간접 수출’로 간주돼 0%의 부가가치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는 이런 조치가 없다. 다만 직접 수출은 해외매출로 간주돼 내부거래 규모를 따질 때 제외된다. 이 상무는 “주로 대기업이 하는 직접 수출은 놔두고 중견·중소기업이 하는 간접 수출에는 과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부의 편법적 증여에 대해 세금으로 책임을 묻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엉뚱한 납세자들이 대거 생긴 셈이 됐다. 이것이 중견·중소기업의 사업 의욕 저하와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면 ‘작지만 강한 기업’을 육성하려는 국가적 과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상무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및 수출업에 대한 불합리한 과세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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