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손보사 ‘성과급 잔치’에 곱지 않은 시선 쏠리는 이유

[금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3-02-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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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5000만 원도

    • 사기업이지만 공공성 지녀

    • 실손보험료 ‘확’ 올리고 차보험료 ‘찔끔’ 내리고

    • 일 벌여놓고 소비자에게 책임 전가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고, 이에 따라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각 사·Gettyimage]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고, 이에 따라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각 사·Gettyimage]

    지난해 국내 금융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돈을 많이 번 만큼 성과의 일부를 직원들과 나누고 있다. ‘성과급 잔치’라는 수식어가 붙는 수준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업계 1위 삼성화재는 1조283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보다 14.1%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 역시 각각 8548억 원, 574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메리츠화재는 전년 대비 29.4%, 현대해상은 32.8% 증가했다.

    지난해 손보사가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량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익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하락한 데다 백내장 심사 강화 등으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역대급 실적에 손보사들 역시 이익을 직원들에게 넉넉하게 나눠주고 있다. 많게는 연봉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삼성화재는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DB손해보험은 연봉의 41%를 줬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대형 보험사의 차장급 평균 연봉이 1억 원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000만 원 이상 받는 직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들 허리띠 졸라매는 와중에…

    사기업이 경영 성과를 직원과 나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소비자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 때문이다.



    일반 사기업이라면 눈치를 보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는 일정 부분 공공성을 띠기에 비판이 거세다. 최근 금융 당국 역시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사 대표 격인 은행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1월 2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회사 CEO들에게 “무리한 확장을 자제하고 시장 안정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1월 2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회사 CEO들에게 “무리한 확장을 자제하고 시장 안정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2월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영리 추구 기업으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 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 역할이 있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관점에서 손보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손보사는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 더해 국민의 약 75%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금융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업권이기 때문이다. 즉 손보사도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공공성을 지닌 셈이다. 일례로 백내장 수술 과잉 진료가 문제라는 지적에 손보사들은 물론 금융 당국도 함께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손보사들은 최근 만성 적자를 이유로 실손보험료를 크게 올린 반면 이익을 보고 있는 자동차보험료는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실손보험료는 계획보다 덜 올리고 자동차보험료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렸다. 이런 와중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니 곱지 않은 시선이 생길 만하다.

    손보사들은 과잉 진료 등으로 적자가 불어나자 지속적으로 실손보험료를 올리고 있다. 2021년에는 10~12% 올렸고, 지난해엔 14.2%가량 인상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하려 했지만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한 자릿수% 인상으로 그쳤다.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 원, 2021년 2조8600억 원이다. 지난해에도 2조 원 이상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5년간(2022~2026) 실손보험 누적 손실액이 29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혜택은 2%만, 부담은 전체가

    손보사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이 적잖다. 과거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위기 등을 겪으면서 손보사가 실손보험을 다루도록 유도한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당시 손보사들 역시 ‘미래 먹거리’라며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손해가 나기 쉽도록 상품 설계를 한 주체도 손보사 스스로였다.

    또 실손보험을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블랙컨슈머’를 잡는 게 보험사의 의무이자 역할인데, 전체 가입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적자를 메우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62.4%는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대신 가입자의 2.2%가 100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 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해 2년 연속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약 80%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은 78~80%다.

    2021년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빅4’사가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3000억 원대 이상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으로 흑자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거리두기 해제로 차량 이동량이 늘면 손해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고물가 등에 따른 소비자의 경제적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당국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료를 2~2.5% 인하하기로 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에 공공성이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무작정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엔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여론에 편승한 정치권의 압박에 휘둘릴 경우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상품을 설계한 보험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보험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인 만큼 임직원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이익을 나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나 당국의 한 마디에 휘둘리기보다는 순익을 낸 만큼 서비스 개선과 상품 개발에 더욱 힘쓰는 게 장기적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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