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지음, 인플루엔셜, 556쪽, 3만3000원. [인플루엔셜]
저자는 이 장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책을 3부로 나눴다. 1부 ‘세상의 시작’은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의 우주와 지구를 다룬다. 자연히 빅뱅과 진화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2부 ‘인간의 시대’가 가닿는 주제는 현대 인류 사회를 형성한 근대의 5대 혁명이다. 도구와 사상이 인류 역사를 바꿔온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3부는 ‘인류의 미래’다. 인공지능(AI), 유전자 편집, BCI 등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와 자본주의‧민주주의의 향배를 살핀다.
책의 말미에 이르러 저자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키워드는 휴머니즘이다. 이를테면 “자연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신인류와의 갈등을 없애고,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500쪽)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AI로 무장한 신인류를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의 존엄한 가치는 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휴머니즘 2.0’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사상이 중요하다. 사상의 연료는 인문학이다.
저자는 현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다. 1985년 KAIST 전산학과(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2021년 2월 총장이 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로도 유명하다. 한시가 바쁜 대학 총장이 556쪽 분량의 책을 출간한 일도 놀랍지만, 그 주제가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든다는 점도 흥미롭다. 책상 위에 10년 뒤 달력을 놓는다는 그는 첨단 기술 연구자가 인문학에 조예가 깊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단다.
누구나 미래를 논한다. 미래만 붙인 글을 쓴다 해서 선각자가 될 리는 없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살피고 있느냐다. 이 책은 보다 인간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을 위한 일종의 나침반이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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