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시마당] 사랑하기

  • 오은경

    입력2025-01-0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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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가는 것과 다가오는 것 사이는 낙차가 크다.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오후 세 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해가 긴 날들이 이어졌다.

    광장 끝에는 적색 건물이 모여 있었다. 나는 테라스가 있는 점포 한 곳을 가리켰다.

    네가 간판을 읽는 동안
    사람들은 건물 내부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흰 셔츠에 검은색 조끼를 차려입은 웨이터가 바쁘게 오갔다. (쟁반 위의 요리는 근사했다. 실로 대단했다. 쟁반은 비어 있다가도 곧바로 채워졌다.
    실내는 비좁아서 한 사람씩 이동해야 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먹고 마셨다. 식탁보에 놓인 접시와 쌓여가는 껍질들, 파헤쳐진 갑각류
    냄새처럼 밴 얼룩뿐 아니라 불콰한 표정까지 서로 닮아 있었다.)
    우리들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사람들은 동석한 일행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안쪽에는 더 많은 테이블이 줄지어 있었다.) 창이 캄캄했다.

    너는 레스토랑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로등, 전봇대, 비틀린 가로수가 길 한복판에 세워져 있었다.

    (우리는 점심을 굶었고 끝끝내 점심을 먹지 못했다. 바로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했기 때문.) 해가 다 저물었다. 개미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거리는 황량했다.
    나는 시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노트북을 닫았다. 네가 옆에서 기다렸다.

    오은경
    ● 1992년 광주 출생
    ● 2017년 ‘현대문학’ 등단
    ●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발표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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