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시마당] 피

  • 임원묵

    입력2024-12-09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구토처럼 거슬러 올라가. 수술대와 메스가 찬란하게 빛날 때까지. 거기서부터 네가 있었다고 쏟아내 보자. 발자국이 끊겨 있는 풍경에 아무런 의문 없이. 너는 공감할 수 있니? 나를 죽여야 한다면. 네가 더 맹목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장갑을 끼고 만진 심장도 많이 떨렸겠지. 하지만 울고 있는 네가 이유 없이 나였고. 이유를 대는 자는 죽여야 한다면. 약을 먹고 나을 수 있겠니?

    마음은 틀린 말이고
    우리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면.

    수술실 불빛이
    그리웠던 적은 없어.

    내가 기억하는 건
    파란 눈을 오래 감고 있다가
    검은 눈으로 깨어나는 순서였는데

    [Gettyimage]

    [Gettyimage]

    임원묵
    ● 1989년 경기 연천 출생
    ●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 2022년 ‘시작’ 신인상 시 부문 당선
    ● 2024년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출간




    시마당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