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에 소개하는 베이징의 한국식당 수복성(壽福城)의 성공스토리는 대기업도 아닌 작은 업체가 어떻게 해서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상세히 보여줄 것이다. 중국사업에 푹 빠진 한 젊은 경영인의 생생한 경험담은 비단 식당뿐 아니라 어떤 업종이든 중국에서의 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수복성은 두산그룹이 1997년 베이징에 설립한 한국식당. 지난해 중국정부로부터 특급식당으로 비준받아 국내외에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중국내 특급식당은 모두 83곳. 외국식당으론 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에 이어 두 번째 특급식당이 됐다. 이 수복성의 주인공은 온대성(溫大成·42)씨. 두산그룹의 3년차 부장으로 파견된 주재원이지만 수복성에서는 총경리(사장)로 어엿한 최고경영자다.
-베이징의 수복성 하면 이제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식당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선 개업 이후 지금까지의 영업 성적표와 기본적인 현황을 공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1997년 7월 개업해서 지금까지 약 7년동안 25억원을 한국으로 송금했습니다. 그동안의 투자총액이 14억원이니까 이미 180% 회수한 셈입니다. 수복성의 영업면적은 총 300평이고 임대료는 한국돈으로 월 4000만원입니다. 매출액은 연 20억원으로 평일에는 보통 600만원 수준입니다. 영업이익률이 20%로 높은 편이지요.”
준비기간 2년 6개월
-짧은 기간에 이익을 많이 내셨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을 것 같습니다. 개업할 당시의 상황부터 얘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준비기간이 무려 2년 6개월이나 걸렸다고 하는데요.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까.
“우선 중국시장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 다음에는 건물주와의 임대협상이 장기전으로 진행돼 시간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특히 임대료를 깎는 과정에만 10개월 가량 걸렸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인보다도 더 느긋하게 나갔으니까요. 처음에 제시된 임대료가 평방미터 당 월 77달러였는데, 이걸 3분의 1 수준인 25달러까지 끌어 내렸습니다. 당시, 그러니까 1995~96년에 베이징의 임대료가 아주 높았어요. 평방미터 당 보통 50달러 이상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중국인과의 협상을 한국식으로 다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고 보고 처음부터 중국인보다 더 여유있게 협상에 임했던 것이지요. 또 직원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개업이 늦어진 것입니다.”
-수복성은 한국인 등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옌사(燕莎)백화점 주변이 아니라 오래된 도심지라 할 창안(長安)대로 동쪽에 위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톈안먼(天安門)광장 쪽에서 차량을 타고 오면 곧장 건물로 들어올 수가 없어 베이징역 앞으로 우회해야 하고, 또 반대방향에서 오게 되면 수복성 쪽으로 좌회전이 안되므로 역시 불편한데요. 그럼에도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개업 장소를 고를 때 우리 식당의 타깃이 누구냐는 점을 가장 중요시했어요. 저는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그중에서도 상류층 사람들을 겨냥했거든요. 그래서 한국식당이 많이 들어선 옌사백화점 부근이 아닌, 베이징의 중상류층이 밀집한 창안대로 쪽에 자리를 잡은 겁니다.”
-개업 장소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고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사석에서 가끔 하는 얘긴데요. 만약 수복성을 그만둔다면 저는 택시운전사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베이징 거리가 제 눈에 다 들어옵니다. 그때는 운동화와 자전거가 제 친구였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베이징 후퉁(胡同)이라고 합니다. 골목이라는 뜻이지요. 베이징의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고 해서 후퉁이라고 부르는 것이에요. 제 운전기사가 베이징 토박이인데 그 사람보다 제가 이곳 지리에 더 밝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나 아는 사람이 중국에 와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항상 자전거를 선물합니다. 본인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곳을 고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하루 세 차례의 직원교육
-현지에서 종업원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정일텐데요. 인력 문제는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가장 걱정했고 또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인력문제였습니다. 처음에 사업계획서를 짜보니까 약 100명의 직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습니다만, 저는 140명을 뽑았습니다. 40%를 더 뽑은 것이지요. 이 사람들을 3개월 동안 교육시키고 나니까 그 가운데 20% 정도가 떨어져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120명의 직원으로 영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여기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왔어요. 교육 잘 받았다고 해서 실제로 영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이 일에 적성이 맞고 능력있는 직원들을 확보해나간 방식이 다른 식당과 달랐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