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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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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북극 영토 분쟁

지금까지 중국 정치인과 정부 고위관리들은 북극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2009년 6월 외교부 부장보조관 후정위에(胡正躍)가 한 말이 유일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북극에 대한 전략이 없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북극과 관련해 공개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북극 순방’이 그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월 20일 원자바오 총리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타전된 기사는 다음과 같다.

중국 총리로서는 41년 만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북극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 안전, 환경, 선박운항 등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국의 북극위원회 옵서버국 참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을 조속히 진행해 내년에 중국과 유럽 국가 중 첫 자유무역구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원 총리의 방문은 두 나라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북극위원회 옵서버국 참여를 지지하며 북극의 평화적 탐사 참여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다. 인구 32만 명의 작은 나라와 유럽국가 중 처음 FTA를 체결하겠다는 중국에 아이슬란드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참여 지지’라는 선물을 줬다.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지위’는 중국으로서는 당장의 경제적 이득보다 앞선 가치다.



돈 보따리 풀고 북극위원회 선물 받고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가 지난 4월 아이슬란드의 단층대를 찾아 얘기하고 있다.

원 총리는 이후 스웨덴과 독일, 폴란드를 잇달아 방문했다. 아이슬란드처럼 이들 나라 역시 모두 북극위원회 관련국이다. 스웨덴은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북극위원회 의장국으로, 중국이 영구 옵서버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원 총리는 스웨덴에 10억 유로를 투자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스웨덴 역시 중국의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자격 획득 찬성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원 총리의 4개국 순방에 앞서 중국 외교부 쑹타오(宋濤) 부부장은 원 총리의 순방을 설명하면서 “중국은 북극권 국가들과 협력 확대를 원한다. 북극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극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사실상 첫 공식 언급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북극권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원할까. 북극과 관련해 조용한 행보를 펼치던 중국이 이처럼 공개구애에 나서고 ‘돈 보따리’를 풀면서까지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이를 위해 먼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북극위원회의 역사와 영구 옵서버국의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9월 촬영한 북극해 사진(아래). 3월까지 북극 대부분을 뒤덮었던 얼음(위)이 녹아 베링 해와 대서양을 잇는 뱃길이 열려 있다.

1991년 핀란드는 북극권 환경 및 원주민 보호 등을 목적으로 북극환경보호전략(AEPS·Arctic Environmental Protection Strategy)이라는 기구를 주도적으로 설립했다. 이후 여러 국가가 북극에 대한 과학 탐사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석유와 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북극해를 통한 해상운송과 급격한 기후변화 등 새로운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들의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해졌다. 결국 1996년 9월 1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8개국은 협의 끝에 포럼 성격의 ‘북극위원회(Arctic Council)’를 탄생시켰다.

북극위원회에는 8개 회원국 외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영국 등 6개국이 ‘영구 옵서버국(Permanent Observer States)’ 자격으로 활동 중이다. 영구 옵서버국은 모든 북극 이사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토론회에서도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과 함께 ‘임시 옵서버국(Ad-hoc Observer States)’이다.

중국은 내년 스웨덴에서 열리는 북극위원회 회의에서 영구 옵서버국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아이슬란드 등을 찾아 영구 옵서버국 지지를 요청하는 것도 이 사안이 회원국들의 투표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표를 통과하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구 옵서버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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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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