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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짐 데이터의 현실 진단

‘작은 정부, 큰 시장’이 고유가· 온난화·금융위기 부채질

미래학자 짐 데이터의 현실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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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값싼 석유의 시대는 끝났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혹은 글로벌 경제의 부침에 따라 한동안 석유값이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근본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석유는 점차 고갈된다.

그렇다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에너지는 없을까. 40년 전 필자가 ‘하와이 2000’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만 해도 비록 석유 고갈에 대비하자고 주장은 했지만, 내심 조만간 새로운 기술이 석유시대를 대체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기술낙관론자였다. 인간은 이성적이기에 눈앞에 뻔히 보이는 위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하와이뿐 아니라 미국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석유시대를 대체할 수 있는 손쉬운 대안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석유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과 새로운 대안 에너지를 개발하는 시간이 맞아떨어져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결국 내가 틀렸다.

석유시대를 대체할 몇 가지 기술적 해법으로 식물성 연료(biofuels)나 핵에너지(nuclear)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식물성 연료나 핵에너지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식량을 생산하는 땅이 연료를 생산하는 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땅은 곡식이 최대한 자라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대체 에너지를 고려할 때 꼭 짚어야 하는 것이 ‘에너지 방정식(net-energy)’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게 에너지 방정식이다. 투입한 에너지보다 생산한 에너지가 많다면 실용적인 에너지(positive net-energy)이고, 그 반대라면 쓸모없는 에너지(negative net-energy)다. 지금 거론되는 거의 모든 에너지는 실용적이지 않다. 투입하는 에너지가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많다.

혹자는 핵에너지가 실용적인 에너지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핵에너지를 얻으려면 핵분열이 필요한데, 그 비용을 고려하면 석유만큼 비싸다. 특히 핵폐기물은 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도 아니다. 어떤 곳에선 석탄을 다시 쓰자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쿠바 국민이 건강한 까닭

미래학자 짐 데이터의 현실 진단

석유 없이도 건강하게 지내는 쿠바인들.

그럼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당장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다. 가능한 모든 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바람, 태양, 바다, 그리고 지열(地熱)을 이용하는 에너지다. 바다에선 파도를 이용할 수도 있고, 해양 온도차 발전 시스템(OTEC)을 개발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이제껏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하지 않은 것은 범죄행위에 가깝다.

믿을 만한 통계에 따르면 쿠바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한 국민들이 사는 나라다.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봉쇄 정책 때문이다. 쿠바로 들어가는 석유량을 미국이 통제하자 쿠바 국민은 이를 견디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탔고, 기계를 사용하기보다 수작업으로 일을 했다. 석유 에너지를 마구 사용한 하와이 주민들이 비만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반면 쿠바 주민들은 석유 없이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 우리는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식수와 토양 오염, 그리고 새로운 질병(또는 과거의 질병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것) 등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하와이에선 바뀐 지구환경이 섬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자 이 섬과 저 섬을 옮겨 다니는 ‘환경 피난민’마저 등장했다. 이러는 사이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생산과 소비, 혹은 여가활동이나 여행에 돈과 시간을 아끼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본토 주민이나 하와이 주민은 과거처럼 값싼 상품을 구매하기가 힘들어졌다. 생산과 소비 천국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사실 저가의 상품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극히 예외적이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소비 풍조는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오랜 인류 역사에서 탐욕과 낭비는 나쁜 것이었고 지족(知足·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앎)과 절약은 좋은 것이었다. 끝없는 소비는 나쁜 것이었고, 옛것을 복원하고 재생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 선조들이 일은 조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놀거나 대화하거나 혹은 기도하면서 보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오늘날의 환경 재앙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때보다 옛 시대의 가치를 복원하는 노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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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데이터 / 미국 하와이 주립대 미래학대학원장·정치학 교수 dator@hawai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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