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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난 ‘화학반응’을 추구해요, 현대미술은 더 새로울 게 없으니까”

‘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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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낸시 랭이 좋아하는 사진작업은 자신의 작풉과 함께 하는 것.

필리핀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건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유학 명령 때문이었다. 대수술을 앞둔 어머니는 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사춘기의 딸이 행여 비뚤어질까 봐 두 삼촌이 있는 필리핀으로 보내기로 한다.

“대부분의 아시아 유학생은 그들끼리 어울려요. 그 그룹에선 자기네들도 빠질 게 없으니까요. 전 그게 싫었어요. ‘레귤러’ 축에 끼고 싶었죠. 열심히 해서 두 번째로 빨리 ELS어학 프로그램 과정을 마치고 아이비(IB, 국제학위인증) 디플로마도 땄어요. 파티에도 꼬박꼬박 참석했고요.”

악바리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인 건 오로지 예일대 페인팅과를 가겠다는 꿈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귀국해 홍익대 서양학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유학을 계획하던 그는 난생 처음 좌절이라는 걸 겪는다. 어머니는 아팠고 사업도 기울었다. 세금이 뭔지, 관리비가 뭔지 세상물정 모르던 그에게 학비를 못 내는 상황은 충격이었다. 그 와중에, 그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로 눈을 돌린다.

“친구와 토플학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는데, 제목이 ‘꿈과 갈등’이었거든요. 마침 저는 집안 사정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친 악재 속에서 꿈의 좌절을 겪는 중이었죠. 비상구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비록 초대받진 않았지만 무작정 날아가서 작품세계를 펼쳐보자고 결심했죠.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했어요. 비행기 티켓 살 돈이 없었는데 마침 제 작품 100호짜리가 500만원에 팔렸어요. 하느님이 도와줬다 생각했죠. 부랴부랴 퍼포먼스에 사용할 도구를 준비했어요. 바이올린은 예술의전당 근처 악기사에 쳐들어가 막무가내로 빌렸죠.”

-그 퍼포먼스로 일약 이름이 알려지게 됐죠.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제 상황을 해소하고 싶었죠. 계속 미술공부를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절망적이었어요. 하도 절실해서 거기까지 가게 된 것 같아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그는 가부키 배우처럼 분장하고 속옷차림을 한 채 ‘잡음’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기묘한 광경이었지만, 수천명의 청중이 환호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전시와 퍼포먼스로 언론을 타게 된다. 요즘은 방송과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어 잠깐 눈붙일 짬도 못낼 지경이 됐다.

어쨌든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사건’ 이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나서면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너무 바빠요. 제가 패리스 힐튼 같은 여유 넘치는 삶을 영위한다면 몰라도 잠잘 시간조차 없는 상황에선 느낄 틈이 없어요. 작품활동, 방송, 제 자신의 브랜드 관리, 자선 파티도 예정돼 있어요. 거기에다 프랑스 초대전, 신세계 아트페어, 서울메트로 전시…. 가을까지는 전시회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Dream · “Go for it!”

낸시 랭은 늘 뭔가를 구상하고 움직인다. 인터뷰를 마친 밤 12시에 그는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인기 연예인만큼이나 빽빽한 스케줄인데, 혼자 해나가는 게 용하다 싶을 정도다. 실제로 이따금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곤 하지만 거절한다. 자신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철칙 때문이다. 기업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와도 조건이 맞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만 받아들인다.

“아티스트는 철저하게 개인이에요. 공식적인 루트도 없고 대변해줄 사람도 없죠. 그러나 상대는 기업이죠. ‘갑을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아티스트들은 자기 개성이 강해서 함께 일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협력하다가도 싫으면 그냥 관두고 신경도 안 쓰죠. 하지만 저는 자본주의 사회의 쇼 비즈니스 맥락도 즐기는 편이라 책임감을 갖고 일하려 노력해요.”

‘Just be your self. Dream · Go for it!’ 낸시 랭이 건네는 메시지다. 그 자신과 작품, 꿈이 모두 이 메시지에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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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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