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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의 햇병아리 변호사 체험기

“공평한 법 앞에 불공평한 사람들… 그들에게 팔이 굽네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의 햇병아리 변호사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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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 안 나는 ‘첫경험’
  • “스물일곱 청년을 평생 강간범 누명 쓰고 살게 할 순 없었죠”
  • “무시무시한 경찰과 법원, 범죄자 몰린 소시민의 두려움 보듬어야”
  • 대학시절 겪은 죽을 고비, 사법고시 연달아 낙방
  • 연애 한 번 못한 서른다섯 총각, “괜찮은 직업 가지니 결혼 욕심나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의 햇병아리 변호사 체험기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로 잘 알려진 장승수(張承守·35)씨.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1996년 서울대 인문계열 전체수석을 차지하며 법학과에 입학해 화제를 모은 그는 2003년 사법시험(45회)에 최종 합격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장씨는 지난 2월 사법시험 동기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던 날, 그의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다. 두꺼운 법서를 보고 있던 그가 환하게 웃으며 일어서는데, 타이를 매지 않은 살짝 구겨진 하얀 와이셔츠가 눈에 띄었다. 변호사가 된 지 3개월째, 그 사이 사건 하나를 해결하고 20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경력과 사무실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건을 맡아 정신이 없다”며 멋쩍어 했다.

그의 ‘첫경험’이 궁금했다. 처음 법정에 선 ‘변호사 장승수’의 모습은 어땠을까.

“(사법연수원 시절)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법정에 서니 몹시 떨렸어요. 더욱이 상대편에서 내세운 증인을 상대로 반대 신문을 해야 했던 터라 더욱 긴장했죠. 재판이 끝나고 나서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주위 사람들 얘기로는 잘했대요(웃음).”

‘유죄는 아니다’ 직감



그가 맡은 사건들의 면면이 궁금했는데, “대부분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라며 말하기를 꺼렸다. 유일하게 결론이 난 사건에 대해서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른바 ‘초짜 변호사의 강간치상 피의자 무죄 변론기’다.

지난 3월1일, 그는 혼자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건 오후 3시 무렵. 선배는 뭔가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는 듯 머뭇거리던 끝에 조카가 강간치상 혐의로 입건돼 있다며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날 오후에 당장 피의자와 피의자의 노부모를 만났다.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에겐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피의자의 부모를 다른 방에 모셔놓고, 피의자로부터 2시간 가량 사건의 전말을 들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피의자 A에겐 1년 이상 교제해온 여자친구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 A는 헤어지기를 원치 않았다. 두 사람은 며칠간 옥신각신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A는 여자친구를 설득해보려고 만났다. 그러는 과정에서 성관계를 가졌는데, 헤어진 뒤 여자친구가 A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피의자 A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뒤 그는 직감적으로 ‘유죄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사귀었고, 그 사이 성관계도 여러 번 가졌다. 게다가 피의자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경찰서에 드나든 적 없는 순박한 청년이다.’ 그는 “여전히 여자친구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피의자의 눈에서 진심을 읽었다”고 말한다.

이튿날인 3월2일 오전 10시, 그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피의자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날 오후 피의자는 전격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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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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