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은 지금도 “프랑스 레오스피어사(社)가 납품한 라이다(윈드큐브200S)는 성능미달”이라고 주장하지만, 레오스피어사와 한국 중개업자 케이웨더사는 “해당 제품이 정상적인 검사·검수를 마쳤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케이웨더가 기상청을 상대로 제기한 국내 공사 대금 지급 민사소송은 2심이 진행 중이고, 레오스피어사와 기상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제품 성능에 대한 재검증을 논의해 왔다.
‘신동아’는 5월호와 9월호 기사를 통해 라이다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제품의 실제 가격 및 성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상청의 우유부단한 대처를 비판했다. 고윤화(60) 기상청장은 9월 30일과 10월 8일 기자와 만나 라이다 문제 등과 관련한 기상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기상청은 ‘비리청’이라는 오명을 절대 벗지 못한다. 심지어 해경처럼 해체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말에서, 그가 짊어진 압박의 무게가 느껴졌다. 고 청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환경부에서 30년간 근무했다. 지난해 9월 구원투수 격으로 청장에 임명된 그는 “라이다 성능 재검증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겠다. 국내 중개업체와의 소송에서도 전력을 다해 승소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레오스피어 측과 재검증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재검증을 안 하겠다고 레오스피어에 통보했다. 어차피 재검증은 소용없다고 판단했다. 레오스피어가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국제소송 각오”
▼ 처음엔 왜 재검증을 하려고 했나.
“레오스피어가 해당 제품의 검사·검수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2가지다. 지난해 5월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검사·검수 적합’이라는 서류를 만들었고, 한 민간업체가 진행한 검사·검수에서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수요처인 항공기상청이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의 검사·검수를 승인하지 않았고, 민간업체의 검사·검수에선 절차상 문제가 드러났다. 이전 검사·검수를 무효화하기 위해 재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봤다.”
▼ 그렇다면 왜 재검증을 안 하겠다는 것인가.
“레오스피어가 시간을 너무 끌었다. 전문가 선정 기한도 안 지켰고, 기상청이 재촉하면 그제야 ‘시간을 달라’는 답장이 왔다. 결국 2개월 안에 끝내기로 한 재검증이 9개월이 지난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재검증 방법 협상 때 레오스피어는 이미 ‘우리 성능은 기상청의 애초 규격에 못 미친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재검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 레오스피어가 국제소송을 걸 가능성은 없나.
“각오하고 있다.”
▼ 한국 중개업체 케이웨더는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상대로 국내 설치 공사비용 등 대금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케이웨더가 승소해 진흥원 계좌에서 11억9000만 원을 추심했다. 1심 재판부는 ‘라이다가 검사·검수를 통과했고 정상적으로 설치 공사를 마쳤다’고 판단했다. 2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9월 말에 2심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2심 판사가 해당 문제에 대해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며 준비기일을 잡았다.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본 듯하다.”
▼ 1심에서 왜 졌다고 보나.
“진흥원과 기상청의 대응이 미흡했다. 당시 진흥원장이 공석이었고 직원들도 소송 경험이 없었다. 심지어 진흥원 직원이 케이웨더 측 증인으로 나갔을 정도다. 2심에선 라이다 문제 전반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라이다 계약 해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이 케이웨더 소송에 과도한 변호사비를 지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변호사 비용은 1억2000만 원이다.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케이웨더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하면 레오스피어와의 소송도 불리해진다. 전체 사업예산인 48억7000만 원이 걸린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지면 기상청은 영원히 민간업자들에게 끌려다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