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유사시를 제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담당 참모에게 “육군의 전시예산은 ○○억원이고 해군은 ○○억원인데 왜 공군은 ○억원밖에 되지 않느냐. 이 예산으로 전시 소요물자를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 당황하게 할 때가 많다.
정확할 때 한없이 정확하고 풀어줄 때는 확 풀어주는 사람이기에 공군에서는 그가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숙원사업을 많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총장을 만나 공군의 전력증강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졌다.
-2차 FX 사업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미국 록히드 마틴사는 F-35(JSF)를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고, 프랑스 다소는 라팔, 유럽 국가들은 유러파이터, 미국 보잉사는 F-15로 여전히 모두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언제 2차 FX를 할 것입니까. 엔진이 하나인 단발기도 도전을 할 수 있는지 밝혀주시죠.
“공군은 애초 FX사업의 적정규모를 120여대로 판단했는데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우선 40대만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2차 FX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사업은 2009년쯤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단발 엔진 전투기도 도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세부 원칙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EX(조기경보기) 사업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올해부터 그 사업의 예산이 집행되는데 공군은 올해 중에 기종을 결정해 계약을 맺으려고 합니다.”
-고등훈련기 T-50을 경공격기인 A-50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잘 되고 있습니까. 또한 한국 공군에서는 A-50을 몇 대 도입할 예정인지요.
“T-50 훈련기는 공격기인 A-50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 A-50 생산은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현재 T-50과 A-50은 각각 두 대씩 시제기를 만들어 시험비행을 하고 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50여대의 T-50 이외에 40여대의 A-50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T-50은 성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구형 훈련기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인데….
“성능 대 가격 비교로 따지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공군에게 부담이 되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군은 단순히 훈련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항공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KF-16 추가도입 계획은 없습니까. 퇴역하는 F-4와 F-5를 전부 A-50으로 교체할 것입니까.
“20대를 제작하는 KF-16 추가생산은 금년 중에 종료되고 그 후로는 KF-16을 추가생산할 계획이 없습니다. 퇴역하는 F-4와 F-5 중에서 일부 F-5를 A-50으로 대체해나갈 계획입니다.”
-차기 방공미사일을 도입하는 SAM-X 사업은 지지부진하기 그지없습니다. 패트리어트 PAC-3는 이 사업 대상 기종에서 탈락한 것인지요.
“장거리 고고도 방공망을 구축하고 탄도탄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SAM-X 사업이 꼭 필요합니다. 패트리어트 PAC-3는 이러한 작전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무기이므로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AM-X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방공포병이 육군에서 전군(轉軍)해온 부대이기 때문은 아닌가요.
“FX와 EX는 적의 공군기지와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공격무기이고 SAM-X는 순수 방어무기다 보니 늦어진 것입니다. 아무래도 유사시엔 공격무기가 방어무기보다 효과적이니까요. 방공포병은 1991년 육군에서 전군되어 공군에 왔습니다. 비행기지와는 달리 산간 오지에 산재해 있는 관계로 일부 장병들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대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방공포병은 조종 관제와 더불어 공군의 3대 전투병과로 중요도가 높습니다. 공군은 지난 10년간 방공포병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지금은 공군의 어느 부대보다도 좋은 작전환경과 복지시설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방공포병의 전력 증강을 위해 진급·보직·근무환경 면에서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할 생각입니다.”
-공군이 추진하는 사업에는 2차 FX 외에도 SAM-X, EX, 그리고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는 KC-X가 있습니다. 이들의 우선순위를 밝혀주시지요.
“2차 FX가 제일 먼저이고 이어 EX, SAM-X, KC-X 순입니다.”
-전임 총장께서는 헬기 조종사를 장군에 진출시키는 등 전투 조종사만 장군이 되던 시스템을 바꾸었습니다. 이 총장께서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계획인가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조직의 승패는 공정한 인사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임 총장 시절 헬기 조종사가 장군으로 진급한 것은 자유 경쟁과 능력 위주의 선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마땅히 앞으로도 유지해나갈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공군이 ICBM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략 미사일인 현무와 ATACMS는 공군에서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데….
“글쎄…. 그 문제는 여러 면에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군에서 전략사령부를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98년부터 공군본부는 우주분야를 전담하는 부서를 운영해왔고 2002년도에는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국가 우주개발 계획과 연계한 항공우주군 발전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공군전투발전단장은 과학기술부 산하 ‘우주개발 전문위원회’에 위촉위원으로 참가해 국가 우주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할 때 공군의 우주계획을 반영시키고 있습니다.
공군은 2015년까지 우주작전 기반체계 확보를 추진하고, 2020년대 중반까지는 우주를 활용한 작전능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그후로는 자주적인 우주작전 능력을 구비해 항공우주군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전략사령부를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성남공항 이전은 불가
-공군은 남부사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남부사 외에 또다른 중간사령부를 세우려고 하는 이유는.
“공군작전사령관에게 부과된 과중한 지휘 책임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중간 전투사령부의 신설이 절실합니다. 전시 작전지휘부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중간 전투사령부는 있어야 합니다. 공군은 남부사 외에 추가로 북부사령부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공군작전사령부 밑에 남부사와 북부사가 있는 체제가 될 것입니다.”
-성남의 서울공항을 이전하라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대한 공군의 입장은.
“성남공항(서울기지)은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유일한 공군기지로서 평시에는 인원 및 물자 수송, 근접항공지원, 국빈행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사시에는 후방전력의 전개 작전기지로 사용됩니다. 국가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구호활동을 위한 기지로도 활용됩니다. 이런 이유로 주요 선진국에서도 수도권에 공군기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근처의 앤드류 공군기지, 일본 도쿄 근처의 이루마 기지, 파리 인근의 브르제 기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만 공군은 서울기지에서 발생하는 비행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음이 심한 전투기는 타기지로 옮기고,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고도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서울기지는 공군의 임무뿐 아니라 국가 위기시 필수적인 자산이라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이라크전에서 크게 활약한 GPS 유도 폭탄 JDAM 도입은 어떻게 돼갑니까. 기존의 KF-16에는 이 무기를 탑재할 수 없다는데, F-15K에는 달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기상 여건상 표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날이 많기 때문에 GPS 유도방식의 폭탄 확보가 매우 절실합니다. JDAM은 F-15K에 장착할 수 있어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KF-16에는 불가능한데, 이 또한 소프트웨어 개조를 통해 달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최근 중국은 섬(殲)-10 전투기의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일본은 F-2를 양산해 비행단을 만들고 있고요. 한국은 전투기 제작 면에서 상당히 처져 있습니다. 우리도 전투기를 수입하기보다는 자체 제작하는 쪽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설마 A-50을 단좌기로 개조한 것을 KF-X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물론 우리나라의 전투기 개발능력은 중국 일본에 비해 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훈련기(KT-1)와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연구개발을 성공시킨 바 있습니다. KF-16과 F-15K의 절충교역에서 축적된 기술도 있습니다. KF-X 사업은 KF-16보다 우수한 성능의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A-50 수준은 월등히 뛰어넘는 전투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KF-X 사업은 올해부터 개념 연구에 들어가 탐색개발과 체계개발을 거쳐 2010년대 중반쯤 양산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탑건 선발대회를 보다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돌발 변수를 넣어서 실전에 가깝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동감합니다. 탑건 선발대회는 작년부터 조종사가 지상 표적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출격해 평가관으로부터 표적 위치를 통보받아 이를 찾아내 공격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보다 실전에 가까운 상황을 만든 것이지요. 올해부터는 야간공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야간투시경을 활용한 사격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몇 년 전 알래스카에서 미 공군의 F-15 조종사들에게 각 나라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했더니 미국과 이스라엘 조종사가 최고이고 한국을 그 다음에 두더군요. 그들은 한국 공군 조종사들은 실전 경험이 없으면서도 미 공군과 맞먹는 것으로 행세한다고 지적하더군요.
“음-.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실전 경험은 없지만 우리 공군은 세계 톱클라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2년간 공군을 이끌어 나가면서 어떤 점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까.
“공군은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전력이고 유사시에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효과적인 전력입니다. 이러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종사 관제사 정비사 등 최일선 작전 요원들이 주야(晝夜)를 불문하고 심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눈빛이 살아 있고 컴퓨터처럼 돌아가는 머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공군은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공군’ ‘긍지와 보람에 넘치는 자랑스러운 공군’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엄정한 군 기강 확립’과 ‘교육훈련체계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인다운 군인이 되는 것이 승리의 동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강이 서 있고 교육이 축적된 공군이라면 자신감이 넘쳐 언제든지 싸워서 이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사생관과 좌우명, 혹은 철학이 있다면.
“조종사 시절에는 죽는 그 순간까지 살아서 이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애기(愛機)와 같이 죽는 것이 진짜 조종사라고 말입니다. 제 좌우명은 유비무환입니다. 그리고 군대다운 군대, 군인다운 군인을 만들자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이기는 그런 군인이 진짜 군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