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쓰기로 인간 내면 파악 비법 터득
- 월街에서 배운 지혜, ‘동기가 순수해야 돈을 번다’
- 애널리스트와 다르게 생각하라
- 한국 증시, 지금이 매수 타이밍
- 증권주, 수출주도주, 내수주에 주목할 만
KDI 정책대학원의 경영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수강하던 학생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흘러넘치는 돈과 이를 소유하려는 인간의 탐욕,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 숨막힐 듯 전개되는 곳 아닌가. 미국 일류대학을 나온 주류 백인 남자들도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그곳에서 13년 동안 연간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업계를 호령한 한 여성의 열강에 학생들은 넋을 잃은 듯했다.
이정숙(李靜淑·46) KDI 정책대학원 교수. 1987년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월가(街)에 진출해 2000년까지 베어링증권 부사장, 크레디리요네증권 이사를 역임했다. 그가 활약하던 시기, 한국 유수의 증권사에서 그를 영입하려고 혈안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럽, 북미,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승승장구한 그에겐 성에 차지 않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킬러’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그의 월가 ‘참전기’가 최근 ‘지혜로운 킬러’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 표지에선 ‘도망가지 마라!’ ‘쓸데없이 공격하지 마라!’ ‘소리 없이 승리하라!’ 등 마치 손자병법을 연상케 하는 전투적 표현들이 눈에 띈다. 자전적 내용과 함께 소수 인종의 연약한 여성이 월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비결과 전략이 담겨 있다.
이제는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그는 지금도 세계적인 펀드매니저와 헤지펀드 운영자, 애널리스트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세계 금융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한국 증권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 펀드 매니저들에게 ‘뜰 종목’을 찾아주기도 한다. 신흥시장을 찾아 헤매는 헤지펀드 운영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주거나 펀드 생존의 방향을 제시하는 조언자 노릇도 하고 있다.
일에 미쳐 독신으로 살고, 정상에 올라선 뒤엔 훌훌 털고 ‘산’을 내려온 이 교수의 지난날이 궁금했다. 요동치는 한국 증시의 전망, 외국 펀드매니저에게 추천하는 종목 등도 물어보기로 했다.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 여성 보디빌더 대회 출전을 결심할 만큼 잘 관리한 몸매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은 2시간 남짓 나눈 즐겁고 유쾌한 대화로 어느 결에 사라졌다. 그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카리스마’”라고 했다.
-책을 보니 그간 만난 사람마다 별명을 붙여놓았더군요.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번뜩였습니다. 이런 능력 덕분에 증권사 세일즈맨으로 엄청난 실적을 올렸을 텐데,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기 위한 비법 같은 게 있습니까.
“인간은 원래 남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자기 얘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굿 리스너(Good Listener)’가 돼야 하죠.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다 보면 이들의 관심거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상대방도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본색을 드러내죠. 이런 식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거죠. 별명 붙이는 거요? 사람을 보면 특징이 눈에 띄어요. 제가 어릴 때 화가가 되고 싶어 그림공부를 했습니다.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특징을 잘 잡아서 그려야 했어요. 어려서부터 일기를 쓴 것도 사람의 특징을 잡아내는 일종의 훈련이었던 것 같아요. 외환은행에서 근무하신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그때마다 제 관점에서 사람들을 분석하곤 했어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따라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인터내셔널 스쿨을 졸업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웰레슬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이 나온 명문대학이다. 경영학으로 유명한 밥슨 칼리지에선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영어는 물론 불어에도 능통하다.
‘언더독’에서 ‘빅 프로듀서’로
-다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는 건 알아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죠. 왜 그런 걸까요.
“우리가 이기적이잖아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 그래요. 제가 경험한 영업직에선 특히 그래요. 영업직 사원들은 대부분 공격적이에요. 뺑소니(hit and run) 스타일이라고 할까. 팔아야 하니까, 성과를 올려야 하니까 마음이 급해집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이런 것을 경계하려고 노력했어요.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다음엔 솔직하게 제 생각을 밝혔죠.”
-월가에서 생존한 것이 ‘나만의 창의성’을 발휘한 덕분이라고 했던데, 그런 경험담을 듣다 보면 마치 ‘평범함은 죄악’이라고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어떤 전략을 짜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요. 내가 월가의 주류인 미국 백인 남자들과 너무 다르잖아요. 한국인이면서 여자였으니까. 이들과 붙으면 질 수밖에 없는 언더독(underdog·실패할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이죠. 그러니까 미국 남자들이 하는 식으로 일하면 지는 거예요. 그래서 우선 ‘뒷문’으로 가기로 하고 캐나다 시장을 개척했어요.”
베어링증권에 입사한 이 교수는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쏟던 캐나다 펀드매니저들을 공략했다. 전화를 걸면 얘기도 듣지 않고 끊어버리는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작업’을 시도한 결과 입사 3년 만에 ‘빅 프로듀서’ 반열에 올랐다. 빅 프로듀서는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세일즈맨을 일컫는 말.
“남과 차별화하는 방법은 결국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요. 그러자면 우선 자신의 위치, 회사의 경쟁력, 경쟁사의 움직임을 파악해야죠. 시장에서 무엇이 팔리고, 회사는 그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취약점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남과 다른 점을 찾아야죠.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람은 누구나 독특해요. 그 점을 빨리 파악해서 내가 뭘 팔 수 있는지, 어떤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는지 구상해야 합니다.”
-요즘은 월가에 진출한 한국인도 꽤 있던데, 그들을 겪어보니 어떻던가요.
“언어와 문화가 제일 높은 장벽이에요. 금융 서비스업은 고객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여기 적응하는 데 힘들어하더군요. 예를 들면 미국 펀드매니저를 사귀는 데 대부분 실패해요. 그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으려면 그가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실적이 어떤지, 꿈은 무엇인지, 가족관계는 어떤지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접대만 하려고 해요. 그들은 돈을 워낙 많이 벌기 때문에 술 접대 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외국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문화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자신감도 있어야 하고요.”
슈퍼스타에게도 허니문 필요
-이 교수께선 어떻게 했습니까.
“간단하게 얘기하면 상대방이 나를 찾게끔, 나하고 있는 시간을 즐거워 하게끔 했어요. 그러려면 재미있는 사람이 돼야 하죠. 카리스마가 별건가요.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능력이잖아요.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줘서 실적을 올리도록 도와줬어요. 그리고 매일 통화했죠. 귀찮아해도 계속 전화를 걸었어요. 그래서 친구가 됐죠. 항상 곁에 있어주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국내 증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던 것으로 아는데, 왜 거절했습니까.
“한국 경영진이 제게 ‘허니문 기간(비즈니스 구축 시간)’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뭐든지 해줄 것처럼 말했지만 진짜 그런지 믿음이 안 가더라고요. 단기간에 승부를 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슈퍼스타로 대접했지만 저라고 별수 있나요? 무엇을 하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았어요.”
-월가에서 뛰는 여성도 일과 육아를 다 잘 할 수 있을까요.
“요즘 미국 사회가 그 이슈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있지요. 많은 여성이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 아이들 키우고 난 뒤에 커리어 우먼으로 복귀하자’고 합니다. 월가에서 일하는 친구 중에 결혼한 여성은 희생이 커요. 직장인으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죠. 결국 건강이 나빠지든지, 아이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든지 합니다. 뭐든 대가가 따르잖아요.”
-아직 독신인데, 정상에 오른 대가로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가족을 만들 수 있으니까.”
-다시 월가로 돌아간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습니까.
“다시는 안 돌아가요.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 뒤엔 어떤 성과에도 만족할 수 없었거든요. 은퇴하기까지 갈등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은퇴하기를 잘했어요. 그때 안 떠났으면 2001년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있었을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할 상황이라면.
“제가 월가에서 배운 지혜 가운데 하나가 목적이 돈이라면 잘 안 된다는 것이에요. 동기가 순수해야 돈을 벌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정이 있을 것이고, 어느 순간 최고의 자리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돈이 따라오죠. 지금 제가 돈 버는 일에 집중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어요. 잘 되면 증시에 상장할 수 있을 테니 돈을 많이 벌겠죠.”
용감한 사람이 돈 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싶습니까.
“(손사래를 치며) 이제 저는 좋아하는 일만 하기로 했어요.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남의 인생에 투자하는, 도움을 주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그는 가난한 대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고,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한다. 그가 낸 책의 인세 중 상당부분도 이런 일에 쓰인다.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할 텐데요.
“해외 유명 헤지펀드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어요. 포화상태인 헤지펀드의 구조조정, 생존방법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대형 헤지펀드 운영자, 그리고 그 2세들과 가까워요. 다 제 친구들인데, 요즘 투자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울상입니다. 뭔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문 닫아야죠.”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야 합니까.
“다른 시장을 보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또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면 즉각 결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에 머무르면 그걸로 끝이죠. 가령 2004년 말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한국 증시의 전망을 안 좋게 봤어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도 투자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큰 욕심 내지 않고 20∼30%만 먹겠다고 마음먹고 들어갔어요.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잖아요.
삼성증권, 현대중공업, 전북은행…
돈을 벌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지금 애널리스트 의견이 하나같이 똑같아요. 1/4분기에 증시가 상승했다가 떨어지고, 이후 연말엔 오르겠다고 합니다. 떨어지는 추세니까 기다리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땐 지금 들어가야 합니다. 돈을 벌려면 용감해야 합니다. 모두가 불안해할 때 결단을 내려야 하죠.”
-어디에 투자해야 합니까.
“배당도 잘하고, 기술력도 좋은 우량기업에 투자해야죠.”
-그 정도 얘기는 누구나 다 합니다.
“그런가요?(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이죠. 저는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을 좋게 봅니다. 외국 펀드매니저들에게도 그렇게 말합니다.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굉장히 낮아요. 주식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증권주를 사야죠. 증권주 중에서도, 자산운용 능력이 있는 종목을 택해야죠. 한국 시장은 기관이 주도하는 흐름인데, 이게 계속 될 겁니다. 제 쇼핑리스트에는 증권주가 들어 있어요. 삼성증권이 좋아요.”
-또 뭐가 들어 있습니까.
“수출 주도형 종목들이죠. 지난해와 올해 초, 원화 강세가 급하게 와서 수출기업의 주가가 떨어졌지만, 원화 강세는 정상적인 흐름이에요. 과도하게 조명을 받아서 주가는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맹추격하는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우량한 기업이 어디냐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현대중공업 같은 조선주가 좋다고 봐요. 어떤 분석가는 두고봐야 한다는데, 두고 보면 너무 늦어요. 국내 경기가 살아난다면 은행 같은 내수주도 좋은데, 저는 외국 친구들에게 지방은행을 권하고, 그중에서도 전북은행을 추천합니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저평가된 것 같아요.”
-월가에서 만난 사람 중에 인간적으로나, 투자자로서나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까.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펀드매니저가 생각나는데, 1999년 인터넷 버블이 꺼지기 전에 최고가에 회사를 매각했죠. 그렇게 모은 재산으로 지금은 남미에서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리한 투자자들은 생각이 달라요. 모든 것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사람이 ‘그거 되겠나?’ 하는데도 그들은 다른 시각으로 봐요. 투자할 기업의 사업 아이디어가 창의적인지, 얼마만큼 성장성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또 대부분은 거기서 끝납니다.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죠. 성공하는 매니저는 실천이 빨라요. 최고의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에요. 애널리스트는 분석하는 데 그치지만, 투자자는 비전을 보면 결단을 내려요. 보스턴의 한 펀드매니저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 부시가 재선될 것으로 내다보는데도 클린턴이 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리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올릴 것이라며, 세금을 적게 내는 버뮤다로 회사를 옮겼어요. 결국 그의 예측이 맞았지요.”
회사 속내 알아보기
-투자은행에서 근무했으니, 어떤 회사의 미래가 유망한지 나름대로 파악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경영진을 만나기 전에 회사를 한번 훑어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제 책을 펴낸 출판사를 찾아간 적이 있어요. 웅진씽크빅이란 회사인데, 회사 건물이 마치 1960년대 학교처럼 낡았더라고요. 복도는 삐걱대고요. 놀라웠어요. 최고경영자가 야무지구나, 알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회계자료를 보니까 역시 현금흐름이 좋았습니다. 이런 걸 보고 나서 경영진을 만나면 그가 진실을 얘기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 저도 초기엔 CEO가 말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매끄러우면 그냥 홀딱 반해버렸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실적은 엉망이더라고요. 독립적인 판단을 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돈 많이 버셨죠?
“남자였다면 세 배 이상 벌었을 거예요. 남들이 보기엔 번 돈이 모조리 지갑으로 들어갈 것 같은데, 미국에선 세금으로 50%를 뗍니다.”
-업계 평균 연봉은 얼마나 됩니까.
“돈 많이 번 것으로 알려지면 세무조사 받는 거 아니에요?(웃음) 평균 수백만달러는 되죠.”
-어디에 썼습니까.
“외모가 중요하니까, 자신을 팔아야 하니까 옷을 많이 샀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옷을 고를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마음에 드는 브랜드 위주로 샀습니다. 목걸이나 반지도 많이 샀고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습니까.
“사무실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던 네일 숍이 있었는데, 거기 가서 한 20분쯤 매니큐어 바르며 한국말로 수다 떨면 스트레스가 잠시나마 풀렸어요.”
-운동도 스트레스 때문에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은퇴하고 나서는 선수처럼 연습했어요. 미스터 코리아 출신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처음엔 선수들만 가르친다며 받아주지 않았는데, 끈질기게 요청해서 2년 동안 집중훈련을 받았죠. 선생님은 ‘목표가 있어야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대회에 출전하라고 했어요. 나가면 1등 할 수 있다고. 내가 젊은 선수들과 겨뤄 1등을 하면 ‘아줌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려고 했죠. 근데 결국은 못 나갔어요. 집에서 난리가 났죠. 집안 망신시킨다고….”
-KDI에서 ‘경영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을 가르칩니까.
“주로 공무원과 회사 경영진이 강의를 듣는데 영어로 프리젠테이션 하는 방법, 협상하는 방법, 외국인과 대화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요. 영어 메모나 서류 작성법도 가르치고요.”
‘지름길은 없다’
-비영리 조직을 후원하는 데 열심이라고 들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에요. 선한사람들(순복음교회 소속)을 후원합니다. 예전엔 캄보디아와 몽골에 파견된 의료선교봉사단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저는 자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았죠. 이젠 우리 사회에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흔히 돈 많이 벌면 후원하겠다고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전설적인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은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도 ‘나중에 돕겠다’고 하면서 한푼도 기부하지 않았어요. 최근에야 남을 좀 돕는다고 하더군요. 돈을 벌수록 남을 돕기가 더 어려워요.”
이 교수는 5개월 동안 꼬박 책 쓰는 데 매달린 것은 ‘지름길은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회사의 압력 때문에 고객에게 맞지 않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영원히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고객과 신뢰를 구축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뜨내기 낚시꾼처럼 ‘오늘의 특선’을 가지고 접근해서는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