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와 경력 8년의 치과의사. 박씨의 배경은 가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다섯 살 때 음악을 시작해 예원중과 서울예술고에서 각각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한 음악도 출신. 당연히 음악인이 될 줄 알았지만 음대 입학 실패를 계기로 진로를 바꾼다.
“입학시험을 보기 전 ‘봉투’ 요구를 받았는데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그 심사위원만 최하위 점수를 줘서 낙방했죠. 음악 자체에 회의를 느껴 다른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연세대 치대를 졸업한 뒤 강원도 강릉에서 병원을 개업해 의사로, 한 아이의 엄마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4년 전 정신분석 상담을 받으면서 내면의 음악적 갈증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석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이영훈씨에게 e메일로 도움말을 요청했다.
“이영훈 선생님과 2년간 e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질문은 늘 같았어요. 음악을 왜 하고 싶은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저도 진실하게 자문했죠. 진짜 음악 하길 원하는 건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 건지…. 그 결과 사회적으로 불리는 이름을 내려놓고 정말 ‘음악’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오디션을 보았죠.”
박씨는 “이번 음반은 정적이고 슬픈 노래가 대부분인데, 앞으로는 대중적이고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의 음악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