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김 교수는 중부 아이오와 주 머스커틴에서 자랐다. 치과의사이던 아버지와 철학, 신학을 공부한 어머니는 그에게 더 큰 세상을 몸소 가르쳤다. “아버지는 근면의 미덕을, 어머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주셨다. 퇴계 선생과 마틴 루서 킹 목사에 대해 들려주시면서 큰 뜻을 품고 세계를 위해 봉사하라고 하셨다. 10세 때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소년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강의하면서 에이즈와 결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질병퇴치 활동을 주도했다. 자신을 비운 것, 수신(修身)이었다.
얼마 전 김 차기 총장은 외삼촌인 전헌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서양철학) 초빙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비슷한 시기에 총장직 제의와 오바마 정부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고 상의를 드린 것. 전 교수는 “가정을 돌보며 세상일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 그의 선택을 도왔다. 37세에 결혼한 김 차기 총장이 지난 달 둘째아들을 얻은 것도 ‘제가(齊家)’를 위함이었다. 그는 이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나설 태세다. 봉사와 학업으로 ‘수신’을, 가족을 위한 헌신으로 ‘제가’를 실현했으니 학교운영(治國)과 교육으로 세계의 질병 퇴치활동(平天下)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몸을 던져 질병퇴치에 나섰지만 이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차세대를 가르치는 일에 주력할 때다.” 손오공의 ‘분신술’처럼 자신의 일을 이어받을 젊은이 양성에 나서겠다는 그의 말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