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쇠락해가던 맨체스터 살린 건 축구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9-04-08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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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 영어 사관학교’인 주한영국문화원이 요즘 문화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 다윈전, 기후변화 프로젝트가 그것. 최근엔 충남 공주시와 협약을 맺고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씸 원장은 영어교육의 수장답게“영어교육은 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에 훈수도 아끼지 않았다.
    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수준 높은 영어교육의 장(場)으로 명성이 높은 주한영국문화원이 요즘 좀 더 근원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의 문화교류에 든든한 다리가 돼 양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든든한 협력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문화도시(Creative Cities)·기후변화·다윈 프로젝트 같은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는 이안 씸(Ian Simm) 주한영국문화원 원장. 3월10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심 원장은 근엄하고 깐깐한 과학자 이미지였지만 만나자마자 “이안이라고 불러달라”며 격식을 내던졌다. 인터뷰 내내 유머를 섞어가며 변화하는 영국문화원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들려줬다.

    먼저 문화도시는 현대인의 중요한 거점인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 문화와 예술가의 힘을 빌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한때 조선산업으로 각광 받던 영국의 뉴캐슬이나 맨체스터 같은 도시가 관련 산업 쇠퇴로 황폐화할 때 시민과 예술가들이 나서 도시를 성공적으로 변모시켰다. 문화의 힘이 그런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영국문화원은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Transforming Public Space)’이란 주제로 2010년 3월까지 관련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이 사업은 충남 공주시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아트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공주시가 영국의 선진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이상적인 공공기관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영국문화원과 만난 것이다. 3월9일 공주시와 영국문화원은 문화 및 아이디어 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첫 행사는 ‘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워크숍’이란 주제로 3월25일 공주시청에서 열린다.

    공주시와 문화교류 협약



    ▼ 문화도시 프로젝트가 변화를 꾀하는 국내 많은 도시에 희망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문화도시 프로젝트는 도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고 동아시아의 5개 영국문화원이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Transforming Public Space)’이 그 한 부분입니다. 예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공공장소를 어떻게 흥미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울의 길거리도 예술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런던의 많은 길거리도 그렇게 바뀌었지요. 그게 바로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콘셉트입니다.”

    ▼ 공주는 전통적인 도시인데,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뀔지 기대가 됩니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모든 현대예술은 그 배경에 전통을 담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공주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도시입니다. 우리는 거기에다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주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산과 강 등 아름다운 경관이 있습니다. 서울에도 주변에 북한산과 인왕산이 있습니다. 환경은 뭐라고 할까요, 이미 ‘창의적’입니다. 전통과 환경을 없애고 무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기초입니다. 그 위에 뭔가를 지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공주는 많은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또 공주는 그리 큰 도시가 아니므로 조화로운 도시를 만들기가 더 쉽습니다.”

    ▼ 공주에서 열리는 아트센터 워크숍의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핵심은 아트센터를 도시 재생을 위한 촉매제로 활용해 훨씬 폭넓은 프로세스로 쓰려는 것입니다. 한 도시에 아트센터가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어떻게 활용해야 이것이 도시 전체를 바꾸는 데 유용하게 쓰일까요. 영국 전문가들이 먼저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갖고 와서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공주 아트센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해줄 겁니다. 지금은 아트센터 부지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멋진 빌딩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워크숍을 통해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예술로 일어선 공업도시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영국 측 전문가는 독립문화 중개자인 피터 젠킨슨, 골드스미스 미대 교수이자 큐레이팅 아키텍처 디렉터인 안드레아 필립스,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스테파니 로젠탈 등이다.

    영국문화원은 서울도 더 경쟁력 있는 도시로 바꾸기 위해 3월27일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기획사인 ‘사무소(SAMUSO)’와 손잡고 ‘공공미술: 건축과 참여’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곳에서 도시 속 공공미술의 현황을 살펴보고, 영국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소개할 계획이다.

    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공업의 쇠퇴로 버려졌던 맨체스터의 샐퍼드 부두는 1980년대 말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복합문화공간인 로리센터로 바뀌었다.

    “창의적인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입니다. 창의적인 공간이 많아야 세계인이 많이 찾아옵니다.”

    ▼ 영국의 도시 가운데 성공적으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한 곳이 많이 있습니까.

    “영국의 수많은 도시가 지난 30여 년 동안 변화 프로젝트를 시행해왔습니다.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북동쪽에 위치한 뉴캐슬입니다. 도시 중심에 강이 흐르는 이 도시는 과거에 조선업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런데 30여 년 전 한국의 조선업이 부상하고, 유럽의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뉴캐슬에서도 조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산업설비가 황폐화됐습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 그들은 강가의 선박설비들이 있던 곳에 거대한 예술과 창조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지금은 수많은 상을 받은 화랑과 콘서트홀이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200년도 더 된 뉴캐슬의 아름다운 도심지도 복원했습니다. 이처럼 예술적인 투자 덕분에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다른 산업도 번창하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한국인들이 (박지성 때문에) 축구의 도시라고 알고 있는 맨체스터도 비슷합니다. 이곳은 75㎞ 운하 덕분에 내항으로서 한때 상공업이 번창했는데, 외부적 환경의 변화로 점차 관련 산업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폐허로 변했던 부두 시설이 다른 복합예술문화시설로 대체되었고, 새 산업이 들어오면서 도시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거지요.”

    ▼ 도시를 재생하는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요?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런 아이디어를 동시에 냈습니다. 건축가 예술가 도시계획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작업에 참여한 사람이 이번 세미나에 참석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작업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수년 동안 힘을 모아야 하는 일입니다.”

    ▼ 이런 아이디어는 디자인과 도시 변화에 관심 많은 서울시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서울은 사실 영국이 경험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30년간 서울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많은 부분이 비계획적으로 형성됐습니다. 서울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건물이 서로 어울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피스빌딩, 가정집, 박물관, 고궁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겁니다. 생각을 바꾸면 도시를 사람이 더 살 만하고, 서로 어울리는 공간으로 바꿀 기회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다윈 전시

    ▼ 영국문화원이 왜 이 이런 프로젝트에 관여하는지요.

    “영국문화원의 설립 목적은 다른 나라와 국제적· 문화적 관계를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 문화적 관계는 사람이 서로 어울리고 토론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영국 전문가가 와서 공주시민과 공유하고, 이 작업으로 인해 도시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바로 문화적 관계의 실현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아, 국제 교류와 공유 덕분에 우리가 사는 곳이 더 살 만한 공간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면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지요.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씸 원장은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다른 도시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와는 이미 작업을 해오고 있고, 광주시(심 원장은 ‘경기 광주말고 전라도 광주’라고 설명해줬다)와도 논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문화도시 프로젝트 외에 영국문화원이 최근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 다윈 프로젝트다. 국립과천과학관과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하고 영국문화원, 동아일보 등이 후원하는 ‘다윈과 오늘’(5월10일까지) 전시회는 개관 4개월 만인 3월 초 현재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2009년은 다윈 출생 200주년, 그의 기념비적 저작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다.

    “다윈은 이미 죽었지만 결코 과거의 인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그가 창안한 진화론과 관련한 종교적, 사회적 이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학적 발견에 대한 토론은 지속돼야 합니다. 그래서 영국문화원이 지난 200년간의 다윈 이야기의 중심이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국립과천과학관 관계자들이 개관 기념 이벤트로 다윈전을 열기로 하고 영국문화원으로 찾아왔습니다.

    사실 다윈전도 역사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문제입니다. 역사가 있는 도시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다윈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 더 진전되도록 추가로 다윈 관련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학 카페(Cafe Sci- entifique)’를 만들까 합니다. 딱딱한 과학 강연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거나 비스킷을 먹으며 과학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참 흥미로울 듯합니다.”

    ▼ 영국문화원은 지난해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왜 문화 관련 기구가 기후변화라는 과학 이슈에 대해 흥미를 갖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문화적 관계, 즉 정보와 아이디어의 공유 및 교환 측면에서 보면 영국문화원이 사람들이 직면한 커다란 문제에 관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후변화는 요즘 인류에게 큰 문제 가운데 하나니까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목적은 장차 이 사회의 리더가 될 젊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국제 기후변화 챔피언’이라는 프로젝트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폴란드를 다녀왔고, 올해 말 신기후변화협약이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갈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힘이 점점 커져서 중요 의사결정자들이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월 영국문화원은 9명의 기후변화 홍보대사를 선발했다. ‘100만원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보고서를 쓴 130팀(3인 1팀) 가운데 3팀을 뽑았고, 3월 일본의 기후변화 트레이닝 행사에 한국 대표로 파견할 예정이다.

    이안 씸 주한영국문화원장

    공업의 쇠퇴로 버려졌던 맨체스터의 샐퍼드 부두는 1980년대 말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복합문화공간인 로리센터로 바뀌었다.

    ‘실용 영어 사관학교’

    영국문화원은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지만 그 중심은 영어교육이다. 현재 광화문센터(2750명)와 서울교대센터(400명)에서 매학기(7주) 3150명 정도가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성인반, 나머지는 초등학생·중학생반이다. 중학생 과정은 올해 3월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중고교생들이 영국문화원에 오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실용적인) ‘영어’를 가르칩니다. 특히 한국의 중고교생들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공부에 치중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우리식 강좌를 마련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많은 10대와 학부모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중등과정을 마련하면서 새삼 확인했습니다. 이미 100여 명의 학생이 중등과정에 등록했으니까요.”

    ▼ 일반적으로 미국의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위해 토플(TOEFL)을 많이 치르는데, 그에 상응하는 영국식 시험인 ‘아이엘츠’(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 ge Testing System)도 요즘 준비하는 이가 많은 듯합니다.

    “2008년 한국에서만 2만5000명, 전세계적으로 100만여 명이 이 시험을 치렀습니다. 한국에선 2007년보다 25%나 증가했습니다. 아이엘츠 치르는 사람이 이렇게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대학이 아이엘츠가 영어 실력 테스트에 좋은 시험이라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영국과 호주 등지의 대학만 외국인 학생들에게 아이엘츠 성적을 요구했거든요.”

    ‘아이엘츠’에는 아카데믹(Academic)과 제너럴(General Training) 모듈이 있다. 유학을 원하는 이들은 아카데믹을, 이민이나 취업을 원하는 이들은 제너럴 모듈에 응시한다. 지난해 이 시험을 치르고 대학과 직업 교육을 위해 영국으로 떠난 유학생은 모두 5000여 명. 장단기 영어연수를 다녀온 이도 2만명이나 된다.

    요즘 영국문화원이 특히 집중하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초·중등학교 영어교사 연수프로그램인 ICELT는 6개월간 파트타임으로 교육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인증받는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교사를 위한 교실영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영어수업, 5개월간 풀타임으로 영어와 교습법에 대한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pca영어탐험버스도 등장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과학동화 ‘신기한 스쿨버스’를 연상케 한다.

    영어교사·수업 질 높여야

    “영어 자료 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영어탐험버스는 상당히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전문 영어 선생님이 이 버스에 타고, 학교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 학생들을 이 버스에 태워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고안했습니다. 다음달에는 우리와 파트너십을 형성한 공주시에 이 버스를 보낼 계획입니다.”

    ▼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어교육은 한국인이 세계 활동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영어교육에 매우 관심이 많은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와 수업의 질임을 알아야 합니다. 유능한 교사를 양성하고, 교수법을 잘 개발하는 데 투자해야 영어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원어민 교사는 숫자가 한정돼 있으므로 그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 한국의 영어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나요.

    “20년 뒤에 그 질문을 해주십시오(웃음). 지난해 미래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한 국제토론회인 ‘퓨처 퍼펙트’라는 행사를 치렀습니다. 한 참석자는 20년, 30년 뒤의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정답입니다. 몇 년 내로 영어정책을 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니 2029년에 다시 만나서 같은 질문을 해주십시오(웃음).”

    주한영국문화원에는 1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50여 명은 영어교사이고, 나머지는 업무요원이다. 영국문화원은 전세계적으로 109개국에서 8000여 명이 일하는 세계적 기관이다.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에선 1973년 출범했다.

    탐조여행이 취미

    이안 씸 원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화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이로 1976년 영국문화원에 들어가 과학분야 국제교류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이란 이집트 인도 베트남 등을 거쳐 2005년 7월 주한영국문화원장에 취임했다. 현재 영국대사관 문화참사관도 맡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격’은 크게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 ‘다름’을 즐긴다고 한다. 다만 “한국어가 잘 늘지 않아 걱정”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영어 배우기 어려운 것과 같은 듯하다”고 웃었다. 취미는 탐조(探鳥)여행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탐조 취미가 좀 심심하게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제 취미가 탐조라고 하면 ‘그거 재미있어요?’라고 묻곤 해요. 영국 사람들은 정원에 새 모이통을 두고 새들이 찾아오면 관찰하는 걸 즐겨요. 지금도 성북동 집에서 거실이나 정원에서 새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특히 인도에 살 때는 그곳 새들이 굉장히 화려하고,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흥미로웠지요. 서산이나 한강, 북한산 등지에서도 청둥오리 등 다양한 새를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마지막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영국문화원은 영국과 한국이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금방 깨달은 사실은 ‘영국 사람은 한국을 잘 모르고, 한국 사람도 영국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간극을 메우려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과 영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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