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씨는 “미국 전역에 12개 병원을 보유한 펜로즈 그룹의 케이스 매니저가 됐을 때,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참 기뻤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방인 간호사로서의 삶을 담은 에세이집 ‘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웅진지식하우스)’를 펴냈다. 매순간 생과 사가 엇갈리는 중환자실에서의 경험과 그 속에서 쌓은 환자들과의 유대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버지였어요. 제가 세 살 때 돌아가셨지만, 한순간도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거든요.”
그의 아버지는 ‘낙조’ ‘비 개인 저녁’ 등을 남긴 요절시인 최인희 씨. 어린 시절 고향 강릉 경포호수 등에 서 있는 아버지의 시비(詩碑)를 보며 자란 그의 꿈은 ‘작가’였다. 남편의 성을 따르기 전까지 쓰던 ‘최지은’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백일장에서 입상도 했다.
“하지만 도미 후 그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빨리 영어를 익혀야 했고, 서른이 다 된 제게 그건 어려운 과제였거든요. 한국어는 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글 쓰는 건 엄두도 못 냈고요. 그러다 어느 날, 이제는 웬만큼 자리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오랜 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모국어로 습작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신동아’가 주최한 논픽션 공모에서 미국 생활을 담은 에세이 ‘죽음 앞의 삶’으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마침내 작가가 됐다.
“그 원고를 본 출판사의 제의로 이 책을 내게 됐습니다. 말할 수 없이 기쁘죠. 이제는 독자들이 제 글을 따뜻한 눈으로 봐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며, 지금까지 그랬듯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