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인터뷰> ‘진보 지식인’ 조희연 서울교육감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7-16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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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정부, 전교조 7만 명 적 만들면 절대 성공 못 해
    • 자사고 폐지는 박정희 대통령 고교평준화와 상통
    • 서울대 중심 대학서열과 학벌구조 깨뜨려야
    • 두 아들 외고 보낸 ‘민중적 지식인’의 모순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與도 野도 아닌 진보교육감의 승리.’

    6월 5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6·4 지방선거 최고의 ‘역전 주자’다. 3월 중순 진보진영 서울교육감 단독후보로 출마했지만 18대 국회의원 고승덕 후보, 현직 문용린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턱없이 낮았다. 선거 3주 전인 5월 15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6.0%로, 문 후보(21.2%), 고 후보(19.9%)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하지만 선거를 닷새 앞두고 고 후보의 친딸 ‘캔디 고’가 페이스북에 아버지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졌고 고 후보는 이에 대해 “문 후보의 정치 공작”이라고 맞섰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고, 막판까지 지지도 3위에 머물렀던 조 교육감이 당선됐다.

    하지만 조 교육감의 당선을 단순히 ‘어부지리’라고만 평가할 수 없다. 지금껏 보수 성향 교육감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강남 3구에서, ‘진보’ 기치를 내건 조 교육감은 3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송파구, 양천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공약을 내건 조 교육감에 대해 전반적인 공감과 지지가 뒷받침됐다는 증거다.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 열흘째를 맞은 조 교육감을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조 교육감은 “내가 ‘동아일보 키즈’였다는 내용을 꼭 써달라”고 말했다.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사태 당시 고3이었는데, 친구들이랑 길에서 동아일보를 판매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을 다시 동아일보에 헌금했죠. 한 1주일 정도 했던가, 그래요.”

    성공회대 교수 출신 진보 교육감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메시지일까. 조 교육감이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전교조가 아닌 한국교총이었고, 당선 직후 현재까지 가장 많이 접촉한 언론은 한겨레가 아닌 중앙일보였다.

    진보 교육감 당선은 민심

    ▼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전국 교육감 당선자 17명 중 13명이 진보적 성향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민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생겼고, 특히 ‘교육’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부정부패로 얼룩졌다고 해도, 교육만큼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의 한국 교육은 아이들의 주체적인 미래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는 인식도 있고.”

    ▼ 사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우려도 많습니다. 일부 이전 진보 교육감에 대해 “교육 현장을 정치적 실험실로 이용한다” “불필요한 정치적 이념논쟁에만 천착한다”는 여론이 있는데요.

    “보수는 질서와 안정을, 진보는 변화와 개혁을 좋아합니다.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가보지 않은, 참 어려운 길이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저는 진보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신중하게 교육감직을 수행하려 합니다. 일례로 제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바로 한국교총입니다. 교육청 인사도 전직 (보수) 교육감 때 있었던 주요 국·실장 간부를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와 이해관계자를 어우르는 교육 행정을 할 겁니다.”

    ▼ 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박 커플’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박 시장과는 참여연대 시절부터 뜻을 함께하셨는데, 당선 이후에도 만났죠?

    “네. 6월 25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정책 협의를 했습니다. 선거 과정부터 협력 관계였고 이미 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향후 협력을 확대할 겁니다. 서울을 ‘교육특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죠.”

    ▼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이후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대통령 퇴진 운동, 조퇴투쟁 등을 벌이는 한편 정부 역시 강경책으로 맞섭니다. 조 교육감께서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7월 9일 국회 교문위원회와 만나 협의하는 등 노력하고 계신데요.

    “네. 정치, 사회 선진국에 가장 중요한 건 ‘갈등의 제도화’입니다. 더 많은 갈등이 제도권 내에 수렴돼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 사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판결한 것은 이 흐름에 역행하는 겁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중도화된 보수’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김종인 씨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당선 이후 통치하다보면 강경책의 유혹에 빠지는데, 박 대통령은 이미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전교조를 통해 통치 안전성을 구사하려는 거죠.”

    첫 단추 잘못 꿴 전교조 문제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선거운동 당시 두 아들과 찍은 사진.

    ▼ 전교조 문제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사실 전교조 내 해고 교직원 9명과 관련된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 갈등 비용이 너무 크니까 법적 처벌하거나 법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냥 현상유지 했습니다. 사실 전교조 조합원이 7만 명 정도 되는데, 7만 명의 잠재적 적대자를 가진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 말기에 정권 반대자가 한 1000명 정도였습니다. 4인 가족으로 치면 4000명 정도인데, 수는 많지 않지만 그들 때문에 당시 사회의 안정성은 크게 떨어졌어요. 그런데 7만 명을, 그것도 오피니언 메이커인 교사들을 적으로 돌린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죠.”

    ▼ 한 인터뷰에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결한 것은 박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라고 말씀하셨죠.

    “그런 분석이 있고, 저도 그렇게 추측하는 면이 있습니다. 결국 전교조를 배척하는 전략으로 보수층 지지자를 결집하는 거죠. 근데 선거도 끝났고 선거 전략으로도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 수습 방안을 같이 고민해봐야죠.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요.”

    ▼ 전교조의 대처도 올바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정권 퇴진, 조퇴,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국민적 지지를 못 받습니다.

    “사실 7만 명의 구성원이 있으면 그 안에서 다양한 견해가 생깁니다. 중앙에서 통제가 안돼요. 청와대 게시판에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건 전교조 전체 조합원이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합원 90%가 반대할 겁니다. 이건 정치적으로 풀 문제예요.”

    ▼ 전교조와 소통하면서 제도권 내에 있으니,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교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민주주의는 소란스러운 거고,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이죠.”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교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확대하고,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의 자발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 슬럼화’의 주요 원인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꼽는다. 자사고란 사립학교가 교육과정, 학사를 자유롭게 운영하는 학교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따라 서울에 25개 교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됐다. 이는 서울 전체 고등학교의 10% 수준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자율권을 이용해 국·영·수 입시과목 수업시수를 확대했고, 선발자율권을 이용해 내신 상위권 학생을 뽑아가 일종의 ‘입시 사관학교’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사고에 대한 조 교육감의 인식은 그의 저서 ‘병든 사회, 아픈 교육’에도 담겨있다.

    ‘아이들이 본인의 기득권적 지위를 ‘세습’하기를 바라는 개개인의 ‘합리적’ 행위는 그 사회를 뒤처지게 만든다.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그 극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왜곡을 막고자 아이들에게 부모의 경제력 차이를 뛰어넘어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려고 하는 ‘평등한 출발(Equal Start)’운동이 출현하는 것이고, 공교육의 강화를 통해 ‘돈의 힘’이 교육과정에 작용하는 것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일반고 전성시대 실현을 위해 자사고 폐지가 필수라는 말인가요?

    “자사고를 그대로 두고서는 절대 일반고를 위기에서 구할 수 없습니다.”

    ▼ 사실 일반고가 워낙 ‘슬럼화’한 상태에서 자사고마저 폐지되면 특목고를 제외한 학생들의 학업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한 제1 고교평준화를 잇는 제2 고교평준화가 바로 자사고 폐지입니다. 물은 고이면 썩게 돼 있어요. 고인 물을 퍼내고 새 물을 넣어야 합니다.”

    “자사고는 실패한 정책”

    ▼ 자사고 폐지로 인해 학교,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거셀 것 같은데요. 실제 서울시내 자사고 교장단은 교육감이 자사고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정이 취소되는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사고 폐지 공약을 현실 정책으로 추진할 때 자사고에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당사자 집단의 저항과 우려가 있겠죠. 이게 당선 이후 필연적 긴장 같아요. 그럼에도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해봤는데 이전에 ‘중점학교’라는 지원 모델이 있습니다. 현재 자사고 중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변화한 학교에 대해 5년 정도 ‘중점 학교’로서 광범위한 지원을 하고, 그를 기초로 특성 있는 학교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 자발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건데, 현재 이야기가 된 학교가 있나요?

    “아마 몇 군데 그렇게 할 겁니다. 사실 상당수 자사고는 지금도 버티기 힘들어요. 정부 지원을 적게 받고 등록금을 3배 받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일부 학교는 이미 정원 미달이고.”

    ▼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려면 대학 입시제도가 먼저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입시 성적 위주의 대입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고등학교까지 관장하는 현재 교육감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게 교육감의 한계고. 그렇기에 현재의 대학 시스템, 법적 시스템 안에서 교육 개혁을 시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교육감협의회가 대중의 지지를 얻고,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더해지면 가능합니다. 교육 개혁이 실현된 이후 대학과 사회에 대한 개혁까지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봅니다.”

    ▼ 자사고와 함께 ‘귀족학교’로 주목받는 것이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입니다. 그런데 특목고는 폐지 대상이 아닌가요?

    “특목고는 외고, 과학고, 영재고 등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특수한 교육 목적을 위해 가는 학교입니다. 물론 외고의 경우 현재 ‘신흥 입시 명문’식으로 바뀌고 있어 문제지만 자사고와는 전혀 다릅니다. 과학고는 과학영재를 키우고 외고는 국제, 외국어 전문 엘리트를 키우는 학교로 제 역할을 하도록 감시할 계획입니다.”

    ▼ 일부에서는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이 외고 출신이라 특목고는 두고 자사고만 폐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가장 큰 문제가 자사고이기 때문에 자사고부터 해결하려는 겁니다. 이후 특목고, 특히 외고 문제도 검토할 것입니다.”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 돼야”

    ▼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이 시작한 ‘혁신학교’를 계승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도 많아요. “교사와 교장이 평등하다”는 원칙이 실현 가능할까요?

    “혁신학교는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으니 이제 기초를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혁신학교를 ‘시즌 1’이라고 본다면, 저는 그 성과를 계승해 질적으로 심화하는 ‘시즌2’를 하겠다는 겁니다. 혁신학교는 무조건 특정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교사의 자발성, 헌신성에 기초합니다. 기존 획일적, 기계적, 비민주적인 학교 문화 대신에 교장-교사-학생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학생의 자율성·자발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실험하는 겁니다.”

    ▼ 임기 내 혁신학교가 얼마나 확대될까요?

    “저는 역설적으로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의 문화가 모든 학교로 확대될 때, 혁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때 우리 일반고가 선진화하는 거죠.”

    ▼ 현재 혁신학교 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던데요. 특히 고교를 중심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불만 중 하나가 그거죠. 초등학교 혁신학교는 굉장히 인기가 많아서 그 주변 전셋값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대학입시 압력 때문에 혁신학교 기풍이 죽는 것이 사실입니다. 혁신학교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궁극적으로는 대학 개혁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현재까지 학력, 수월성 교육에 치중하던 것을 전인교육, 인성교육 방향으로 진행시키는 과정입니다. 혁신학교를 통해 새로운 실험을 하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확산되며 성적이 향상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혁신학교 예산 확대

    ▼ 한 인터뷰에서 “1년 혁신학교 예산을 학교당 최대 1억5000만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1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올해 학교당 40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했고요.

    “본래 그 정도 수준(1억5000만 원)이 혁신학교 만드는 데 필요한 적정 비용입니다. 혁신학교는 말 그대로 학교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 수반이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정책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별 예산 투입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것입니다.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 확대에 더 주목할 겁니다.”

    ▼ 그렇다면 교육감께서 이행하실 혁신학교는 ‘곽노현, 김상곤의 혁신학교’와 어떻게 다른가요?

    “이전의 혁신학교는 학교 문화를 혁신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시행할 ‘시즌2’는 질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다양화될 겁니다. 개별 학교가 아니라 지역별 네트워크 체계도 필요하고, 혁신 초·중·고 연계도 구축해야죠. 교육 내용적인 혁신도 필요합니다. 종합적인 창의교육의 틀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보완하며 다양화, 심화하려고 합니다.”

    ▼ 문용린 전 교육감이 시행한 ‘거점학교’는 어떻게 되나요? (거점학교란 지역별 예체능 특성화 학교를 선정해 주변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는 제도다.)

    “일정한 긍정적 성과가 있고 취지도 좋아 무조건 폐지하진 않을 겁니다. 사실 혁신학교, 일반고 전성시대 등의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 그 나름의 성과를 발전시킬 방안을 찾을 겁니다.”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7월 1일 오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취임식 직후 서울 용산 보광초등학교를 방문했다.

    ▼ 선거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속적으로 ‘무상 농약급식’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문제는 최종 소비자가 학교이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의 책임도 있지 않나요?

    “선거 당시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에서 납품한 식자재에서 잔류농약이 기준치 이상 나와서 문제가 됐습니다. 학교는 최종 소비자이기 때문에 식재료 납품 후에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생산, 유통단계에서 철저히 검사해야 합니다.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가 올해 말까지 기존의 샘플 검사를 전수검사로 전환하고, 교육부, 서울시, 식약처 등이 검사검수를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저희 교육청도 학교에 납품된 식자재가 문제없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시내 낡은 학교 건물, 시설물 등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예산 문제 때문에 빠른 대처가 어렵다고 답했는데요. 계획이 구체화됐습니까?

    “서울시교육청 재정 예산 중 노후 시설보수비가 점차 감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교육청 산하 재난위험시설은 총 15개 교, 25개 동으로 대부분 1960~70년대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올해 1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학 때 중점적으로 철거, 개축, 보수 보강할 계획입니다. 아마 올겨울 안에 재난위험시설은 모두 해소할 겁니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

    ▼ 출마 직전 펴낸 책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을 보면 ‘서울대 폐지론’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서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서울대 폐지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밝히라”는 요구가 있었죠,

    “제가 주장하는 것은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서울대의 위상, 역할의 재정립입니다. 서울대가 공고한 대학 서열 체계의 정점에 있으면서 우리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이 큽니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학벌구조의 재생산으로 우리 사회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처럼 전국의 국립대를 하나로 묶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 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가 전문 연구대학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하지만 이는 진보적 사회학자로서의 견해지 행정기관의 수장으로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심각한 대학서열과 학벌구조를 깨뜨려야 한국 사회가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한 것뿐입니다.”

    ▼ 현재 교육 시스템에 대해 ‘파괴적 경쟁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1960~70년대 추구했던 ‘추격교육시스템’을 현재도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제 모든 학부모가 윤택해지고 자신의 경제력을 아이들에게 쏟아 붓고 있어요. 놀라울 정도로 파괴적인 상황인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이뤄졌다고 봅니다.”

    ▼ 이번 선거에서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이 화제가 됐어요. 특히 둘째 아들이 인터넷에 ‘우리 아버지를 도와달라’며 올린 글은 고승덕 전 후보 딸의 ‘폭로 글’과 대비됐는데요. 반면 대안교육, 탈입시교육을 주장하는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이 모두 외고와 명문대(큰아들은 명덕외고-연세대 경제학과, 둘째아들은 대일외고-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종의 배신감을 호소하는 지지자도 있었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요. 제 변명을 한다면, 저도 용기가 없어서 애들을 대안학교로 이끌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주류 경쟁시스템에서 잘해줘서 특목고 거쳐 대학을 갔는데. 저도 부모로서는 고맙고 엎드려 절하고 싶은 심정이죠. 근데 아이들이 행복할까?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저 역시 부모로서 행복하지 않았어요. 둘째 놈은 고등학교 시절 1년 반 동안 고시원에 있었어요. 편하긴 편했죠. 주말에 가서 빨래나 해주고 밥이나 사주고 했으니. 근데 그 귀한 시절을 캄캄한 고시원에서 보낸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루저’뿐 아니라 ‘위너’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 이 잘못된 경쟁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하려면 다원사회로 가야 하는데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은 학벌을 매개로 모든 정치, 경제, 문화 권력을 독점하게 돼요.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로스쿨 정원을 분배한 것이 정말 잘한 정책이라고 봐요. 2000명의 정원을 골고루 나눠서 서울대는 총 정원의 10%를 배당받았어요. ‘사법 엘리트’를 다원화한거죠. 저는 이렇게 엘리트 권력을 획기적으로 다원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행복할까

    ▼ 자녀들 진로는 결정됐나요?

    “저는 완전한 자유방임주의자입니다. 알아서 가겠죠. 근데 저는 시대적으로 ‘민중적 지식인’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제 친구들 중엔 대학생이기를 포기하고 노동자 삶을 선택한 경우도 있어요. 근데 우리 아들들을 보니까 ‘유복한 교수집안의 아들’이더라고. 그래서 아이들한테 ‘너희는 이미 기득권자다. 사회 환원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해라’고 가르치는데, 애들은 쉽지 않나봐요.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부심도 내면화돼 있고. 저 나름대로 부모로서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죠. 이와 관련된 비판을 달게 받아야죠.”

    ▼ 그래도 선거 때 둘째 아드님이 쓴 글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칭찬 좀 해주셨나요?

    “방송국에서도 연락 오고 아주 국민 아들처럼 됐나봐요. 제가 들통 날지 모르니 꽁꽁 숨어 있으라고 했습니다.(웃음)”

    당선 직후, 그와 서울대 75학번 동기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 교육감에 대해 “낭만적 표정에 현실감이 더해졌다”고 평했다. 하지만 기자는 인터뷰 하는 동안 교육 현안에 대해 물으면 구체적 답변보다 사회학적 배경과 그 이상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를 보며, ‘아직 교육행정가보다 진보 사회학자라는 직책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과 현실의 필연적 괴리에 대해 그가 어떤 해결의 자세를 보일지, 많은 사람이 우려와 기대의 마음으로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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