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무현 언론팀’을 이끄는 ‘스리톱’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 그리고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다.
그중 이창동 장관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한나라당이 이장관의 언론관을 문제 삼으며 그가 자진사퇴하거나 해임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다가 유보하긴 했지만 그 결말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가 3월14일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 등을 골자로 내놓은 ‘문광부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 쟁점은 ‘취재원 실명제’와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이다. 비록 이장관이 4월3일 MBC TV ‘100분 토론’에 참석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오보를 피하자는 취지일 뿐 언론자유를 침해할 의도는 없다”고 거듭 밝히긴 했지만, 언론 현장의 목소리는 그의 해명과 ‘갭(gap)’이 여전하다.
진보적 매체로 평가받는 한 월간지의 기자마저 익명을 전제로, “한국사회에선 ‘공식적 관계’에서 깊이 있는 얘기들이 나오기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홍보업무 운영방안’의 일부 내용으로 미뤄볼 때 문광부측이 언론 현장의 사정을 너무 모르는 듯해 무지한 건지 지나치게 순진한 건지 분간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노대통령이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잘 될까요?”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던 ‘취재원 실명제’ 등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문광부 관계자는 “장관과 공보관실 직원들이 나흘 동안 토론을 거쳐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작성했다. 외부인사의 참여는 전혀 없었다. 취재원 실명제와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도 당시 토론의 산물이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문광부의 독자적인 ‘창작품’이라는 것이다.
기자실 개방과 관련해서도 부작용은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 기자실을 비롯 정부 각 부처 기자실을 출입하려면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 7개 언론협회 중 하나라도 가입한 언론매체만 출입기자 등록이 가능하다. 이때문에 이들 협회의 회원이 아닌 전문지, 특수지, 군소 잡지, CATV 등은 아예 출입기자 등록과정에서 소외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문광부측은 “정기간행물법에 의해 문광부에 등록된 매체만도 수천개에 달한다. 따라서 ‘홍보업무 운영방안’ 작성을 위한 토론과정에서 그런 문제의 발생 소지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대안으로, 해당매체의 취재요청이 있으면 취재지원실 이용을 그때마다 허용할 방침이다. 단지 ‘등록한 매체’와 ‘미등록한 매체’의 외형상 차이만 있을 뿐이다”고 밝힌다. ‘공평’한 ‘개방’이란 대원칙에서 볼 때 군색하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비친다.
“이장관 언론철학은 ‘과도한 투명’”
언론담당 주무부처인 문광부의 수장(首長)으로서 참여정부 언론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창동 장관의 언론관은 어떤 빛깔일까.
그는 2001년 9월 ‘안티조선 영화인 선언’을 주도했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뿌리박고 3월27일 창립추진위원회를 연 시민단체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 추진위원인 명계남·문성근씨와도 오랜 교유(交遊)를 통해 언론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장관은 ‘스리톱’ 중 노대통령의 ‘코드’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기도 하다. 노대통령이 문화예술인인 그를 장관 자리에 앉힌 것도 ‘비주류 중 비주류’로 통하는 참여정부가 386세대와 공유한 정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언론개혁은 그중 일부다.
이장관의 한 측근인사는 “이장관이 ‘안티조선’ 활동을 오래 하진 않았지만, 메이저언론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나름의 확고한 언론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말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며 “분명한 것은 이장관이 정책기안단계부터 모든 관련정보를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이라 말한다.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과 관련한 문광부측의 답변도 공무원이 취재에 응했을 때 기자가 예단할 가능성이 있으면 오보를 막기 힘들므로 언론에 대한 협조요청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며, 이미 일부 부처에서는 관행으로 해오던 것이라는 해명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공무원조직의 내부지침에 불과하다면, 다분히 언론에 ‘통제적’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왜 굳이 대외로 공표했는가 하는 점이다. 문광부 김태근 공보관은 “이장관은 개방·공평·정보공개라는 3대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취재원 실명제나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 등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이장관이 언론과의 관계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평상복 착용, ‘싼타페 출근’ 등 취임 때부터 보여준 파격적 행보에서 유추할 수 있듯, 기존 상식의 틀을 쉽게 깨뜨리는 이장관은 노대통령보다 더 자유스러운 인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의 언론관은 다소 이상론적이란 지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장관의 언론관이 노대통령의 그것과 ‘코드’는 분명 맞다. 하지만 언론현실을 감안할 때 조금 앞서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를 명명(命名)하자면 ‘과도한 투명성’쯤 될 것이다”고 분석한다.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문광부가 갈등을 빚은 것도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사장 임명권자로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장관의 공모제 임명 방침에 반대하며 특정인을 사실상 내정해 불거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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