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전 대표는 입을 닫고 있지만 측근들에게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박 전 대표는 요즘 굉장히 ‘뿔이 난’ 상태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 A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격앙된 어조로 박 전 대표의 속마음을 자세히 전했다. 비(非)보도를 전제로 이야기한 것이었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함의(含意)를 띠고 있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를 보도키로 했다.
친박 측근이 전하는 박 대표 속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그렇게 무시하고 만나려고도 안 해왔고, (박 전 대표는) 측근들 공천권까지도 빼앗겨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근혜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결국 ‘여기까지가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그 측근들의 능력이고, 한계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친이 측이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고 따라서 역할론은) 술수를 가장한 말입니다.
이건(역할론은) 박 전 대표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리고 경우에도 맞지 않습니다. (정말 박 대표를 원하면) 측근들이 공개적으로 떠들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이 조용히 만나서 진정성을 전해야 합니다. 예컨대 ‘그동안 바빠서 소홀히 대한 것을 사과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운영하면서 당을 튼튼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표가 경험도 많고 하니 도와달라’ 같은 메시지라도 전해야 합니다. 그러고 그런 내용이 뒤에 언론에 알려지면 국민들도 ‘아 이제 뭔가 제대로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수백 명의 전문가가 도왔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여당과 정책 대결이 가능했습니다. 그들은 박 전 대표를 도운 게 아니라 한나라당을 도운 겁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사람들도 발탁해서 쓸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박 대표를 도왔다고 그들마저 외면하고 있습니다.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과정을 봅시다. 두 사람이 합치기 전에는 물과 기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연합에 성공한 이후 DJ는 JP에게 총리 자리를 준 것은 물론, JP 측과 장관, 국영기업체 요직, 심지어 청와대 행정관까지 나눠 가졌습니다. DJ가 40년 가까이 야당 생활하는 동안 그를 도운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 사람들 챙기기에도 바빴을 텐데, JP까지 배려하니 사회가 통합되어갔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DJ를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했던 이들이나, 수십년 동안 그의 반대편에 섰던 이들까지 규합해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외국에도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대처 등 위기 때 성공한 국가 수장은 다 그런 식으로 반대 세력을 규합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같은 당의 박 전 대표나 그 측근들을 이런 식으로 내칠 필요가 과연 있는 겁니까? 그러면서 이제 와서 ‘역할론’을 내세운다면 과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마음이 안 담겨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제대로 화합이 될까요.
박 전 대표나 주변 사람들이 이 대통령과 등지거나 훼방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미 대권을 거머쥐었고, 다시 도전할 수도 없습니다. 임기를 마친 뒤 정치 보복이 두렵다고 해도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더 (경쟁 혹은 반대 세력에 대해) 햇볕정책을 써서 그런 만일의 사태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 전 대표에 대해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됩니다.
오바마와 힐러리
솔직히 이 대통령이나 측근들은 한나라당이 과거에 국민 앞에 약속한 것들, 그 정강정책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처럼 정책적 혼선이 오는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은 측근들이 선거 때 캠프에서 도왔다고 그들만 청와대, 정부부처, 국영기업체로 데려갔습니다. 그러니 (친박이나 중립 의원들도 있는) 한나라당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