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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vs 오바마 인수위

정책 헤집어 갈등 부르는 한국 비전 논하며 ‘통합’ 그리는 미국

이명박 인수위 vs 오바마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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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 활동은 조용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새로운 각료 인선을 조기에 발표함으로써 미국 국민과 세계 여론에 당선자의 의지와 주안점을 강력히 부각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초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이명박 인수위의 활동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1년의 시차를 두고 이뤄진 두 나라 인수위의 활동을 비교하는 작업은, 권력 전환기에서 한국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새로 주력할 부분을 찾아낸다는 취지에서 의미심장하다. 17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상근자문위원으로 일한 전문가가 이를 비교, 분석하는 글을 ‘신동아’에 보내왔다. ‘편집자’
이명박 인수위 vs 오바마 인수위
비록 5년마다 겪는 일이지만 대통령직인수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훌륭한 대통령을 만드는 일은 훌륭한 준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17대 인수위의 활동은 이른바 ‘노 홀리데이(No Holiday)’ 원칙으로 유명세를 탔다. 새벽에 나와 밤늦게까지 주말도 없이 모두 열심히 일했지만, 모두들 ‘중요한 전략적 결정은 다른 상위 부서나 어디에선가 소수 인원이 별도로 준비하고 있겠지’라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회고다.

미국 국무부 전직 관료인 커트 캠블과 텍사스주립대 린든존슨 행정대학원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학장은 최근 ‘워싱턴 쿼털리’에 ‘대통령직 전환기의 외교 및 국가안보 도전 관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은 72일간 이어지는 인수기간은 미국이 당면한 엄청난 위기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선거캠페인 당시의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과 팀워크를 고려하지 않은 인사는 갈등과 혼선의 근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특히 정책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선택과 정책결정의 과정을 제대로 만드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교안보정책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 당선자는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오바마 인수위에 건의하는 네 가지 사항은 우리로서도 곱씹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첫째, 큰 결정은 가능한 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력을 확보한 후에 내려야 한다. 둘째, 캠페인 당시 생각으로부터 진화해야 한다.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을 소화한 후 새로운 상황에 맞게 적응해나가야 한다. 셋째, 국가안보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따라서 의회와의 관계를 조기에 개선하고 특히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지지기반을 넓히며 대(對)언론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오바마 인수위는 자신들의 활동내용 자체보다는 누가 앞으로 미국의 위기 진화를 견인할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국민과 세계 여론에 희망과 안심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일단 전략적 방향을 잘 세워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와는 단연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인수위의 경우 그 활동이 국가 비전을 세우는 일에 집중되기보다는 세세한 정책 내용에 편중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지나치게 자극했다. 특히 휴대전화 수신료 인하, 출퇴근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공무원시험 가산점, 전문직 탈세 처벌, 공항귀빈실 사용, 영어몰입교육 등 국민의 생활편의나 제도개선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비등했고 정치적 논쟁으로 번져나갔다. 그렇다 보니 결국 큰 방향에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거나 국민 여론을 통합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 비교해볼 때 가장 큰 아쉬움은 각료의 인선이 조기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수석보좌진용이나 각료 인선이 인수위 활동 종료시점에 가서야 이루어짐으로써 국민에게 신선한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다.

물론 당선자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지만, 결국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첫 인선부터 편중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소위 ‘고소영’ 내각이라는 불편한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일부 지명된 인사들마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등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실패했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위해가 됐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임 정부와의 정치적 갈등관계가 있었음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성향의 정부로부터 권력을 넘겨받는 수직적 정권교체가 아닌 다음에야 정권 인수과정이 순조로울 수는 없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고위 공무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실제로 임기 마지막까지 자신의 인사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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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덕│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kdhon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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