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 김두우 기획관리실장(왼쪽부터).
청와대의 의사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이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 참모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논의를 한다. 그 다음 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대응에 나선다.
지난 7월 출범한 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류우익 전 실장(2008년 2~6월), 기강해이 논란이 일던 정정길 전 실장(2008년 6월~2010년 7월) 시절과 곧잘 비교된다. 정치권에선 “3기 청와대 참모진이 별 무리 없이 이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이끌고 있다”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7·28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압승을 거뒀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도 50%대를 회복했다.
청와대의 중심에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임 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이 대통령이 신뢰하는 백용호 정책실장, 정권홍보를 총괄하는 홍상표 홍보수석이 있다. 여기에 한 사람이 더 꼽히고 있다. 김두우 기획관리실장이다.
청와대의 5~6인방
김 실장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직급도 수석비서관 밑이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서 수석비서관회의에도 참석하고 정책·정무·홍보 등 모든 분야의 업무에 폭넓게 관여한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지금 청와대의 모든 길은 김 실장으로 통한다. 김 실장 선에서 안 되는 일이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매일 아침 수석비서관회의가 끝난 뒤 임 실장 방에서 열리는 ‘5인회의’의 멤버이기도 하다. 5인 회의에는 임 실장, 정 수석, 홍 수석, 김희정 대변인, 그리고 김 실장이 참석한다. 때때로 김 대변인 대신 백 실장이 나오기도 하고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해 6인 회의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구수회의가 끝나면 대통령 집무실로 함께 가서 이 대통령과 다시 회의를 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날그날의 정책 방향이나 정무(政務)적 대응 전략이 논의되어 실천에 옮겨진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가 바로 이 ‘대통령+5인회의(혹은 6인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매일 MB에게 두 장 분량 직보?
이 대통령에게 5인회의 결과가 보고되기 전까지 컨트롤 타워는 임 실장이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데다 재경부 출신으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해 정책적 역량도 있는 임 실장이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이 온 다음부터 결정이 신속하고 부드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김두우 실장은 한 번 더 주목받는다. 김 실장은 매일 5인 회의 결과, 대통령+5인회의 결과, 주요 정국 현안을 간략하게 요약해 이 대통령에게 따로 직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그때의 현안을 체크해 A4 용지 두 장 분량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부 통신망으로 보고한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김 실장의 보고서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보고서 내용에 따라 실무적인 지시를 각 수석실과 행정부에 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기획관리실장 김두우’가 실제로는 대통령 의사결정의 핵심 조언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