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다음날인 14일 오전 9시10분에 APEC 회의장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14일 오전 7시29분 숙소인 요코하마 뉴그랜드 호텔 내 특별실에 도착했다. ‘동아일보’ 배인준 주필과의 단독 인터뷰가 7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배 주필과 10여 분간 그야말로 간단한 일본식 조찬을 함께하며 인터뷰를 시작해 8시42분까지 73분간 인터뷰에 응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국내 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 동아일보 인터뷰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G20 서울 정상회의 뒷얘기를 비롯해 임기 3년차의 마무리와 4년차의 국정 주요 과제 등 여러 분야에 관해 배 주필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변했다.
새벽 협상 끝 합의문 도출
배인준 주필 _ G20 서울 정상회의, 큰일 끝내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_ 예측은 했지만, 해보니까 정말 만만치 않더군요. APEC,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이런 데 다 다녀봤지만, 나라마다 각종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참 쉽지 않았어요. 이런 회의를 선진국에서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국가적 영향력이 없으면 힘듭니다. 주최하는 나라가 국력이 없으면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대해 사전에 설득하려 해도 안 되니까요. 특히 금융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더 그래요. 그래서 영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에서 개최하고, G7이 모여서 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배 주필 _ 이번에 많은 정상을 설득해서 효과를 본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이 대통령 _ 그렇지요. 이번에 다급했으니까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게 많이 있었어요. 참가국들끼리 서로 정면으로 마찰하면 양쪽과 대화하면서 의사를 대신 전해주고, 그렇게 해서 좁혀들어가고 말이지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G20 정상회의를 아시아에서 처음, 특히 서울에서 하는데 이거 성공해야 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우리 아시아에서 한다, 신흥국가에서 주최한다 하는 데 대해 뭐랄까, 이해도가 훨씬 있는 거지요. 만약 유럽이나 미국, 이런 곳에서 열렸으면 협의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 주필 _ 그밖에 특별히 도움을 많이 준 정상이 있습니까.
이 대통령 _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분이 좀 많이 도와주셨어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요. 우리가 중국 의견을 좀 반영하고 독일 의견을 반영하려면 미국이 양보해야 하는데, 미국도 우리가 이야기하니까 양보하지, 맞붙어서 중국하고 바로 하면 둘 다 조금도 양보를 안 할 것 같더라고요.
마지막 날인 12일 새벽 4시까지 셰르파(사전 교섭대표)들이 겨우 합의했는데, 또 후진타오 주석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새벽에는 자는 시간이니까 잠을 깬 뒤에 전화했겠죠. 또 비토하는 거예요. 그래서 합의문에 못 들어가게 되는 거 아니냐 싶어 절망적이었어요. 다시 미국하고 붙으면 도저히 안 되겠고 해서, 나중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내 옆에 앉은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좀 움직이고 노력했어요. 그 바람에 회의 속개가 좀 늦어졌지요. 회의 끝나는 시간에 맞추려면 어떻게 해요. 미국은 자신들이 말하면 (중국을) 납득시키기 어려울지 모르니까 독일을 보내고, 또 내가 가서 이야기하고 해서 합의문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