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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국민대통합위 한국 정치·사회 엘리트집단 이념 조사

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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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갈등, 이념과잉의 악순환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회적 갈등이 없다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이념적 갈등은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정치조직이 집단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조직한 균열’이 정치, 경제, 사회적 차원의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교과서적 정의를 한참 벗어나 있다.

한국 사회의 이념갈등은 선거 공간에서는 물론 ‘일상화’돼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일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기사 검색 서비스를 통한 키워드 검색 결과를 보자. 지난 5년과 최근 1년을 검색 기간으로 설정해 ‘이념갈등’ 그리고 ‘진보 보수’를 각각 검색했다. 검색 결과 이들 두 키워드에 대한 보도기사가 매일 200~300건씩 쏟아짐을 알 수 있었다. 지난 5년과 비교해 최근 1년간 보도기사 수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이념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은 2010년과 2013년 12월 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15가지 사회적 갈등에 대한 심각성 인식을 조사한 바 있다. 2013년 12월 조사에서 진보와 보수 간 이념갈등에 대해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심각한 편이다)고 답한 비율은 71.9%였다. 순위는 4위였다. 2010년 조사 결과(61.6%)와 비교한 증가 폭은 다른 사회적 갈등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컸다.

2014년 10월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념과잉’에 의한 대단히 심각한 ‘이념갈등’의 악순환을 경험한다. 세월호법 문제를 비롯해 국가적 이슈든 사회적 이슈든 도처에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과 대결을 벌인다. 대화와 타협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허락되지 않기 일쑤다. 갈등이 커질수록 진보와 보수 모두 각자의 진영(camp)을 견고히 하고 전선(戰線)을 명확히 하는 데 골몰하는 형국이다. 누군가가 패자가 돼 승자에게 무릎을 꿇기 전까지는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념갈등이 아닌 이념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것인지 섬뜩하다.



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념과잉’에 의한 대단히 심각한 ‘이념갈등’의 악순환을 경험한다.

이념의 개념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첨예한 갈등의 주제인 이념(ideology)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다양하다. 합의된 정의가 없는 것은 물론 개념적 추상성으로 인해 이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념은 관념적인 탓에 필연적으로 ‘상징성’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의 현재와 지향할 미래를 위해 일정한 설명 또는 평가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논리성’과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념에 대한 제대로 된 ‘상징성’과 공유된 ‘논리성’ 및 ‘체계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했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이념은 서구 사회에서와 같이 계급인식에 기반을 두고 체득되지 못한 탓에 관념적 차원에서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그 결과 이념갈등의 표출은 이슈가 어떤 것이냐에 따른 다차원적인 양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편 가르기가 확산된다.

또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마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상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학계의 논의는 통일적이지 않다. 전통적인 구성 개념을 통한 진보와 보수의 개념화 역시 간단하지 않다. 다만 다음의 몇 가지 개념을 통해 이념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우선 좌와 우(left-right) 개념이다. 좌와 우의 개념은 폭넓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 개념은 보다 엄밀한 정의를 내린다면, 경제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의 배분과 관련된다. 진보(또는 진보주의자)에서는 시장 실패를 수정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정부 개입을 통해 사회적 효율성과 정당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또는 보수주의자)에서는 시장의 자유와 자율을 강조한다. 다섯 개 질문에서 문1)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유주의와 권위로 나눠지는 특성 역시 하나의 기준이다. 여기서 진보는 자유주의를 옹호하고 보수는 권위를 강조한다. 따라서 진보는 사회적 질서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강조한다. 보수는 사회적 질서와 더불어 권위와 전통을 강조한다. 또한 종교적,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고 엘리트들의 역할을 중시한다. 다섯 개 질문에서 문2)가 여기에 해당한다.

개인의 자유 영역을 포함할 수도 있다. 자유주의와 권위의 기준과 연결돼 있지만 다분히 정치철학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핵심요소는 개인의 자유가 된다.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진보에서는 사람의 본성과 사람의 완결성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취한다. 보수에서는 사람은 본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비관적 견해를 취함에 따라 제도에 의한 구속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긴다. 다섯 개 질문에서 문3)이 여기에 해당한다.

탈근대적 가치(post-modern)와 근대적 가치 간의 갈등을 이념과 관련된 기준으로 포함하기도 한다. 진보에서는 환경, 인종, 성, 반핵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정치적 쟁점을 둘러싸고 새롭게 균열(cleavage) 축이 형성됐음을 강조한다. 보수에서는 물질적 가치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계급균열에 의한 접근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접근한다. 다섯 개 질문에서 문4)가 여기에 해당한다.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기준에는 한국의 특수성도 고려돼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데는 분배나 시장, 규제와 같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에 대한 접근 인식이다. 진보는 북한에 대한 온건한 접근과 남북관계의 자주성을 강조한다. 보수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접근과 튼튼한 한미동맹의 기반을 강조한다. 다섯 개 질문에서 문5)가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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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칠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원 cwc@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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