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4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는 황병서는 북한의 2인자다. 김관진 실장은 그에 버금가는 안보 총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반도 문제는 군사와 정보, 통일, 외교, 치안,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제기된다. 그 때문에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하는데, 그는 경제와 복지, 교육 등 내치에도 집중해야 하므로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대행자로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실장이 적격이다.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수석을 2차장으로 거느리고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가안보회의(NSC)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안보를 총책임진 ‘부총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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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장이 한국의 안보·안전 문제 총책임자라는 평가는 오히려 북한이 해준다. 북 국방위원회는 오래전부터 국가안보실을 카운트파트너로 찍어왔다. 국방위 부위원장을 겸하는 황병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콕’ 찍어 만나자고 했다. 10월 7일의 연평도 NLL 교전 직후와 대북전단을 띄운 10월 10일 연천 교전 직후에도 국방위원회는 ‘오로지’ 국가안보실 앞으로만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 왜 북한 국방위원회는 한국 국가안보실을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국가안보실은 대한민국의 안보·안전을 책임진 사령탑 구실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는 세월호 참사 때 입증된 바 있다.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대통령을 대신한 안보·안전 분야 총책임자가 나서서 여러 부처의 업무를 종합 조정, 통제하며 이끌어야 한다. 과거에는 국가정보원이 음지에서 그 역할을 했으나 국정원법이 개정된 이후로는 불가능해졌다.
세월호 참사 때 국정원이 정보 수집만 하고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해주지 않자, 청와대의 일부 실세들은 국정원법이 바뀐 것을 무시하고, “국정원이 아무 일도 안 한다”고 질타해 남재준 원장을 교체할 빌미를 만들었다. 마땅히 컨트롤타워 구실을 했어야 할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는데, 청와대 실세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대처가 엉망이 돼버리자 박 대통령은 김장수 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모두 퇴임시키고, 연평도 사건 직후 국방부 장관에 임명돼 평판이 좋았던 ‘레이저 김’ 김관진을 국가안보실장으로 불러들였다. 때문에 김 실장은 국가안보의 고삐를 틀어쥘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서는 그의 동기생들도 의아해한다.
지금 청와대에는 육군사관학교 28기의 예비역 대장이 2명 있다. 박흥렬 경호실장과 김관진 안보실장이다. 박 실장은 참모총장만 지내고 전역했으나 김 실장은 3군사령관과 합참의장을 하고 전역했다. 동기생들은 여기에 김병관 전 연합사 부사령관을 보태 ‘3인의 드라마’를 자주 입에 올린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군 인사 때 김병관 1군사령관, 김관진 3군사령관 둘 중 하나가 참모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게 거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부산 출신으로 인사 특기인 박흥렬 참모차장이 임명되자 많은 사람이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