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소신파 왕따’ 홍준표 경남지사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3-07-22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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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와 무관한 ‘노조공화국’
    • 지도자는 옳고 그름 가린 뒤 좌고우면하면 안돼
    • 경상남도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는 중
    • MB는 이익만 추구한 의리 없는 사람
    • 국가 경영의 꿈 있다…국민에게 인정받겠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6월 12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때 회의장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분위기는 험악했다.

    경남 A 의원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식으로 일처리를 하다간 당의 이미지만 나빠집니다.”

    수도권 B 의원 : “홍 지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장사를 하는 것 아닌가요?”

    수도권 C 의원 : “이대로라면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서 홍 지사에게 공천을 줘야 합니까?”(동아일보 6월 15일자 기사 참조)

    “누가 그랬는지 다 알아요. A, B, C가 누군지 압니다. 후보? 경선으로 결정해요. 공천은 당원이 주는 겁니다. 지도부가 개입 못해요. 어이없는 게, 경남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습니다. 왜 지지하느냐? 공공병원이 아니라 강성 노조가 운영하는 ‘노영병원’입니다. 고용을 세습하고 자기네들은 진료비 90% 면제받아요. 인사할 때, 예산 짤 때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해요. 야당과 일부 여당 정치인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여론에 휘둘려 공자님 말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정치 행태죠.”



    “국회 불러 망신 주려는 것”

    7월 12일 경남도청에서 만난 홍준표 경남지사가 날을 세웠다.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7월 9일 홍 지사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앞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조사를 위해 증인 출석을 요구했으나 거부해서다.

    ▼ 동행명령장에 뭐라고 써 있던가요.

    “안 읽었습니다. 비서실장에게 줬습니다. (동행명령장 가져온) 공무원들이 서울에 못 돌아가니까 수령증에 사인은 해줬습니다. 국정조사 시작할 때부터 지방 고유 사무여서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수차 피력했어요. 20년 지방자치에 반하는 일입니다. 공공의료 전체에 대한 조사라면 국정조사가 가능하지만 진주의료원에 특정해서 하는 것은 위헌입니다. 또한 헌법에 신체에 대한 강제 처분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영장주의 원칙이죠. 다른 법의 동행명령 제도는 다 위헌 결정이 나왔어요. 국회법만 누구도 헌법소원을 내지 않아 남아 있는 겁니다. 국회에 대들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명백히 위헌입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7월 13일 증인 출석을 거부한 홍 지사를 검찰에 고발키로 하면서 특위 활동을 종료했다. 그는 7월 14일 이렇게 밝혔다.

    “국회는 국회의 판단을 했지만, 사법부는 오직 법에 따라 판단합니다. 불출석의 죄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 성립합니다.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분명한 4가지 사유를 밝혔습니다.”

    ▼ 잘못한 게 없다면 국회에 나가 속 시원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게 옳지 않나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국정조사 계획서라고 확정해놓은 걸 보니 감정적이에요. 나는 증인 적격이 되지 않아요. 경남도청 공무원 중 진주의료원 내용을 모르는 사람 8명도 증인으로 채택해놨습니다. 불러놓고 망신 주려는 거예요. 진주의료원 노조위원장은 참고인으로 딱 채택해놓고. 공공의료에 대해서 묻는 게 아니라 노조 앉혀놓고 경남도를 창피 주려고 하는 거였거든요. 나를 참고인으로 불러 공공의료 전반에 대해 진술하라고 하면 검토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경남도청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 같다는 지적에 “어떤 잡음과 저항이 있어도 기차는 간다”고 맞섰다.

    “원래 이게 YS(김영삼 대통령)가 개혁을 단행하면서 한 말입니다. 금융실명제 도입하고 하나회 척결했잖아요. YS 지지도가 92%까지 올라갔어요. 그때 개혁에 반대하는 일부가 잡음 내고 저항하니까 YS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개혁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면 개가 되기 때문에 말을 못했습니다. 내가 그 얘기를 지금 그대로 옮기면 야단맞죠. 그래서 어떤 잡음과 저항이 있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한 겁니다.”

    “진주의료원 문제는 과거사”

    동아일보 영남판이 전한, 홍 지사에 대한 경남지역 인사들의 평가를 읽어보자. “정신이 없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무엇이든 단박에 해치우려는 성격이어서 어려움이 많다” “역대 도지사들이 몇 년 걸려 할 일을 3개월여 만에 해치운 느낌” “쿠데타에 가깝다” “양날의 칼이긴 하지만 강한 추진력에 눈길이 간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는 다르다,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매사에 즉흥적인 느낌이 든다” “독선적인 정책결정이 최대 흠결” “의욕과잉과 불통은 충돌을 부른다”…. 긍정적 의미이든, 부정적 의미이든 그가 경남 도정에 회오리를 몰고 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임 지사들이 그간 진주의료원을 두고 폭탄 돌리기를 했어요. 노조가 겁이 나 간섭을 못한 거예요. 즉흥과 추진력은 다른 겁니다. 즉흥은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하는 거고, 나는 일할 때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요. 사람들은 추진력 있게 일하면 성급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후 옳고, 그름을 가려 판단이 서면 좌고우면해선 안 됩니다. 머뭇거리면 더 큰 혼란이 와요.

    진주의료원 건도 노조하고 얘기한다고 개선될 문제가 아니에요. 진주의료원을 정상화하고자 2008년부터 도와 도의회에서 47회에 걸쳐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노조에서 전부 거부했습니다. 진주의료원은 공공성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적폐(積弊)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노조만 강해질 대로 강해졌어요. 2012년 순수의료수익 136억 원 중 135억 원을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로 지출했습니다. 직원이 250여 명인데, 하루 외래 환자수가 200여 명입니다. 그게 본질이에요. 도정 책임자로서 공공의료를 빌미로 삼아 도민 혈세만 낭비하는 진주의료원을 부득이하게 폐업한 겁니다.”

    그는 “진주의료원 문제는 과거사가 됐다”고 단언했다.

    “2월 26일 폐업을 결정하면서 간부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랫배에 힘 줘라, 민주노총 전체와의 싸움이 될 거다. 보건의료노조가 대한민국 노조 중 제일 강성이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문제 삼고 야권이 합세할 거다. 4, 5월이 되면 창원이 시위로 덮일 거다. 국정조사 운운하는 말이 나올 거다. 7월쯤 되면 가닥이 잡힌다. 다섯 달 고생할 각오는 돼 있느냐.’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진주의료원 해산 등기를 7월 6일 해버렸어요. 청산 공고가 7월 12일 나갔고요. 이젠 과거사가 됐죠. 앞으로는 경남도의 부채 문제 해결과 미래성장 전략산업 육성에 매진할 겁니다.”

    ▼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희한하게 해석하던데, 어이가 없네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도민 세금을 어떻게 하면 낭비하지 않고 적정하게 사용하느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대다수의 도민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뭐냐, 그걸 찾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생긴 겁니다.”

    ▼ 진주의료원에 한 번도 안 가봤다면서요.

    “안 갔어요. 앞을 지나가면서 몇 번 봤어요.”

    ▼ 그것도 취임하고 70일 만에….

    “태스크포스 꾸려 거의 두 달간 정상화 방안을 찾았습니다. 결론으로 나온 방안이 폐업이었어요. 노조공화국이에요, 거기는. 원장도 허수아비고요. 인사권, 경영권 다 노조 동의 받아야 하는.”

    “옳은 일 하고 늘 왕따”

    ▼ 중앙정치로부터 소외감 같은 것 느낍니까.

    “그럴 시간이 없어요. 예전에 내가 뭐, 세력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까. 옳은 일 하고도 늘 ‘왕따’를 당했는데…. 노량진 수산시장 사건 때 전두환 전 대통령 형 잡아넣고 미움 사 광주로 쫓겨갔잖아요. 광주에서 깡패 때려잡았는데, 깡패들이 도저히 못 견디겠으니까 로비해 서울지검으로 돌아왔고요. 서울에서 슬롯머신 수사하고 정·관계 정리하니 검찰 내부 건드렸다면서 2년간 왕따시켜 할 수 없이 검찰을 나왔잖아요.”

    ▼ 선배 잡아먹은 검사….

    “홍준표하곤 밥도 먹으러 가지 마라, 인사 때 불이익 받는다…. 왕따를 당했어요. 정치판에 가서도 내가 세력이 있었습니까. 내가 ‘친이’입니까, ‘친박’입니까. 내게 계파가 있었습니까.”

    ▼ 2006년 서울시장선거 전까지는 친이명박이었죠.

    “맞아요. 그때는 ‘친이계’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워싱턴에 유학 가서 함께 놀고 형님, 형님 하던 사이니까. 나는 친박도, 친이도 아닙니다. 정치판에 17년째 있으면서 어느 계보에 들어가본 일이 없어요.”

    2006년 지방선거 때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밀면서 MB와 홍 지사가 갈라선 적이 있다. 그해 6월 11일 두 사람이 롯데호텔(서울 소공동) 일식집에서 만났다. MB가 말했다.

    “오해다. 특정 후보를 도운 적이 없다.”

    그가 답했다.

    “오해했다니 그렇다 치자. 이 시장이 대선 파트너로 오 후보를 선택했다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내가 어떻게 이 시장과 얼굴을 맞대고 정치를 하겠나. 나는 이 시장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한다. 이 시장은 이 시장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진주의료원은 7월 6일 해산 등기를 마쳤다.

    그는 MB를 두고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때 나, 이명박, 최시중, 이재오 이렇게 넷이 만난 적이 있어요. ‘시장은 네가 바통을 이어받아라. 경선할 때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1년 동안 했어요. 그랬는데….”

    ▼ 막판에 마음을 바꿨군요.

    “서울시 대의원 대부분이 이명박 지지자였습니다. 후보 경선 10일 전에 오세훈 쪽으로 돌려버렸어요.”

    ▼ ‘홍준표 후보’로는 진다고 판단한 거죠.

    “그랬을 거예요. 내가 강금실에게 5%p 이기고 있었으니까. 오세훈은 15%p 이기는 것으로 나왔고. MB가 보기엔 홍준표는 어음이고 오세훈은 현찰인 거야. MB가 정치를 하신 분은 아니죠. 정치적 의리 같은 건 없는 사람이에요. 기업적인 이익만 추구하던 사람 아닙니까. 기업하는 사람이 어음 선택하겠어요, 현찰 선택하겠어요? 나는 오세훈이 시장 되는 건 정의에 맞지 않다고 봤어요. 국회의원 한 번 하고 정계은퇴 선언한 후 하는 일 없이 강남에서 잘 놀다가 또 바람 타고 돌아와 시장 하려는 건 정치적 정의에 안 맞다고 봤어요.”

    MB “나도 홍준표 통제 못해”

    ▼ 그래놓고 2007년 대선 때는 왜 MB를 도왔습니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마무리되고 MB한테 ‘정치를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정치인은 무엇보다 의리가 있어야 해요. 그렇게 결별했는데, MB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BBK 문제를 헤쳐나갈 사람이 없다, 당신이 해결해달라’고 두 번, 세 번 요청이 와 맡았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MB가 오 전 시장을 지지한 일은 ‘정치인 홍준표’가 마음속으로 그려놓은 인생항로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는 서울시장 → 큰 정치를 꿈꿨다. MB 정부 때는 법무장관을 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MB는 여당 원내대표로 핵심 법안을 처리를 도와준 그를 모른 체했다.

    “검사 출신이라면 법무부 장관을 해보고 싶기 마련입니다.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싶었어요. MB가 법무장관 하라고 두 차례 얘기했죠. 그런데 장관 인사 결정할 때 측근들이 전날 밤에 두 번이나 올라갔답니다. 평검사 때 검찰총장 잡아먹은 놈이다, 법무부 장관 시키면 대통령 친인척을 도륙낼 것이다…. MB한테 가면서 ‘국가 세탁’ 발언도 들고 갔답니다. 듣기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에게 홍준표 법무장관 한번 시켜줘야 하지 않으냐고 했답니다. 대통령이 ‘통제가 되겠느냐?’고 물었대요. ‘각하가 통제하셔야죠’ 했더니 ‘나도 홍준표 통제 못해요’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그게 내 팔자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 그래서 대한민국 대신 경상남도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로 한 겁니까.

    “지금 돌리고 있잖아요.”

    그는 지사 취임 직후 “감사에서 적발된 공무원은 다 잡아가도록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두 분. 그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법정구속돼버렸어요. 그렇게 된 뒤부터 공직사회가 깨끗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비리는 가차 없이 다룰 겁니다.”

    ▼ 경남지사는 딱 5년 6개월(현 임기 1년 6개월 + 재선 시 4년)만 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그렇습니다.”

    ▼ 큰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가 경영의 꿈을 갖고 있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죠. 무리하지 않고, 현재 서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국민이 인정하고, 국가 경영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거죠.”

    ▼ 경남에서 일을 잘 해야겠네요.

    “잘 하려다보니 지금 시끄러운 게 많잖아요. 굽은 것을 바로 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다보니 기존 질서에 매몰돼 있는 사람들의 저항이 심하죠.”

    “홀로 길을 가는 사람”

    그보다 별명이 더 많은 정치인은 없다. ‘홍 반장’ ‘홍그리버드’ ‘버럭준표’ ‘자유인’ ‘도꼬다이’ ‘독불장군’ ‘모래시계 검사’….

    ▼ 어떤 별명이 적확하다고 봅니까. ‘홍 반장’ ‘모래시계 검사’는 좋은 쪽이고, ‘독불장군’ ‘홍그리버드’는 나쁜 쪽인 것 같은데요.

    “홍 반장이라는 별명이 제일 좋습니다. 반장이라는 게 군기 잡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군기 잡는 건데, 내가 원내대표 할 때 얻은 별명인데 그게 제일 좋아요. 초등학교 때 전학을 다섯 번 다니면서 반장을 한 번도 해본 일이 없거든요.”

    그는 “나는 홀로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말을 이따금 한다. 검찰에 있을 때부터 ‘도꼬다이’였다. 주류보다는 비주류 쪽에 주로 서 있었다.

    “일본말 도꼬다이는 원래 소수의 병력으로 대군을 무찌르는 정예 병사라는 뜻입니다. 그게 나쁜 말이 아니에요. 일당백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 홍그리버드는….

    “지난번에 눈썹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거고, ‘버럭준표’야 뭐….”

    홍 지사는 2011년 9월 눈썹 문신 시술을 받았다. “미용실에서 했느냐, 병원에서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것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웃었다.

    ▼ 경남도청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버럭’한다면서요.

    “긴장관계에 있죠.”

    ▼ 건강한 긴장?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 아직까지는 위태로운 긴장?

    “현재까지는 긴장관계에 있어요.”

    별명은 사람의 특징을 꼬집어 드러낸다. 그가 좋아하는 ‘홍 반장’뿐 아니라 다른 별명에도 그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이 예리하게 담겼을 것이다. 그의 돈키호테적 기질은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는 한몫했지만, 정치인의 행로에서 마이너스가 될 때도 많았다. 진주의료원 사태도 비슷하다. 사안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규정한 후 설득 노력도 없이 숨 가쁘게 밀어붙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공공의료보다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한 서민 의료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공공의료를 빙자한 강성 노조의 저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노조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예산은 단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논리는 “돈 없고 갈 데 없는 환자들이 의료원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도록 해달라”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감성에 밀렸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증인 출석을 거부한 그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특위에 속한 새누리당 의원 중 누구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불출석의 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그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불출석했다”면서 “헌법소원심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그를 두고 “국회의원은 이슈를 선점해 메시지를 내놓으면 칭찬을 듣지만 도지사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안철수 의원(무소속)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고 과정인데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는 토론과 합의가 없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독단과 불통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의 기본은 대화와 논의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통보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독불장군식 일방통행을 막아야 한다” “노조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악 따지는 검사식 사고

    그를 만나러 가던 창원행 KTX에서 ‘신동아’ 2009년 2월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가 여당 원내대표로 일할 때다. 흥미로운 문답이 있어 밑줄을 그었다.

    “검사가 보는 세상과 정치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릅니까.”

    “검사는 선악만 가리면 되고 정치인은 선악과 함께 가야 하는 직업입니다. 정치가 더 어렵습니다. 초·재선 때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검사 시절의 연장선이었지요. 그래서 저격수 노릇도 했고. 이제는 내공이 생겼고 요즘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검사와 정치인 중 어느 것이 더 자신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

    “검사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검찰에 돌아갈 수 없어 부득이하게 정치를 합니다만. 제가 죽고 난 후 아들이 비문에 ‘현고검사부군신위(顯考檢事府君神位)’라고 써주길 바랍니다.”

    그는 아직도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정치권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내가 보기에 옳으면 그 길로 간다’는 소신은 잘못하면 독선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인터뷰 중 그에게 밑줄 그은 대목을 읽어줬다.

    ▼ 아직도 선악을 가리는 검사식 사고를 가진 것 아닌가요.

    “지금도 선악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 좋은 게 좋은 거다 할 수는 없습니까.

    “지방 살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어릴 적 우리 집이 월세방을 전전했거든요. 빚을 내 이자 갚느라 허덕였어요. 결혼하고 난 후로 빚을 절대로 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안 쓰고 안 먹고 말지. 그런데 고향에 내려와 살림하는 처지에서 보니 답답한 겁니다. 도청에 에어컨 튼 지 하루밖에 안 됐습니다. ‘너무 더우면 틀자’고 어제 얘기했어요. 경남도 부채를 갚으려면 재정 상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진주의료원 폐업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도지사실에 ‘倜?不羈’라고 쓴 서예작품이 걸려 있다. 척당불기는 기개가 있고 뜻이 커 남에게 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當斷不斷反受其亂’이라는 고사도 좋아한다고 했다. 당할 당, 끊을 단, 아닐 부, 되돌릴 반, 받을 수, 그 기, 어지러울 난. 당연히 처단(處斷)해야 할 것을 주저(躊躇)해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말미암아 도리어 재화(災禍)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복잡한 현상도 단순화하면 대책은 A 아니면 B 둘 중의 하나입니다. 둘 중에 아무거나 선택해도 망하지는 않습니다. 최선이냐, 차선이냐의 차이는 있겠죠. 추진력은 이런 태도에서 나오는 겁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망설이다가 모든 것이 끝나버립니다. 결단을 못 내리는 거죠.”

    그가 볼펜으로 종이에 여덟 자를 썼다. 當斷不斷反受其亂

    “결단을 내릴 때 머뭇거리면 반드시 혼란이 일어납니다. 지도자는 결단을 내리기 전 수많은 숙고를 거쳐야 하지만 일단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해서는 안 됩니다.”

    一手不退

    ▼ 일수불퇴(一手不退). 일단 한 수 놓으면 그 길로 간다?

    “그렇죠. 앞서 말했듯 진주의료원 문제는 과거사가 됐습니다. 경남의 50년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 임기 중 신공항 문제로 부산과 다퉈야 할 듯한데요.

    “다툴 사안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입지를 선정하면 승복해야 합니다. 일단 승복하면 배제된 곳은 정부가 그 지역에 알맞은 국책사업을 마련해줍니다.”

    ▼ 한발 떨어져 중앙정치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듭니까.

    “옛날과 달라진 게 없다고 봅니다.”

    ▼ 원내대표 할 때도 그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요.

    “내가 원내대표 할 때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참 어려울 때입니다. 촛불사태로 정권의 힘이 빠지고 난 뒤인지라 원내협상하며 고생했습니다. 야당하고 대립도 엄청 했지만 막바지에 원혜영 원대대표와 거의 다 합의해서 처리했어요. 그래서 ‘홍 반장’ 소리를 들은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엉뚱한 소리하면 내가 용서를 안 했죠.”

    ▼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그 안에 담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는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봅니다.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국가보안법 읽어봤습니까?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면 어떤 죄가 됩니까. 포기 발언 있었다, 없었다를 두고 다투는 것은 어린애 같은, 초등학교 애들한테 국어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얘기예요. 언론이고 정치권이고 왜 그렇게 접근하는지 몰라.”

    ▼ 동조 여부에 대한 의견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봤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계신다고 봅니다.”

    정치인은 수사(修辭)로 행위할 때가 많지만 도백(道伯)은 결과로 심판받는다. 소망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돼 2018년 임기를 마칠 때,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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