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의 정부’부터 이어진 민주당 포퓰리즘(인민주의) 유전자
文 정부 핵심 86세대 집권 후 인민주의 더 심화
文 정부 국익에 반해도 집권 세력 유리하면 정책 강행
與, 소득주도성장·비핵화·사법개혁·방역 모두 실패
이론적 토대나 과학적 검증 없는 이재명식 경제정책
李 집권하면, 포퓰리즘 넘어 파시즘까지 발전할 수도
여당식 사법개혁, 민주 법치 아닌 ‘진시황식’ 법치
정권교체 실패하면 親北,連中,非美,反日 외교 이어져
2021년 12월 9일 서울 동작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만난 윤소영 전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 [박해윤 기자]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윤소영(67) 전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언이다. 윤 교수는 1980년대 운동권 정파 중 ‘민중민주주의혁명(PD·People’s Democracy Revolution)’의 이론적 토대가 된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정초(定礎)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좌파 경제학계의 원로가 진보진영인 여당의 대선후보를 작심 비판한 것.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그를 만나게 된 이유는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 직후인 2021년 11월 6일 한 학생운동단체가 발표한 입장문 때문이었다. 입장문의 제목은 ‘20대 대선에서 좌파의 선택은 정권교체여야 한다.’ 입장문을 낸 전국학생행진(이하 행진)은 PD계를 계승하는 단체다. 입장문에는 “포퓰리스트 이재명보다 자유민주주의자 윤석열이 낫다” “여당은 보수주의에도 미달하는 포퓰리즘 세력이며 사이비 이론으로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망치는 사기꾼 집단”이라는 내용이 있다.
일부 진보진영 사회운동단체들은 행진이 윤 교수 등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의 고참 활동가들이 학생단체를 내세워 논쟁을 펼친다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9일 서울 동작구의 연구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행진을 비롯해 사회운동단체들과 정치적 지향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며 “나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의 내용과는 결이 다르다”고 밝혔다. 운동권의 사상을 정립한 마르크스주의자는 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아래는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집권 세력이 원하는 정책이라면 무조건 강행
2006년 9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 FTA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반발에도 FTA를 강행했다. [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민주당계 집권 세력의 정치 이념이 포퓰리즘이다. 여기서 말하는 포퓰리즘은 대중영합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나 엘리트주의에 대항하는 정치 이념을 말한다. 오해를 막기 위해서 ‘인민주의’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 과거 민주당이 추구하던 이념과 지금의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달라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 민주당이 인민주의를 정치적 이념으로 삼았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인민주의를 정치체제로 삼고 있다.”
- 정치 이념과 체제는 어떻게 다른가?
“이념이 정치적 방향성이라면 체제는 특정 이념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인민주의가 정치적 이념이던 시절에는 지지층의 생각과 다른 정책이라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인민주의가 정치체제가 되면 아무리 국익에 도움이 되더라도 핵심 지지 세력의 생각과 다르다면 해당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윤 교수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FTA) 타결 당시 집권 세력이 정치적 이념을 꺾은 대표적 예로 들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운동권 86세대는 한미FTA에 반대해 왔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국익을 이유로 협정 타결을 강행했다는 것. 그는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예와는) 반대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도 집권 세력에 유리한 정책이라면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주도성장·기본소득은 경제정책 가장한 사기
- 현 정부가 집권 세력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강행한 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모두가 국익과 무관하게 집권 세력의 입맛대로 짜인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론부터 시작해서 외교, 검찰개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까지 전방위적으로 문제다.”
- 경제정책부터 살펴보자. 소득주도성장론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정책을 가장한 사기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술혁신으로 생산량이 늘거나 새로운 재화, 서비스가 생겨야 한다. 기술혁신이 일어나려면 자본가들이 이윤을 축적해 이를 투자해야 한다.”
- 여당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도 이론적 토대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원형은 1970년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제자인 조앤 로빈슨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이다. 경제학계에서도 비주류 이론이라 충분한 연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사실상 국민을 모르모트로 이용해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이론의 실증 연구를 하는 셈이다.”
- 이 후보는 소득주도성장을 넘어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 기본소득이 소득주도성장보다 급진적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경제학에 대해 몰라 생기는 오해다. 기본소득론을 정립한 학자는 영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미드다. 미드는 경제성장이 멈추는 특수 상황을 기본소득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경제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역성장을 막기 위해 경제체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나눠주자는 것이 기본소득의 원형이다.”
-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 정책은 기본소득보다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기본자산과 유사하다. 이 이론도 사실은 자산이 없어 자신의 노력만으로 빈곤을 탈출할 수 없는 계층에 대한 지원책이다.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자는 주장이 아니다.”
윤 교수의 주장대로 피케티 교수의 기본자산론은 저소득층 구제책에 가까웠다. 피케티 교수는 2020년 6월 열린 프랑스 파리-서울 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적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월 500~600유로(68만~82만 원) 수준의 생활비를 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기본소득(revenu universel)은 마치 불평등을 모두 해소할 것 같은 뉘앙스를 전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생존에 필요한 기초생활비를 의미하는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선되면, 광화문 焚書 일어날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21년 12월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파시즘의 대표적인 특징이 적과 나를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대방과 토의해 가며 의견 차이를 좁혀간다. 하지만 파시스트들은 의견이 다른 상대를 모두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감성에 호소해 지지를 얻으면 인민주의 파시즘 정권이 등장하게 된다.”
- 이 후보에게 그러한 면모가 있다는 것인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만 봐도 드러난다. 대장동 개발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을 ‘도둑’이라 폄하하고, 이준석 대표를 ‘봉고파직(封庫罷職)’하고 김기현 원내대표를 ‘남극에 위리안치(圍籬安置)’시키겠다고 까지 말했다. 이는 상대를 정치적 경쟁자로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이 후보가 2021년 12월 7일 서울대 경제학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강연회에서 한 발언에서도 파시즘의 편린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떤 발언을 듣고 그렇게 생각했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생들을 앉혀놓고 ‘경제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치다. 객관적 상황이 바뀌면 경제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경제정책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 후보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경제관료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2021년 11월 27일 이 후보는 전남 강진군 군동면 안풍 마을회관에서 열린 ‘국민 반상회’ 행사에서 ‘농촌 기본소득’을 강조하면서, “당은 제 페이스대로 많이 바뀌었는데 기획재정부는 죽어도 안 잡힌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맴매(해야 한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당은 법을 통치의 도구로 쓰고자 해”
- 관료나 학자 등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정권은 파시즘이나 전체주의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인가?“20세기 전체주의 정권의 대표 격인 히틀러의 나치당이 1933년 벌인 베를린 분서(焚書)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비독일인의 정신을 정화시킨다’는 명목하에 나치당원들을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담은 책 1만8000여 권을 베를린 광장에 모아 태웠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광화문 광장 분서 사건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 그렇다면 이 후보 대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보나?
“이 후보가 가진 정치인으로서의 문제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은 정권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설명했듯 검찰개혁이나 외교, 방역 등의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 검찰개혁부터 이야기해 보자.
“정부와 여당은 검찰 중심의 사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경찰이다. 검찰의 권력을 대부분 경찰에 이양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다.”
- 경찰권력 강화와 군부독재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한국 사법체계의 역사를 보면 이승만 정부에서부터 경찰 중심의 사법이 이뤄졌다. 이후 박정희 정부에서는 중앙정보부가, 전두환 정부에서는 보안사령부가 비밀경찰의 역할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총장 재임 중이던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스1]
“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현 정부 초기에 비해 검찰의 권한이 강화될 가능성은 낮다. 공식 석상에서 윤 후보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강조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로, 쉽게 설명하자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뜻이다. 법치주의를 강조한다는 것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권력을 이용해 법을 어기거나 고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윤 후보는 2020년 8월 검찰총장 재임 시절 신임 검사 신고식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일반인에게 ‘법의 지배’ 같은 무서운 말은 위험하게 들린다”고 비판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를 검찰총장으로 발탁했지만 윤 후보가 상대 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것을 두고 여당 일각에서는 ‘배신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은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법에 의한 지배는 진시황처럼 통치 도구로 법을 이용하겠다는 의미다. 법관은 법에 충실해야지 정권에 충성해서는 안 된다.”
친미 자유주의 vs 친중 전체주의
한편 윤 교수는 “20대 대통령선거에서의 정권교체는 단순히 집권당이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당 외에 어떤 것이 바뀌게 되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외교, 사회, 경제 등 체제 전반이 변하게 될 것이다. 국민이 어떤 정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이 친미 자유주의 기반의 민간 주도 자본주의경제 체제로 갈 것인지 친중 전체주의 기반의 국가 주도 자본주의경제 체제로 갈 것인지가 정해진다.”
-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향후 한국의 외교정책은 친중반미 기조로 움직일 거라 생각하나?
“현재 문재인 정권의 외교 방침은 ‘친북연중비미반일(親北連中非美反日)’이라 볼 수 있다. 북한과 친하고 중국과 연대하려다 보니 미국과는 멀어진다. 일본과는 지속적 갈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친중 성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 관계인 만큼 중국과 가까워진다면 그만큼 미국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
-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 비해 친중 성향이 강하다고 보는 이유가 있나?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전체주의적 성향과 이 후보의 성향이 닮았기 때문이다. 세계를 호령하던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IT기업도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 후보가 집권한 뒤의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지나친 우려가 아닐까?
“나도 지나친 우려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후보가 야당이나 자신과 의견이 다른 관료, 학계 전문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한국의 시진핑이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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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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