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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인준 부결 보고받은 노태우 “민주주의 참 힘들구먼”

정해창 前 대통령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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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10-24 09: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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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경쟁력강화회의 8번 개최, 제조업 강국 밑거름돼 뿌듯

    • 국회 해산권, 비상조치권 없는 5년 단임 대통령이 제왕?

    • 尹 대통령, 외교안보 분야에서 많은 성과 올려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노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정부’를 재조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12·12 군사 반란과 비자금 등 부정적 이미지에 가려 그동안 평가받지 못했던 ‘북방 정책’ 등 노태우 정부 성과를 알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대통령 비서실장 791일’도 노태우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와 함께 노태우 정부 하반기 국정 성과를 다룬 책이다. 1990년 12월부터 1993년 2월 노태우 대통령 퇴임 때까지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한 정해창 전 비서실장이 저자다. 그는 5공화국 때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법무차관, 대검차장, 법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초대 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후 노태우 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년 넘게 일했다.

    정 전 비서실장을 서울 테헤란로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침 정 전 비서실장을 만난 10월 6일 국회에서는 노태우 정부 첫해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 지 35년 만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됐다. 정 후보자 인준 부결 당시 정 전 비서실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을 때다. 당시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해윤 기자]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해윤 기자]

    35년 만에 같은 상황, 안타까워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 표결 문턱을 넘지 못한 이후 35년 만에 오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이 부결됐다.

    “안타깝다.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해서 처리하면 좋았을 텐데….”

    정 후보자 인준이 부결됐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뭐라 하던가.

    “당시 내가 법무부 장관으로 일할 때라 그날 저녁 국회 표결 결과를 대통령께 보고드리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 표결 결과를 보고받은 노 대통령께서 ‘민주주의 참 힘들구먼’이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정기승 후보자 부결 당시에도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정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후임자를 하루빨리 지명해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그가 펴낸 책 얘기로 돌렸다.

    ‘대통령 비서실장’ 소임을 마친 지 30년이 지나 당시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이 대통령 비서실 업무 수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흔히 최고 군부라 하여 대통령 비서실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는 “시대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공직자 가운데 눈코 뜰 새 없이 가장 바쁘게 일하는 집단이 대통령 비서실”이라며 “비서실장으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걸프전이 발발해 페르시아만 사태에 대처해야 했고, 국내에서는 수서 사건, 국회 상공위 사건, 예능계 입시부정 사건에 대구 페놀 사건까지 터져 하루하루 사건과 사고를 수습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 전 비서실장은 “노태우 정부 이후 대한민국은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며 “3050클럽(5000만 명 넘는 인구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에 가입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몇 해 전 유엔이 발표하는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3위까지 올라선 일이 있다”며 “내가 비서실장으로 재임할 때 분기마다 제조업경쟁력강화회의를 개최해 총 8번 회의를 했는데, 그때의 노력이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서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민주화와 북방 정책을 노태우 정부의 대표 치적으로 꼽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권위주의에서 민주화로 이행하는 과정을 원만하게 관리해 선진 민주사회 수준의 안정된 민주화를 이루어낸 것으로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6·29 민주화 선언을 시작으로 여야 합의에 의한 헌법 개정과 대통령 직접선거로 6공화국을 출범시켰고, 중립선거관리내각을 구성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거 문화를 구현해 경쟁자가 승복하는 가운데 김영삼 문민정부에 정권을 이양했다. 또한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7·7선언으로 시작된 북방 정책은 1989년 동구권 수교, 1990년 소련과의 수교, 1991년 유엔 남북 동시 가입과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1992년 중국과의 수교를 비롯해 총 45개국과 새로 수교함으로써 우리의 활동 무대를 크게 넓혀 방대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북방 정책의 화려한 성과는 자랑할 만하다.”

    정 전 비서실장은 민주화와 북방 정책 외에도 “국제수지 개선과 물가 안정,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과 노사 안정, 토지 공개념 도입과 주택 200만호 건설, 과학기술 진흥, 제조업 경쟁력 강화, 사회간접자본 확충, 중소기업 육성, 정보화 추진, 농어촌 대책 등 경제기반 확충에 진력해 뒤이은 정부에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노태우 정부의 여러 치적을 소개하는 그에게 ‘아쉬움이 남는 점은 없느냐’고 물었다.

    “5년 단임 기간에 정말 힘껏 일했기에 아쉬운 점이 많지는 않다. 다만 남북관계가 기본합의서에 합의된 여러 일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가운데 임기 만료가 됐고, 그 뒤 상황 변화로 휴지화되다시피 한 것이 제일 아쉽다. 그밖에 핵폐기물처리장 선정, 노동법 개정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일로 기억에 남는다.”

    노태우 정부 때의 3당 합당으로 특정 지역이 고립돼 지역주의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3당 합당 당시는 내가 정부를 떠나 있어 자세한 경위는 알지 못한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권한과 책임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5공화국 헌법을 개정해 현행 6공화국 헌법을 마련할 때 7년 단임 간선제를 5년 단임 직선제로 바꿨다. 당시 제왕적이라 할 만한 대통령 권한을 삭제했다. 예를 들어 국회 해산권과 비상조치권을 없앴고, 국정감사권을 부활하는 등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 또한 법관 임명 절차 개선과 헌법재판소 신설 등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했다. 게다가 당 총재를 겸하던 6공 출범 당시 제도가 언제부터인가 당정분리로 바뀌었다. 5년 단임이란 길지 않은 임기를 두고 제왕적이란 말이 적절한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 평가, 공평하게 이뤄지길

    현재 한국 정치는 분열과 대립, 갈등과 증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금의 정치 문화를 바꾸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재의 정치 문화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공동체 구성원 간에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모두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이니 고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 단계로 보아 정부보다는 우선 민간 차원에서 캠페인 등 노력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우리 때 새질서·새생활운동을 한 일이 있는데 참고가 될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 지난 1년 5개월을 어떻게 지켜봤나.

    “정치 초년생이어서 처음에 걱정을 했다.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지만 국정의 방향을 잘 잡는 가운데 국정 수행도 잘해 나가는 것 같아 안도하고 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민생 문제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자신이 펴낸 책 서문에 이 같은 바람을 피력했다.

    “대통령의 치적 평가가 사실에 근거해 공평하게 이루어지기를 빈다. ‘과’에 대한 철저한 채찍질과 함께 ‘공’을 앞세워 어렵사리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랑에 더해 훌륭한 대통령을 만들 줄도 아는 나라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성공한 대통령을 많이 갖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력을 증진시키며 국격을 향상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신동아 11월호 표지]

    [신동아 11월호 표지]



    인터뷰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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