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중도가 좋아하는 보수 = 오세훈 가야 할 길”

[지금 오세훈] 외연 확장과 보수 결집 사이에 선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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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4-05-21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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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총선 참패 후 접촉면 늘린 배경

    • “총선 때 黨에 약자 동행 정책 제안”

    • 낙선자들 “정치 현안 메시지 내달라”

    • 규제 완화·감세, 노선 헤게모니 상실

    • “지금은 확장성 가지고 승부낼 때”

    • ‘중도 지향’ 유승민·안철수와 차별점

    • 2021년 吳 시장 복귀시킨 유권자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박해윤 기자]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박해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달라졌다. 정치 현안에 침묵하던 그가 최근 메시지를 내고 있다. 톤은 정제돼 있으나 내용은 직설적이다. 4·10 총선 이후 “수구적 보수세력이 전투적 지도부를 요구한다”(4월 29일 조선일보 기고문)고 하는가 하면, 전당대회 룰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가 베스트”(5월 3일 TV조선 ‘강펀치’)라고 했다. 아울러 ‘이(李)·조(曺) 심판론’을 언급하면서 “프레임 전쟁에서 졌다”(5월 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기자간담회)고 꼬집었다. 모두 비판의 대상이 분명한 이슈다. 그의 발언은 여권 주류의 응집력이 이완된 시점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오 시장의 조선일보 기고문에는 “수차례 제안에도 불구하고 당에서는 이를 전국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없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다. 다만 무엇을 언제 제안했는지 여부는 나와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에게 확인한 내용을 소개한다.

    #서울시 핵심 관계자: “지난 총선 당시 당 핵심 인사들에게 ‘약자와의 동행’과 관련한 일을 (당에서) 실천하자고 했다. ‘안심소득’과 ‘서울런’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을 (전국적으로) 해나가자고 부탁했는데, 당 지도부가 너무 급조되다 보니 수용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오 시장이 총선 당시 당 지도부에 ‘약자와의 동행’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 오 시장으로서는 당이 왜 ‘약자와의 동행’을 총선 전략으로 활용하지 않았는지, 수도권 선거에서 활용할 정책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답답함이 있는 것 같더라.”

    ‘약자와의 동행’은 오세훈 시정(市政)의 고갱이다. 안심소득은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분을 채워주는 소득 보장 실험이다. 설계자는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다. 밀턴 프리드먼이 고안한 ‘음(陰) 소득세’ 원리를 활용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소득과는 철학적으로 대척점에 자리한다. 서울런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 50% 이하 차상위계층 가구의 6∼24세에게 유명 인터넷 강의와 ‘1대 1’ 멘토링을 무료 제공하는 정책이다. 일종의 공공 교육 플랫폼이다.



    당 지도부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심소득이나 서울런이나 방향과 내용이 좋고 서울시 정책으로도 훌륭하다”면서도 “다만 안심소득은 아직 실험 중이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선거 캠페인으로 활용하기에는 애로 사항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 가지 요인을 덧붙일 수도 있다. 두 제도를 당의 공약으로 관철할 만한 세(勢)가 아직 오 시장에게 없다는 점이다.

    오랜 숙제

    ‘세 불리기’는 잠룡 오세훈의 오랜 숙제다.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2022년 지방선거를 빼면 그는 대개 소수파로 당내 선거를 치렀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내 다수는 황교안 후보에 줄을 댔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과반 득표를 하고도 책임당원·일반당원·대의원 투표에서 밀려 낙마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골리앗이었다. 캠프 규모도 나 후보 쪽이 더 컸다. 결선이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오 시장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여의도에는 그의 복심(腹心)이라 할 사람이 드물다.

    최근 오 시장의 행보가 ‘세 불리기’의 시각으로 읽히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오 시장은 4월 19일 국민의힘 서울 동·북부 지역 낙선자 14명, 4월 22일 국민의힘 서울 서·남부 지역 낙선자 10여 명을 초청해 저녁 식사를 했다. 이튿날에는 국민의힘 서울 지역 당선자들을 만났다. 4월 26일에는 총선에 출마했던 측근들과 부부 동반으로 만찬을 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는 민주당 서울 지역 당선자 7명과 오찬을 했다.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시정을 펼치는 과정에 법령과 예산 등 국회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 있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협력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오 시장 초청으로 낙선자 만찬에 참석했던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과 나눈 문답이다.

    어떤 분위기의 자리였나.

    “수도권 낙선자 사이에서는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식이 크다. 막상 수도권 정치 현장에서 뛰며 갖게 된 이 문제의식을 당과 정부는 못 느끼고 있다. 오 시장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이래서 앞으로 선거를 치르겠느냐’ ‘미래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오 시장의 반응은.

    “(낙선자들의 발언에) 주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듣는 자리였다.”

    낙선자들이 앞으로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아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치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아주 많이 낸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따금씩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현 민주당 대표)은 기초자치단체장 신분으로 중앙 정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오 시장 역시 서울시장으로서 수도권의 보편적 민심을 당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정치 현안에 관한 메시지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오 시장은 5월 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 쪽으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3일 취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우회적으로 이견을 표출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외 출장 중에 정치 현안을 언급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것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일도 이례적이다. 오 시장의 메시지가 이제는 ‘뉴스’가 된다는 뜻이다.

    “해답은 간단합니다”

    민주당은 총선을 거치며 이재명 대표의 노선으로 지지 블록을 재구성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에는 주류 노선이 사라진 상태다. 규제 완화와 감세, 대북 강경책으로 요약되는 전통 노선은 헤게모니를 잃었다. 친윤석열계는 이념결사체라기보다는 임시적인 권력 연합에 가깝다. 사실상 자기 언어가 없는 집단이다. 비윤석열계를 잇는 단일 노선은 없다. 이 빈 공간에 오 시장이 던진 대안이 ‘따뜻한 보수’다. 수도권·중도·중산층을 보수의 지지기반으로 삼자는 주장이다. 그래야 ‘가진 자의 정당’이라는 낙인을 떨쳐낼 수 있다는 취지다. 보수가 소수파로 전락한 현실에 대한 오 시장 나름의 대처법이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석 달여 뒤(2020년 7월 8일) 오 시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한 뒤 야인(野人) 생활을 이어갈 때다. 그에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또 당명과 색깔을 바꾼다고 하는데, 당명과 색깔 때문에 보수가 패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물었다. 답변에는 오 시장이 낙마를 거듭하며 갖게 된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인터뷰 기사에는 그의 답변 중 앞의 네 문장만 실었는데, 여기서는 취재 노트에 적힌 내용을 날것으로 소개한다.

    “그건 뭐 바꿔도 되고, 안 바꿔도 됩니다. 음식이 맛있어야 길게 볼 때 식당 장사가 잘됩니다. 간판과 인테리어의 디자인이 훌륭해도 그 효과는 음식 맛이 없으면 한 달을 못 가죠. 정당도 마찬가지죠. 보수정당이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가진 국가로 만드는 데 역할을 했지만, 막상 그 결과물을 받아 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는 고마움도 자랑스러움도 별로 없거든요.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나라가 됐는데 왜 나는 힘들지?’ ‘왜 불행한 느낌만 들지?’ ‘왜 나는 희망이 가득한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 ‘왜 나의 지갑은 이렇게 얇지?’ 이런 생각을 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보수정당이) 국민에게 다시 사랑을 받으려면 해답은 간단합니다. 국민이 가진 공허함을 채워드릴 수 있어야죠.”

    그간 보수정당이 구축해 온 노선과는 다르다. 외려 격차 해소를 어젠다로 던져온 민주당의 노선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노선이 이질적인 변종이라 하기에는 보수 안에서 그 나름의 계보가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를 설파한 고(故) 박세일 전 의원, 개혁보수 기치를 내건 유승민 전 의원, 자유공화주의를 앞세운 박형준 부산시장이 가장 중량감 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공동체 자유주의나 개혁보수, 자유공화주의는 보수의 정중앙에 자리 잡지 못했다. 동심원 바깥의 ‘다른 목소리’로 존재했을 뿐이다. 오세훈의 ‘따뜻한 보수’는 무엇이 다른가.

    “오세훈까지 그렇게 갈 필요가 있겠나”

    지난해 12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소득보장제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서울시]

    지난해 12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소득보장제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서울시]

    오 시장과 지난해 말 신문 대담(중앙일보)과 최근 유튜브 촬영(TV조선 ‘강펀치’)을 함께 한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에게 물었다.

    오 시장의 ‘따뜻한 보수’는 무엇이 다른가.

    “과거에도 ‘공동체 자유주의’ 같은 담론이 보수 안에서 제시됐지만, 오 시장은 서울시에서 안심소득 같은 정책을 통해 ‘따뜻한 보수’를 실제로 실험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세계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했는데, 그간 보수정당이 이에 대한 대응에서 미흡했다. 그렇기 때문에 ‘따뜻한 보수’가 중요해진 것이다.”

    오세훈이라는 정치인이 20년 넘게 쌓은 캐릭터와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느낌도 있다.

    “오 시장도 그런 생각을 깊게 하진 못하다가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서울시장으로 정책을 실행하다 보니 젊은 층을 포함해 강남에 진입하지 못해 갖게 된 좌절과 분노를 느낀 거다. 사회 전반적으로 특권에 대한 분노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보수가 사회적 약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점은 유승민 전 의원도 이미 주장한 바 있다.

    “원래는 유승민의 브랜드가 맞다. 다만 유 전 의원은 (현재로서는) 실행할 수가 없는 거지.”

    집토끼를 겨냥한 행보가 아닌데 오 시장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까.

    “오 시장도 그런 얘기를 하니까 ‘좌파 아니냐’부터 시작해 보수 쪽에서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오 시장은 확장성을 가지고 승부를 내야 할 때다.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다 그렇게(보수 결집으로) 가고 있는데, 오 시장까지 그렇게 갈 필요가 있겠나.”

    지금으로서 2027년 대선의 화두는 이재명이냐 아니냐다. 하나뿐인 ‘아니냐’의 자리를 놓고 여권 잠룡들의 잰걸음이 시작됐다. 현재 상황에서는 한동훈,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그리고 당 바깥에 있는 이준석 사이의 경쟁이다.

    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첫 번째)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악수하고 있다. [박형기 동아일보 기자]

    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첫 번째)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악수하고 있다. [박형기 동아일보 기자]

    한국갤럽이 5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23%, 한동훈 전 위원장 17%로 집계됐다. 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7%, 홍준표 대구시장·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각각 3% 순이었다. 오 시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2%의 지지율을 얻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45%, 오 시장과 홍 시장이 각각 5%였다. 그나마 서울에서 7%를 얻어 이 대표(24%), 한 위원장(16%)에 이어 3위를 했다는 점이 오 시장에게 위안거리다.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 시기는 오 시장이 정치 현안에 메시지를 낸 이후다.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의 다른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보수가 신뢰하는 보수 정치인’이 돼가고 있다. 그 밖에 유승민 전 의원은 ‘진보가 좋아하는 보수 정치인’이 돼 있고, 안철수 의원은 ‘중도가 좋아하는 중도 정치인’이 돼 있다”면서 “오 시장은 ‘중도가 지지하는 보수 정치인’의 길을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선 지지율은 당장은 개의치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국 보수가 풀어야 할 퍼즐

    중도는 스윙보터(swing voters)로 불린다. 다른 표현으로는 무당파다. 그러니 박 대표의 말을 바꾸면 오 시장의 길은 ‘스윙보터 혹은 무당파가 좋아하는 보수’다. 실제로 앞선 한국갤럽 조사에서 스스로를 무당파로 규정한 응답자 중 73%는 장래 대통령감에 대한 의견을 유보했다. 이 대목에서 정지혜·윤영관·윤왕희의 2021년 논문 ‘한국의 스윙보터는 누구인가?: 2017년 대선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본 무당파 유권자 분석’(‘의정논총’ 제16권 제2호)을 경유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가 압승한 2017년 대선과 오세훈 후보가 압승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교해 서울의 스윙보터를 해부한 연구다.

    필자들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택한 유권자로부터 실마리를 찾는다. 이 중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는 스윙보터다.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자유한국당), 2021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을 택한 사람은 고정 지지층이다. 그 결과 2021년 오세훈을 택한 유권자 중 43.7%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투표했다. 이어 안철수(25.2%), 홍준표(17.7%), 유승민(9.8%) 순이다. 이를테면 전통 보수 블록이라 할 ‘홍준표 지지층’은 오 시장에게 핵심 자산은 아니었다. 되레 중도와 진보 블록에서 이탈한 유권자가 오 시장의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스윙보터는 누구인가. 필자들은 “20~30대가 가장 높은 비중(38.8%)을 차지하고 (중략) 중도 이념을 지닌 중산층 유권자가 대부분으로 선거 당시 사회적 이슈나 각 정당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이들은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선호 정당이 없다. 그러니까 어느 각도로 보나 우리가 아는 보수층이 아니다. 때로는 여당, 때로는 야당을 택하는 유동적 유권자다.

    그러므로 오 시장이 민심(民心)이라 불리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 확대를 주장하는 건, 실은 자기 지지기반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리로만 따져도 소수파가 된 보수에 ‘민심 반영 비율 확대’는 유용한 패다. 스윙보터에게는 보수가 변했다는 인상을 준다. 당의 정책 방향은 중간으로 향한다. 선명성 경쟁도 사라진다. 문제는 22대 국회의 의석 분포다. 수도권 의석은 민주당으로 쏠린 구조적 비대칭 상황이다. 보수의 영남 쏠림 현상은 강화됐다. 외연 확장이라는 밖의 요구와 보수 결집이라는 안의 요구가 충돌할 소지가 커졌다. 오세훈의 시험대이자 오늘날 한국 보수가 풀어야 할 퍼즐이다.

    신동아 6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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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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