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호

“문화·예술계 대표해서 표현의 자유 ‘입틀막’ 정부와 싸우겠다”

[22대 국회 주목 초선 22人] 문화 평론가 → 정치인 강유정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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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5-21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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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정(49) 당선인은 문화 평론계의 ‘네임드’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박사를 취득한 후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영화평론), 조선일보·경향신문 신춘문예(문학평론)까지 3관왕을 달성하며 화려한 평론계 데뷔를 알렸다.

    고려대·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민음사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면서 약 20년간 방송 출연, 칼럼 등을 통해 사회 현안과 문화·예술계의 상황을 아우르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더불어민주연합 9번)로 당선해 22대 국회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간다는 점에서 두려움과 책임감, 설렘이 공존한다”고 했다.

    “처음엔 두려운 마음이 크더니 점점 책임감이 커져서 한동안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많은 사람의 요구와 결핍을 대신 전달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참 무겁게 느껴지더라.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고민할 시간에 더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어떤 법안을 만들까 법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면서 공부하고, 당내에서 원내 대변인 역할을 맡아 일을 시작하니 오히려 그 불안감이 일에 대한 실질적 힘으로 바뀌었다. 책임감·의무감을 조금씩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검열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

    강 당선인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현 문화·예술계가 처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에 있다. 그는 “현재 문화·예술계는 심각한 ‘표현의 자유’ 훼손을 경험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정부의 ‘입틀막’에 위축되고 공포감을 호소한다. 사회적 검열이 피부로 체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 초부터 문제였다. 지난해 국제도서전에서 작가들이 피켓 시위를 하자 끌려 나간 것만 봐도 그렇다.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들이 강제로 끌려가고 입틀막을 당했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라는 말만 해도 제재를 받고, 당시 여당 대표이던 김기현 의원이 가수 김윤아 씨가 개인 SNS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걱정하는 글을 쓴 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들은 국민에게 전방위적 압박감과 공포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 그런데 여당 내부에선 이러한 행동에 대한 자기반성 시스템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야당으로서 일종의 ‘각성적 경종’을 울리는 몫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가만히 앉아서 두려워하거나 떠는 것에 멈추지 않고 정치적 행동으로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다.”

    강 당선인의 어깨는 무겁다. 22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인 가운데 유일한 문화·예술계 인사다. 업계 전반을 대변하기엔 의원 수가 적다. 그는 이러한 책임감을 의정 활동의 원동력으로 승화한다. “해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열심히, 힘내서 하게 된다”는 게 그의 각오다. 문화·예술계 전반을 섭렵한 경험도 자신감을 보태는 요소다.

    “전 분야 예산이 삭감됐다지만 그 가운데서도 문화·예술계 예산 삭감은 치명적이다. 전체 예산 대비 1~2% 수준으로 적다. 이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생계에 위협을 주며 미래 예술인이 탄생할 수 있는 씨앗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였다면 지금 정부는 ‘지원은 끊되 간섭은 하겠다’는 듯하다. 국회에 가면 문화예술계 예산 확보 및 증액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반적 문화·예술 현장을 아우르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이념적 문제뿐 아니라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강점이 있다고 자부한다.”

    ‘법안’은 의원의 포부가 구체화된 산물이다. ‘정치인 강유정’이 꼭 남기고자 하는 그것은 ‘문화인 인권 개선’이다.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보완책으로 생긴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있다. 예술인의 권리를 매우 이념적으로 해석한, ‘사문화’된 법안에 가깝다. 개정 혹은 새 법 제정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실질적 생계 지원은 물론 언론·검찰에 의한 탄압 등으로 인격권이 침해됐을 때 구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입법하는 것만은 해내고 싶다.”

    신동아 6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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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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