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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천국’, 오염되는 금수강산

돈 벌 땐 숙박업소, 규제는 전원주택

‘펜션 천국’, 오염되는 금수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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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상수원은 수도권 주민 2000여만명의 생명줄인 식수원이다. 정부는 2005년까지 팔당상수원을 1급수(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1ppm 이하)로 만들겠다는 목표하에 지난 10년간 1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또 한강변 9개 시·군 일대 20만여㎢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하고 공장, 숙박시설, 음식점, 축산시설, 양식장 등 오염시설을 엄격히 규제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의지가 무색할 정도로 이 일대에는 수많은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1만2000여개, 공장은 4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규제 방침과는 정반대로 오염시설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팔당상수원의 수질이 좋아졌을 리 만무한 일. 팔당상수원 주민환경감시연대(대표 정진성)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팔당상수원 1권역에 속하는 양평군 8개 지천은 수질 부영양화의 주요 원인물질인 총질소(T-N)가 기준치(환경부 호소수질기준 5등급 1.5ppm)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을 흐리고 악취의 주요 원인인 인(P) 또한 용담천 및 양근천 등지에서 기준치(환경부 호소수질기준 5등급 0.15ppm)를 초과했다.

이러한 사정은 인근 지역인 남양주나 광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팔당상수원의 수질은 BOD 1.2ppm인 2급수로, 당초 목표대로 2005년까지 1급수로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팔당상수원 일대에 최근 오염원이 하나 더 추가됐다. 산자락이든 계곡 옆이든 강변이든 가리지 않고 들어서는 펜션이 그것이다. 팔당상수원 주민환경감시연대 정진성 대표는 “이들 펜션은 사실상 대규모 관광위락단지”라고 지적하며 “주말이면 팔당상수원 일대 펜션들은 외지에서 놀러온 사람들로 가득 찬다. 대개 펜션은 계곡이나 강변 바로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폐수를 그대로 방출할 경우 팔당상수원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요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곡 따라 40여개 밀집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은 ‘펜션 1번지’라 불러도 손색 없을 지역이다. 평창에는 현재 대략 350여개의 펜션이 영업중인데, 이중 200여개 펜션이 흥정계곡에서 레저단지 ‘휘닉스파크’에 이르는 봉평면 일대에 밀집되어 있다.

흥정계곡은 해발 276m의 흥정산에서 발원하여 흥정리 마을을 관통하며 흐르는 2급 하천이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부터 빼곡하게 들어찬 가지각색의 펜션들이 외지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꽃마을’ ‘물소리’ ‘메밀꽃’ ‘화이트’ ‘폴라리스’ 등등 아기자기한 이름의 간판이 나붙은 유럽풍 펜션 건물들은 4km에 이르는 흥정산 중턱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겨울이라 계곡이 얼어붙었지만, 여름이면 집 안에서도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천혜의 휴식처”라는 게 이곳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모씨의 자랑이다.

평창군청 건축계 신승호씨는 “흥정계곡 주변에 펜션을 지을 만한 땅은 이미 외지인들에게 거의 다 팔렸다”면서 “현재 50여 군데 펜션이 건설중”이라고 말했다. 흥정리 이장 김형일씨는 “원래 고랭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지만 2~3년 전부터 펜션이 들어서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농사 짓는 주민은 거의 없고 대다수 민박집이나 음식점 등을 운영하며 관광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곡 하나를 둘러싸고 수십 채의 숙박시설이 지어져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계곡이라고 온전할 리 없다. 마을 주민들은 펜션이 건립된 후 계곡의 유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말한다. 펜션마다 지하수를 뚫어 계곡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란 것. 또 관광객이 줄지어 찾아오는 여름철이면 하루에만 1t짜리 트럭 2~3대 분량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마을을 잇는 길은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만한 넓이의 농로인데, 길가에 늘어선 펜션의 담벼락이 농로를 침범하는 바람에 통행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흥정계곡의 수질도 나빠지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해 강원 영서지역의 유명 산간계곡 13곳에 대해 토지이용 및 오염원 실태를 조사했는데, 이중 어름치와 붉은배새매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흥정계곡을 환경훼손이 가장 심화된 곳으로 꼽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그 원인으로 펜션과 음식점 등의 과도한 건축을 들었다.

아울러 원주지방환경청은 유명 계곡들에 자리잡은 14개 펜션 및 음식점이 운영하는 오수처리시설 방류수의 BOD농도를 조사했는데, 피서기간의 방류농도가 피서전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오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수질기준은 BOD 20ppm 이하이지만, 피서기간에는 115.2ppm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평창군청이 지난해 평창 일대 펜션에 대해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총 26곳이 오수처리 규정을 위반한 채 방류수를 배출한 것으로 적발됐다.

평창군청 관계자는 “펜션들이 정화조 등 오폐수 정화시설을 갖추고는 있으나 일반주택 기준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그 용량이 모자란다”며 “그나마도 전기료를 이유로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고 실정을 전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1~2년 전부터 지방 유명 관광지를 찾으면 그 주변에서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 같은 집’, 펜션이다. 나뭇결을 살린 목조건물, 동화적인 세모꼴 지붕, 분위기 있는 테라스, 호텔을 넘보는 깨끗한 침실. 계곡이나 해변가 등 경치 좋은 곳만을 골라 들어선 펜션은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아 관광과 휴식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최적의 여가 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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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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