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지금까지 영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영어, 어떻게 하면 빨리 잘할 수 있는가”다. 그러면 필자는 “지금 어떻게 한국말을 하고 있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같은 질문을 본인에게 한다면 어떤 방법을 권할 건가요?”라고 되묻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이 순간 필자의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후 이 글을 마저 읽는다면 영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자, 그럼 영어 강사 이근철이 말하는 “영어! 죽여 살려?”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출발해보자. Here we go!
■언어의 기본, 연상작용
과연 우리가 말을 할 때 어떤 과정이 머릿속에서 일어날까? 그리고 TV에서 뉴스나 드라마를 볼 때 어떻게 해서 단 한번에 그 내용을 알아듣게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언어학적인 접근을 하자는 게 아니라 영어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잘못된 생각을 없애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자는 얘기다. 자, 그럼 영어학습에 대한 첫째 답을 살펴보자.
“영어! 출발점을 한국어로 잡으면 첫 번째 열쇠가 보인다!”
물론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나 들을 때 머릿 속에서 그 말에 대한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이 지나가지는 않는다. 이 때 우리의 두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연상작용(association process)’이다. 쉽게 말해 한국어든 영어든 언어의 사고처리 과정의 핵심은 바로 ‘그림 연상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난 후, 영화를 보고 난 후, 여행을 갔다 온 후 그것에 대해 말하려 할 때 우리는 머릿 속에 저장되어 있는 그림이나 연상 정보를 찾게 된다.
예를 들어 “Jenny is watching TV now, talking to her friend on the phone”이라는 문장을 보고 제니가 TV를 보고 있는 장면과 전화로 친구와 통화를 하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영어에 대한 부담감만 있고 언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느낌은 잡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을 정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 중 구체적으로 그 대상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대상을 떠올리며 단어를 정리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philosophy(철학)와 같이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추상적인 단어도 그것과 연관된 고대 그리스 철학자라든지, ‘심오함’ ‘어려움’과 같은 느낌이 함께 있으면 된다. 이렇게 단어에 대한 정보가 글자가 아닌 그림이나 연상에 의한 정보로 저장되어 있으면, 나중에 말을 할 때 일부러 문장을 만들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이런 기본적인 출발점을 무시하면 영어를 아무리 공부해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참고로 필자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거나 유학을 다녀온 적이 전혀 없다. 물론 영어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하지만 1년에 여러 번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출장을 가거나 학회에서 영어로 발표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시 통역도 하고 있다. 출발점만 제대로 잡는다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